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확성 골프를 즐겼던 노태우는 꼼꼼하고 조용조용한 성격 때문인지 재임 중에도 소리 소문 없이 골프를 쳤다.

청와대가 갖고 있던 골프장 인·허가권 시·도지사에게 위임, 골프장 건설이 쉬워지면서 6공화국 당시 139개 골프장 신설, 골프산업 활성화와 함께 의혹도 난무

[골프타임즈=안문석 작가] 전두환의 ‘영원한 2인자’ 노태우도 골프를 잘하는 편이었다. 특히 그는 어프로치와 퍼팅이 좋았다. 거리를 많이 내지는 못했다. 남성대CC에서 노태우의 라운딩을 본 적이 있는 골프 칼럼니스트 최영정은 “드라이버 거리는 180야드 정도 나가는 것 같았고, 스윙 아크가 작았다”고 말한다.

거리 대신 정확히 치려 노력했다. 꼼꼼한 그의 성격을 반영한다. 실제로 연습할 때도 드라이버보다는 숏게임과 퍼팅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그런 점수 관리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핸디캡 12 정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병철 골프와 비슷했다. 이병철도 거리는 짧았지만 숏게임에 강해 안정적인 싱글을 유지했다. 노태우는 조용조용한 성격 때문인지 재임 중에도 소리 소문 없이 골프를 했다. 그래서 ‘용각산 골프’라고 했다. 청와대의 연습장에서 부인 김옥숙과 함께 연습을 많이 했다. 청남대에 한 번 가면 하루 종일 골프를 하곤 했다.

노태우도 전두환과 비슷하게 생도 시절에는 럭비를, 영관장교 시절에는 테니스를 했다. 9사단장이 되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역시 전두환처럼 영내에 연습장을 만들어놓고 열심히 연습을 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체육부장관을 할 때는 새벽에 연습장에서 운동을 하고 출근했다. 민정당 대표 당시에는 이춘구 사무총장, 김윤환 의원 등과 라운딩을 많이 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동서 금진호, 처의 고종사촌 박철언, 어릴 적부터 친구 사이였던 이원조 등이 골프 파트너였다. 대통령 재임 시에는 친척이나 죽마고우 같이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주로 골프를 한 것이다.

노태우는 특히 경기도 포천의 일동레이크GC를 좋아했다. 1980년대 초 우리나라 프로 골프의 간판스타 김승학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골프장이다. 사돈인 선경그룹이 이 골프장의 회원권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었다. 선경의 자금이 많이 들어간 것이다.

노태우는 퇴임 후 여기를 자주 찾았고, “코스도 좋고 조경도 아주 좋다”고 칭송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개장 얼마 후인 1995년 8월 노태우 비자금이 폭로되었다. 그러면서 비자금이 일동레이크GC로 흘러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노태우의 비자금이 발견되었고, 사돈이 골프장을 지었고, 노태우가 자주 그 골프장에 가다 보니 그런 소문이 났다. 야당도 나서서 진상 파악을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은 실체가 없는 소문에 그쳤다.

노태우는 청와대가 갖고 있던 골프장 인·허가권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해 골프장 건설을 쉽게 했다. 때문에 6공화국 당시 새로 생긴 골프장이 139곳이나 되었다. 골프를 좋아한 만큼 골프산업도 활성화하려 한 것이다.

노태우가 재임 시절 5,000억 원이나 되는 비자금을 끌어모았기 때문에 골프장 허가를 하면서도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건에 10억 원 정도는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이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골프 좋아하고 돈까지 밝혀 많은 의혹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안문석 작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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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통령과 골프에서 발췌, 저자 안문석 / 도서출판 인물과사상사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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