▲ 1979년 남서울클럽 챔피언 대회 참가할 당시의 필자

챔피언전에 나가는 싱글핸디캐퍼들은 골프를 사랑하고 좋아하고 애착이 있는 사람들로 골프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골프타임즈=이종민 칼럼리스트]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 골프장에서 공을 잘 치는 싱글핸디캐퍼들의 모임인 ‘싱글회’가 있었다. 물론 ‘싱글’이라는 말은 핸디캡 한 자리 수를 뜻한다. 허나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용어에 대한 개념이다. 우리 골프가 일제강점기를 건너와서 그런지 골프용어에도 대부분이 외래용어들이 많이 있다.

그것도 일본을 통해 들어와 이상하게 변형된 외래용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구락부’다. 일본인들이 발음상 클럽이 안 되니까 구락부라고 말한 것을 우리는 버젓이 골프장 간판으로까지 달았다. 전통이나 향수에 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싱글’이란 말은 또 어떤가. 아직도 일부 기자들까지도 그 말을 그대로 쓰고 있으니 말이다. 정확한 용어는 ‘싱글핸디캐퍼’다. 싱글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통용되는 말이다. 아마 태평양만 건너도 ‘싱글’하면 혼자 사는 사람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골프는 혼자 공을 친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이왕 외래어를 쓸 바에야 제대로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싱글핸디캐퍼가 되려면 골프를 얼마나 해야 할까. 또 시간은 얼마나 필요하며 돈은 얼마나 들여야 할까. 예전에 라운드 하던 몇몇이 모여 이에 대해 의논을 한 적이 있었다. 사실 챔피언 경기에 나가려는 사람 대부분이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싱글핸디캐퍼다.

대부분 골프가 좋아서 골프장에 가고 골프가 재미있어 공을 쳤다. 아마 이들이 골프장에 뿌리는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현재 골프시장 매출액을 보더라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싱글핸디캐퍼라면 많은 시간과 돈을 골프장에 뿌린 공로자(?)다. 그린피 내야지, 라운드 많이 해야 되지,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말이다. 그 이면엔 골프사랑이 바탕에 쫙 깔려 있다는 건 물론이다.

따라서 골프장에서 싱글핸디캐퍼에 대한 예우는 그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일반 비기너들과 상당히 대조가 되기 마련이고 차별화 될 수밖에 없는 마케팅전략이기도 하다. 지금은 금융권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을 비롯 모든 영업에서도 고객 차별화를 시행하지 않는가. 고객 차별화는 언제부턴가 마케팅의 기본이 되고 있다.

당연히 클럽측에서 보면 챔피언전에 나가는 사람은 거의 다 싱글핸디캐퍼이고 돈을 많이 뿌린 사람이다. 게다가 골프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클럽챔피언 경기는 그 컨트리클럽의 지존을 뽑는 행사이지만 대부분 경기 분위기에 선수들은 만족하고 그 분위기를 모두 즐긴다.

이 점에 대해 일반회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물론 관심들은 많이 갖기도 하겠지만 의외로 경기분위기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누고 베푸는 것에 대해 까다로운 사람이라 해야 할까? 특히 나이 드신 분 중 경기 때문에 지장 받는다고 불평하는 분도 있고 경기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는 심지어 드러내놓고 불만을 열거하는 이도 있다. 경기 때문에 라운드를 못하는 불편함 때문이겠지만, 골프는 나누면서 베푸는, 사랑이 늘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았으면 싶다.

그간 국내에서만 24번의 클럽챔피언을 하면서 나름대로 경지에 이른 면도 있다.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 4번을 했고 4번의 클럽챔피언을 하기까지 남서울클럽챔피언 경기에서만도 13회에 걸쳐 출전했으니까 다른 경기들을 합치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부지기수다. 그 경기에 나가기 위해 골프장에 가서 공을 치고 또 수많은 날들을 골프장에서 보낸 셈이다.

아마도 1년 365일 중 반은 골프장에 있었던 때도 있었다. 근 43년을 골프를 했으니 말이다. 혹자는 그간 내가 골프장에 가져다 준 돈을 합치면 골프장 하나는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하지만 골프가 어디 수치나 계산으로 되는 걸까? 난 가끔 자문자답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할 때는 계산을 하거나 숫자로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챔피언전에 나가는 싱글핸디캐퍼들은 역시 골프를 사랑하고 좋아하고 애착이 있는 사람들로 골프에서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다.

요즘의 흐름을 보면 굳이 남의 눈을 속이면서 점수에 연연하는 이들도 간혹 있어 미간을 찌푸리게 하지만 승부세계에서의 승부란 그야말로 정당해야 하는 것이다.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에 나부터 지키지 않는 약속은 이미 약속이 아니지 않는가.

그간 경기에 나가면서 터득한 게 있다. 경기를 할 때는 절대 마음을 조급하게 먹으면 안 된다. 자칫 망치기 십상이다. 골프는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결과가 좋지 않다. 단 플레이는 빨리 해야 한다.

이종민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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