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이선옥)

꽃길에 스며든다

화사한 웃음으로 덮인
꽃 터널 속살 드러낸
분홍 길로 들어선다

간지러운 꽃잎 하얗게
눈 속으로 몰려들어
어설프고 연약한 삶의 여정에
까맣게 타버렸던 마음

끼어들 틈새 없는
꽃잔치 불빛 환한 이 길에서
달리던 낡은 바퀴 멈추고
억척스레 들고 있던

슬픔을 잊어버린
이 순간
앞으로 영원할 거라고 믿는
이 길 위에서는 한 송이 벚꽃

어쩌면 지나온 길도
꽃길이었음을
온통 꽃으로 덮인 우주 속에
푹신 스며든다

억척 떨며 살아야 했던 삶의 길에서 꽃향기를 맡으며, 잠시 무거운 짐 내려놓는 시간이 주어진다.
힘들게만 느껴졌던 세상살이가 터널을 이룬 꽃 속에 나를 머물게 한다.
짧은 인생처럼 곧 스러져 갈 꽃잎 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온 세상이 안아 주고 있는 듯 행복하다. 우리의 생도 언젠가 한 번은 피어날 것이고, 그 하루는 감사와 축복으로 넘칠 것이다.

시인 이선옥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이사, 구립증산정보도서관 주관 시낭송대회 최우수상 수상, 서울사이버대 웹문예창작학과 졸업. 국내여행기 ‘새벽에 배낭 메고 달려간 이유’ 해외여행기 ‘낯설지만 좋아’ 수필 ‘공주로 돌아온 시간들’ 시집 ‘나의 환절기愛’ 시산문집 ‘바람 소리가 보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