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11월 서울CC 군자리 골프코스에서 열렸고, 조선일보사에서 후원했다. 대회 우승으로 은제 우승컵을 받았다. 우승컵은 지금도 내 사무실 서재에 있으며 옛날 나의 젊음을 기억하고 있는 트로피를 보면 감회가 새롭다.

[골프타임즈=이종민 칼럼리스트] 챔피언을 하기까지는 어려운 경로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인지 챔피언을 할 정도면 독종이 아니고는 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남들은 한번 하기도 어렵다는 클럽챔피언을 그것도 27번 했지만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골프는 매너나 룰에 입각해서 하는 그야말로 신사적인 스포츠다. 골프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잘하기까지는 여간 어려움을 이겨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

경기는 경기일 뿐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스하키 등 운동으로 몸을 다져온 나의 생각이다. 남다른 점이 있다면 아마도 승부욕에 길들여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운동 경기를 통해 길들여진 승부욕, 그 승부욕은 집중력에서 온다.

사실 어떤 일이든 집중하지 않고는 어떤 일도 해낼 수 없다. 그 집중력을 키워준 것이 다시 돌아가 보면 어린 날 얼음 위를 돌게 한 아이스하키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난 어릴 때부터 경기에 나갔고 경기에 나가서는 어쨌든 이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오직 한가지에만 집중했다. 어릴 때라 다른 것을 생각할 일도 별로 없었고 경기가 있을 때는 오직 경기만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집중력을 키웠고 나의 성장에 따라 집중력 또한 자라났다.

혹자는 챔피언이 되려면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저 무난한 샷으로는 안 되고 자기만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샷을 구축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포지션을 찾아 발굴하고 개발하고 연마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이 어우러지고 하모니를 일궈낼 때 비로소 집중력의 결실을 얻게 된다는 말이다. 그저 독하게 한다고 해서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물론 실력도 중요하지만 실력은 정말로 종이 한 장 차이다.

결국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경기 당일의 컨디션과 정신 집중 정도에 달려 있다. 많은 경기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 결국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상대방이 어떤 선수인가 하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간 아마추어골퍼로서 클럽챔피언을 비롯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또 경기에서 우승을 하다보니 알게 모르게 질투와 시기도 따르기 마련이다. 아니 그보다도 혼자만 독식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 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정당하게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 이 외의 것은 다음문제라고 본다.

오래도록 경기를 하다보니 내가 챔피언 경기에 나가면 그리 흔쾌하지 않은 이들도 있는 듯하다. 마음먹고 챔피언을 하겠다고 나온 골퍼는 내가 나감으로서 확률이 적어지는 것을 느꼈을 테고 컨트리클럽의 해당 종사자들은 뒤풀이를 생략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또 골프관련 잡지의 일부 기자들 역시 내가 그리 고울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세상엔 악어와 악어새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중심의 뼈대는 자기 자신이다. 물론 듣기에 따라 이기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데 일단 자기 자신부터 추슬러야 할 것이다. 뛰어난 친화력으로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충족시켜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건 내 능력의 소치이고 난 그저 골프가 좋아 골프를 할 뿐이다.

혹자는 묻는다. ‘골프가 그렇게 좋으십니까?’ 하고. 대답은 언제나 ‘그렇다.’이다. 다른 말이 필요가 없다. 다른 형용사나 수식어도 필요 없다. 좋은 것을 좋다 할 뿐이다. 어느 면에서 보면 단순하게 들릴 지 모른다. 그래서 일부 테크닉을 요구하는 곳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을지 모르나 나는 골프에 한해서는 특별한 테크닉이 필요 없다고 본다. 자신의 실력을 연마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체득하고 그에 따른 시너지가 창출되면 그뿐이지 더 이상 바랄 것이 또 무엇이겠나.

골프는 인생이다. 골프는 사랑이다. 골프는 또 무엇 무엇이다 라고들 말하지만 난 어찌된 일인지 골프라는 말만 들어도 좋다. 부모가 자식 이름만 떠올려도 좋듯이 골프라는 말만 들어도 좋다. 아마도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이종민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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