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지소하 시인] 깃발처럼 나부끼는 바람을 본다.
온갖 곳을 다니면서 자신도 모르게 내려앉은 연록의 새색시 같이 파르르 떠는 시샘 난 손을 본다.
항상 늦어지는 걸음 탓에 객쩍은 민망함이 분명한데, 눈에 훤히 보이는 몸짓은 숨기지 못한 마음까지 다 드러난너의 태가 마치 내 모습 같아 자꾸 웃음이 난다.

빨개진 볼 한번 꼬집어 주고픈 마음 간절한데 어쩌랴! 너의 불림이 바람인 것을... 몸은 간절기 손끝이 매섭다는 걸 숱한 경험으로 알려 준다. 민감한 촉을 앞세워 경계경보를 연일 발령하고 있지만, 나는 너의 부드러운 손길을 먼저 기억하고 있기에 포근히 맞이해야 할 설렘 가득한 눈으로 보아야 할 새봄.

싸목싸목 따라갈 테니 품 안의 봄 살살 내어 주렴.
어느 스님 잠드신 산사 고샅길에 핀 새침한 얼굴의 영춘화도 보러 갈 수 있게.

봄은

겨우내
눈 소식에 뚝 떨어졌던 가슴
봄이란 글자를 보자마자
새로운 심장을 만난 듯
마중물도 없이

움츠린 어깨 펴지더니
때 이른 핑곗거리에
발목 채는 이석증 아랑곳없이
멈추지 않는 타박도
귓등에 걸어놓은 채
바람난 심장은 버둥거리며
잠결에도
봄을 찾아 헤맨다

시인 지소하는
디지털 크리에이터, 삽화가, 캘리그라퍼. 출판·편집 디자인팀 ‘하솔’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문학 사랑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시집으로 ‘우연처럼 뜬금없이’ 동인지 '세모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