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해성 스님, 시인] 올해 12월은 가을보다 더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창밖에 겨울비가 추적추적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내린다. 빗속에서 우리는 연화원 20주년을 기념하는 “수어사랑 음악회 및 자비나눔 한마음” 행사 준비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20여년전 우연한 기회에 수어에 관심을 가지면서 청각장애인들과 인연이 되었다. 오로지 눈앞에 말과 소리가 필요한 그들을 만나면서 나의 갈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소통을 수어로 현실적 바램의 충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하나로 시작하여 오늘을 맞게 되었다.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매주 만나서 수어로 법회를 진행했다. 오랜 시간 자주 만나다보니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육체적인 장애를 딪고 일어나서 우리사회에서 함께 어울려야 한다는 것을 느끼며 사회복지법인 설립하여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20주년을 맞는다. 처음부터 화려한 계획보다 함께 하며 필요성을 느낄 때 적극 추진하였다.

21세기는 문화복지의 세계라고 외치고 있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청각장애인들은 수어통역이 없이는 공연을 봐도 이해하지 못하고 시각장애인들은 봉사자가 없으면 예술문화를 접할 수가 없었다. 그러한 안타까움을 달래며 꾸준한 노력으로 노래와 연극을 수어로 연습하며 무대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는 수어사랑 음악회를 계획하며 자비의 쌀과 장애인 자녀들에게 장학금 지원을 하는 나눔의 장도 함께 실천하기위한 음악회를 매년 12월에 실시하고 있다. 우리의 간절한 발원을 읽고 많은 가수들이 노래를 불러주었고 국악인 남상일씨가 매년 공연에 동참하셔서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멜로디로 감싸주신다. 올해는 뮤지컬 및 발라드 가수인 홍경민씨도 20주년을 노래로 축하해준다고 하여 모두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우리들의 자비의 손짓이 천리 만리 울려 퍼져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세상을 열어가기를 발원하고 있다.

내가 20여 년 동안 변함없이 이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항 상 곁에서 사랑으로 봉사하고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의 덕분이기에 두손 모아 감사를 드린다. 오로지 지극한 신심 하나로 무작정 그들에게 다가가서 뛰다 보니 다른 단체처럼 번듯한 시설도 없고 부끄러운 마음 감출 길이 없지만 앞으로도 변함없이 서로 손잡고 하나 되는 세상 살맛 나는 세상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순간순간이 지나서 하루가 되고, 하루하루가 지나 한 달이 되면, 한 달 한 달이 지나 한해가 된다. 그 한해가 쌓여 죽음의 문전에 이르나니, 낡은 수레가 움직일 수 없듯이 사람도 늙어지면 닦을수가 없으니 헛되이 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는 발심수행장에 실린 원효스님을 글을 되새기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스린다. 누군가와 함께하며 베푸는 삶은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를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무리도 더욱 중요하다. 마무리는 인생의 끝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기 인생의 창조적 발전이라고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정진할 것을 다짐하는 시간이다.

시인 해성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광림사 주지, 연화원 대표이사이자 수어통역사로 ‘자비의 수화교실’ ‘수화사랑 친구사랑’ 등을 출간했으며 시집 ‘하얀 고무신’있다. 2020년 ‘올해의 스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