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해성 스님, 시인] 높고 푸른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에 가로수마다 노란 연두빛 옷으로 갈아입고 바람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나도 새 옷을 걸쳐 입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멀리 있는 친한 도반스님이 연락이 왔다. 절에 행사가 있어서 찬불가요 공연자로 초대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생각할 여유도 없이 꼭 자리를 빛내주겠다며 대답하고 며칠 동안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다.

드디어 다가온 날짜에 새벽에 기도를 바치고 바로 출발하였다. 새벽에 전세를 낸 것 같은 뻥 뚫린 고속도로는 그동안 막힌 체증까지 뚫리는 기분으로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고 신났다. 아침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니 노랗게 익어 고개 숙인 들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기슭에는 곱게 핀 들국화와 은빛 억새도 바람에 흩날리며 즐거워하는 기분이다. 산과 들판에 펼쳐진 환상적인 자연의 향기가 그동안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청풍호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산자락을 휘어감는 하얀 운무가 손짓하며 반겨주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물안개와 운무를 보니 어머머~ 아름다워라 소리가 저절로 새어 나왔다.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그들과 눈 맞추니 지난날 추억을 소환해주기에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노래를 부르며 물안개 속에 담긴 사랑을 한아름 안고 왔다.

사찰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주렁주렁 달린 사과들이 곱게 수놓으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이른 시간에도 맛있는 사과를 고르는 이들이 보인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과를 담으며 즐거워하신다. 나도 웃음 지며 좋아하시는 모습에 사과를 몇 박스 사서 도반에게 선물하였다.

산과 들에 펼쳐진 가을 풍경은 마음의 양식이 되어 가슴속에 차곡차곡 저장하였다.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누구에게라도 차별없이 아름다움을 전달해 주는 자연의 진리를 배웠다. 나도 자연의 멋진 풍경같이 언제나 아름다운 나눔으로 살맛나는 멋진 삶을 열어가기를 다짐한다.

시인 해성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광림사 주지, 연화원 대표이사이자 수어통역사로 ‘자비의 수화교실’ ‘수화사랑 친구사랑’ 등을 출간했으며 시집 ‘하얀 고무신’있다. 2020년 ‘올해의 스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