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연아.[사진제공=연합뉴스]

[골프타임즈=최양수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러시아 소치에서 진행 중인 지구촌 최대 겨울 스포츠 축제 제22회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연기를 마무리했다.

김연아(219.11점)는 완벽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클린 연기’를 펼치고도 한 번의 점프 실수를 저지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러시아·224.59점)에게 밀려 아쉬운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모든 게 끝나고 짐을 내려놓아서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연아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김연아가 현역 은퇴를 선언하면서 이날 기자회견은 김연아가 선수 생활을 마치는 소회를 밝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김연아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은반을 떠나는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Q. 대회를 끝낸 소감은?

A. 끝이 나서 무척 홀가분하고,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실수 없이 마치게 돼서 기분 좋고 홀가분하다.

Q. 어제 경기를 마치고 어머니와 무슨 얘기를 나눴나?

A. 숙소가 안 좋아서 중간에 선수촌에 지금 들어가는 바람에 어제 엄마를 보지 못했다.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점수에 대한 얘기가 많이 있어서 ‘끝났으니 너무 열받지 말라’고 ‘후련한 자유를 즐기자’고 얘기했다. 은메달 딴 것에 대해서는 ‘저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줬다고 생각하자’고 말했다.

Q. 어제 경기를 마치고 들어가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A. 경기 끝나고 나서 인터뷰와 도핑 테스트도 하고 늦게 잤다. 많이 못 잤는데, 아직 완전히 다 끝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너무 홀가분하고 마음이 편안하다.

Q. 점수에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밀렸는데 실력에서도 진 거로 생각하는지?

A.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아직 못 봤다. 제가 인정 안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어서 아무 미련이 없다. 끝났으니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것(결과)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

Q. 한국에서는 결과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A. 예전에도 편파 판정이 있었다는 대회가 많았는데 주변에서 더 열을 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필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에서 주목을 많이 받아서 논란도 큰 것 같은데 저는 미련이 없다. 끝났다는 것에 만족스럽고 제가 잘한 것으로 만족스럽다.

Q. 어제 연기 전에 다른 선수들의 점수를 알고 있었는지?

A. 대략 알고 있었고, 다들 조금씩 실수했다는 말도 들었다. 전체적으로 점수가 높더라.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사람이니까 신경이 쓰일 테지만, 이번엔 진짜 끝이니까 신경이 안 쓰이더라. 마음이 가벼웠고 연습도 열심히 했으니까. 쇼트프로그램에서는 긴장을 많이 해서 '잘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어제는 ‘(실력의) 90%는 나오겠지’라고 생각했다.

Q. 연기 끝나고 어떤 생각을 했고, 당시 지은 표정의 의미는 무엇인지?

A. 표정은 기억이 안 나는데 ‘끝났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어제 긴장했는지 끝나고 너무 힘들었다. ‘아, 힘들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점수 발표될 때 표정의 변화가 없더라. 점수가 안 나올 거라고 예상한 건지?

A. 안 나올 거라고 예상한 게 아니고 좋은 점수가 나올 거라는 기대를 안 했다. 분위기상 그런 부분에 대한 예상이 가능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하면 그만큼 실망도 크다. 제가 아무리 잘해도 점수가 예상만큼 안 나온 적이 많이 있었다. 시합 전에 이런저런 상상하곤 하는데 (순위에 대해서) 놀랍지는 않다. 오로지 금메달을 따려고 온 게 아니기 때문에 무덤덤했다.

Q. 금, 동메달 딴 선수와 대화 나눴는지?

A. 대화는 안 했고 축하한다는 말만 해줬다.

Q. 어제 소트니코바가 기자회견에서 (김연아가 답변하던 중에) 먼저 나갔는데 그에 대한 생각은?

A. 상위 3명의 선수가 하는 기자회견은 보통 마지막에 같이 일어나서 가는데, 어제는 마지막 질문이 저에게 오니 그 선수가 일어나서 가더라. 저보다 먼저 왔고 의상도 안 벗고 왔기에 그래서 갔겠거니 생각했다. 대답하고 있는데 나가기에 ‘뭐지?’ 하고 생각했다.

Q. 어제 표정이 편안해 보이던데?

A. 금메달과 올림픽에 대한 욕심 없었기 때문에 무덤덤했던 것도 있고 은메달 따고 울상하고 있으면 그것도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분이 그렇지도 않았다. 홀가분한 마음이다.

Q. ‘강심장’의 비결은 무엇인가?

A. 성격도 운동하기에 딱 좋게 타고난 것 같다. 주변에 선수들 보면 성격도 다 제각각인데 실력이 좋아도 긴장하면 실전에서 연습한 것 못 보여주는 선수가 많다. 저도 긴장은 하지만 다른 선수들보다 덜한 것 같다.

Q. 경기 마치고 나서 홀가분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A. 홀가분하다는 건 여러 가지가 있다. 경기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없이 살 수 있으니까. 훈련 과정도 그렇고… 특히 이번에 밴쿠버동계올림픽 이후에 대회를 준비할 때는 제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고 목표의식도 없어서 동기부여도 잘 안 되고 많이 힘들었다. 선수로서 삶을 살아가는데 제한적인 것도 많은데 그런 것들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홀가분한 마음이 있었다.

Q. ‘제한적인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A. 먹는 것. 예전에는 살찔까 봐 걱정했는데 요즘에는 살은 안 찌고 운동하면서 근육이 빨리 만들어져야 하는데 안 되니까 고기를 의무적으로 먹을 때가 있었다. 이걸 먹어야 힘을 쓰니까. 신경 써서 먹어야 하고. 몸이 이상하게 느껴진다거나 아픈 것에 예민하게 신경 써야 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특별하지 않지만 사소한 것들을 선수로서 많이 신경 써야 했다.

Q. 선수 생활 중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자면?

A. (고민하다가) 어제 마지막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해야겠다. 너무 오랜 세월이어서 하나만 꼽기는 그렇다.

Q. 그럼 세 경기를 정해본다면?

A. 어제, 밴쿠버… 그냥 안 꼽겠다.(웃음)

Q. 기억에 남는 라이벌은?

A. 아사다 마오(24·일본)다. 오랫동안 같이 비교도 많이 당하고 경기도 많이 했는데 그 경쟁이 다시는 없으니까. 저희처럼 꾸준히 비교당하면서 경기한 선수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우리 두사람이 계속해서 10년 넘게 라이벌이라는 상황 속에서 경기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아사다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있을 것 같다.

A. 아사다는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였고, 저도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았으니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그 선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어제 제가 몸 풀러 왔을 때 그 선수가 (연기를) 하고 있어서 TV로 봤는데 연기를 마치고 울먹이니 저도 좀 울컥했다.

Q. 아사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그 선수는 저처럼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지 않는 것 같더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고생 많이 했던 것 같다 여러 가지로.

Q. 기억에 남는 팬이나 팬들과 함께 한순간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A. 다양한 연령의 많은 분이 계셔서 한 사람을 꼽기는 어렵다. 가장 감사한 건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었는데 한결같이 응원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제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돌아서는 분들도 계셨겠지만,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특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