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십여 년을 함께 문학 공부를 하면서 청명한 가을빛 같은 스님을 만났습니다. 십 년을 하루같이 귀한 법문으로 아침을 열어주십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광림사 주지 해성 스님은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법인 연화원 대표 이사이십니다. 시인이시며 시낭송가로 '소리의 향기 찬불 가요'로도 언제나 밝고 맑은 소리로 가슴을 적시곤 합니다.

오늘은 초대받은 특별한 날입니다. 해성 스님의 행복의 나루터 '출판 기념 작은 음악회'에 시 낭송을 하기 위해 설레며 기쁜 마음으로 행사장을 찾아갑니다. 해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대 모임으로 아름다운 음악회를 이끌어 오셨습니다. 오늘은 가족 외 몇 분만 초대하셨답니다. 저 역시도 오랫동안 함께 공부 하다 보니 가족처럼 허물없이 대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버팀목으로 든든하기도 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강북에서 강남까지 한참만에 다다랐습니다. 불자 봉사단의 안내를 받으며 푸짐한 선물까지 받아들고 고급 뷔페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뷔페 한 쪽에 멋진 플래카드와 곱디고운 스님의 사진이 펼쳐져 있는 아담한 무대가 마련돼있습니다. 반가운 몇 분의 스님도 와 계셨고 장애인 신도들의 행복한 눈웃음은 스님의 따뜻하고 인자함으로 다가옵니다.

오늘 시 낭송 제목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습니다. 늘 [모정 불심]을 되뇌게 하는 스님의 어머님을 뵙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곱고 건강한 모습에 감동합니다. 그런데 플래카드에 쓰여진 내용과는 달리 더 아름답고 뜻깊은 사연을 듣습니다. 오늘은 다름 아닌 스님 어머니의 98세를 기념하는 효심의 날이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곧 이어서 톡톡 튀는 진행자의 입담으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순서에 따라 내 이름이 호명되고 한복을 차려입고 단상에 올라섰습니다. 제목은 스님의 시 어머니의 풍경 소리 입니다. 그런데 어머니라는 세 글자에 그만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앞에 앉아계신 스님과 어머니의 모습이 마주치면서 괜스레 서러워집니다. 목이 메어 더 이상 낭송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한참을 흐느꼈고 행사장은 침묵이 흐르고 끝내 모두 다 고개를 떨군 체 눈물로 끝을 맺습니다.

'필사' 시 해성 스님

어머니의 풍경소리

금빛노을 내려앉은 산자락
나부끼던 수풀 가뿐 숨을 삼키고
뭉게구름 쉬어가는 고요한 산사

땡그렁 땡 땡그렁 땡
처마 밑 물고기 바람에 기대어
눈물소리로 나를 부른다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배라며 잔잔한 미소로
어루만져 주시던
어루만져 주시던 어머니 어머니

잡은 손 뿌리치고 돌아선
이 자식 그리워 가슴 조이며
황혼 빛 그늘에서
옥 같은 모습 사라진 어머니

긴 세월 불효함에
가슴 깊이 묻어 둔 눈물 감추며
풍경소리에 어머니의 사랑 담아
바람에 실려 보낸다.

40여 년 전 출가한 딸을 위해 딸을 스님이라 부르며 지금도 대한불교 조계종 연화원 공양주로 부처가 따로 없는 해성 스님의 어머니 98세의 만수무강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시인 송수복은
시와수상문학작가회 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 ‘달빛에 누워’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