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김용희 작가] 거시 지표들이 한국호의 운행 중단 경고음을 알려오고 있다.출산률 0.65명, 성장률 1.1%, 빈곤률, 자살률, 재해율 1위...서서히 내리는 비에 옷 젖는 줄 모를 일이 아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간단하지 않다. 좀 더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해보자.

생각하지 않는 기계적 인간을 양산하는 나라. 지혜는 사라지고 지식만 충만한 이들이 엘리트 의식으로 이끄는 나라. 몸체는 성년인데 정신연령은 청소년급인 나라. 해서 지금 한계 절망에 부딪힌 나라. 그렇다면 잃어버린 30년이 아니라 50년이 올 수도 있는 나라.

유럽을, 서구를 알 수 없는 나라. 스스로 왜 여기서 멈추어 좌절과 혼돈의 늪에 빠져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나라. 왜 우리에게는 철학자도 없고 노벨상도 없는가? 국민적 역량의 부족인가? 일류국가의 요건으로서 민족적 차이는 크지 않다.

왜냐하면 민족적 우수성이 이유라면 이집트에서 로마 그리스로, 에스파니아로, 영미국 등 유럽으로 세계 지배권이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유대인들은 왜 그리도 미국을 지배하고 노벨상을 매집하는가?

생각하지 않는 인간, 기계적 인간. 철학 문학이 사라지고 기술 잡학과 고소득을 위한 출세학 생존학만 난무한다. 과학 공학도 천대받아, 국가성장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기교와 기술과 자기 권력의 실현에만 탁월한 정치 게임 능력자들과, 이기적 유전자의 소유자와 언어 기술자들이  국가지도자가 되어 끝없이 카오스의 국가로 만들어 간다.

사법고시 행정고시가 암기력 테스트가 되고 사고력 테스트가 되지못하면 그건 AI가 훨씬 잘한다. 그런 고시라면 AI와 인간이 대결하면 비교가  안 된다. 출제되는 문제가 "의료대란의 문제와 대책에 대해 논하라" 하면 그건 AI시험이다.

공무원에게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것은 이제 그들도 인정한다. 각 지자체가 매년 정책공모전을 하는데 참신하고 특이한 상식을 깨는 정책 아이디어는 대부분 일반인들로부터다. 그들은 정형화된 틀 속에 거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사고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문학과 낭만과 시를 말해야 한다.

영국은 수학이 인문학과에 있단다. 수학을 깊이 알다 보면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철학이 깊어지면 신학으로 이동하게 된단다. 

소크라테스에서 인간은 이미 그 지식적 이성적 완결성을 보여줬다. "내가 아는 것은 단지 내가 모르는 사실뿐"이다. 한계적 인간에 대한 자각, 그게 지식의 완성이다. 그것 자각하지 못하니 다들 저래 난리법석이다.

기술 잡학에 천착하고 논쟁에서 승리하는 법만 익히면 그것은 오만한 인격을 만들어 자폐적 수준으로 간다는 얘기는 이미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록>에서 경험치로 전한 말씀이다.

우리사회 현실이 만들어 낸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 원인 파악 없이 아니 그런 문제에는 관심도 없이, 지엽적인 어젠다와 언어유희만 즐기면 사회는 끝없이 추락한다. 고형화된 생각의 틀, 왜곡 되고 편협하며 저급한 사고체계에 빠져 지금 나라가 좌표를 잃었다.

올림피아드 수학 경시대회를 석권하고 옥스퍼드 수석 입학한 김반석이란 분이 '전지적 남자'란 프로에서 수학교수로서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결국 자기는 문제를 풀기만하는 로봇으로 길러졌다는 사실 앞에서 절망했기 때문이라고 좌절의 이유를 밝힌다. "You are not the genius we are looking for" 출제된 문제 앞에 앉아서 30분을 사유하고 30분만 답을 적는 영국형 인간 유형은, 문제를 받자마자 풀어나가는 기계적 한국형 인간과는 비교될 수 없었다는 게다.

사유가 사라진 곳, 게임만 난무하고, 티비는 먹방이나 하고 아이들 말놀이나 보여준다. 그렇게 니체식의 <시간 죽이기>만 탐닉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있을 수 없다. 사유해야 한다. 얕은 종교. 수학을 넘어야 철학이, 철학을 넘어야 비로소 보이는 신학이란 그 분의 말이 던지는 메시지를 들어야 한다.

종교란 것도 '이성이 마비된 곳'이 아닌 '이성을 넘어선 곳'에 있어야 겠다. 정치든 종교든 개인의 세속적 욕망의 통을 완성시키는 쪽이라면 그것은 거꾸로 완성이다. 성숙한 성장은 '이기적 자아의 소멸'이지 '이기심의 완성'이 아니다.

에리히 프롬이 던진 <자유로 부터의 도피>는 <소유냐 존재냐>로 귀결되었다. 자유가 자져다 준 권력욕은 통제될 수 없어 스스로 도피하다 결국 존재로 나아갈 때만 길이 보이는 것이다. 그게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그게 인문학이요 신학이요 얕은 지식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방향이다.

미국은 기부문화로, 유럽은 다 퍼주는 세금으로 이미 자기완성의 길로, 구원의 길로 가고 있는데, 우린 아직도 까마득하다. 부자 청년이 묻는다.
"주여 어찌해야 구원을 얻으리까?" 예수가 답한다 "네가 가진 것을 모두 팔아 나눠주고 나를 따르라" 그 청년은 근심하며 돌아갔다. 여기에 구원이 제시된다.

욕망 통을 비우는 것, 소유를 떠나 존재로 가는 것 그게 거듭남이다. 그런데 이런 인간유형은 초낭만적, 이상적, 실현 불가능한 인간상이라고? 메르켈 총리가 이미 보여줬다. 30년 동안 같은 옷만 입고, 직접 식사는 준비했으며 은퇴 후 다시 작은 자기집으로 돌아간 분.

이성이 마비된 국가가 아닌, 이성을 넘은 인간들이 지배적 다수를 차지하여 개인도 국가도 사회도 다시 그 의미를 찾아가는 나라, 그런 자각이 일어나기를 바래본다.

'주체가 사라진 인간' 그들이 조직을, 사회를, 국가를, 아니 이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을게다. 아마도 김동환 교수의 <X 존재론>은 이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은지.

김용희 작가는
시인, 수필가, 컬럼니스트로 서울사이버대 문창과 교수 재임, 퇴직 후 현재는 후학들을 위해 문학 활동에 정진하고 있다. 시집으로 ‘도시의 달’,  ‘순수로  피는 꽃’, 수필집 ‘양평 이야기’, ‘빗장인 문학’, ‘욕망학 개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