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해성 스님, 시인] 계묘년의 아쉬운 이별을 하는 날이 다가왔다.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는 듯하고 일 년 동안 마음이 어떠했고 순간순간의 한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돌아보게 한다. 책상에 턱을 고이고 앉아서 한해를 돌아보는데 초등학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서로는 목소리를 확인하고 너무도 반가워하며 어린 시절 이야기로 꽃을 피우게 되었다.

우리는 반가움에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요즘 젊은이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우리가 어릴 때는 쌀밥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다. 쌀밥은 가족들의 생일이나 이웃 어른들의 생신을 맞아야 서로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그맛에 감동하여 명절이나 동네 이웃 어른들의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었다.

우리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던지고 밭에 나가서 어른들의 농사일을 도와드리며 꽃과 풀을 뜯으며 칡뿌리로 간식을 먹으면서도 불평불만 없이 즐거움이 넘치는 어린시절을 보냈다. 우리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산과 들로 둘러 쌓여있고 학교를 가려면 논과 밭을 지나서 언덕을 넘고 넘어서 약 4km를 걸어서 갔다. 우리 동네에는 자동차도 볼 수가 없었고 급할 때는 자전거나 마차로 이동했다. 그래도 우리는 항상 즐거움을 안고 학교를 다니며 서로가 가족같이 친근감을 느끼며 학창시절을 보냈기에 그때그 시절의 친구들을 잊을 수 없다. 그러한 역사가 있던 고향이 대도시로 변경되었고 학교도 빌딩 숲에 들어가 있고 학생들도 아주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후배들이 드나들고 있다.

아무리 빈약한 환경이었지만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밥알 하나라도 버리면 안 된다고 부모님께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음식을 먹을 때면 농부의 땀방울을 생각하며 감사함 잊지 말아야 하고 음식을 남기고 버리면 복이 나간다고 어른들께서 항상 말씀해주셨다. 지금도 부모님께 들은 사상을 바탕으로 밥 한티도 버리지 않고 모아서 끓여 먹으며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는 음식을 먹고 남아서 버리는 음식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음식점에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그냥 버리는 모습을 볼 때 너무도 안타까움은 물론이고 낭비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인데 하며 아쉬움 가득하다. 어른들이 피땀 흘려 세운 평화로운 세상에서 물질이 소중한지 모르고 흥청망청 살아간다면 다시 어려운 시절이 돌아올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모두 절약하며 감사한 마음 잊지 않으며 살았으면 한다.

시인 해성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광림사 주지, 연화원 대표이사이자 수어통역사로 ‘자비의 수화교실’ ‘수화사랑 친구사랑’ 등을 출간했으며 시집 ‘하얀 고무신’있다. 2020년 ‘올해의 스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