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해성 스님, 시인] 여름 무더위를 보내고 나니 가을이 오는 길목에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다. 청정하던 하늘이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하루 종일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에 마음이 울적하다. 가을의 비는 스산한 바람과 함께 기온이 내려가서 익어가는 곡식과 과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농부들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창밖에 비가 멈춰지기를 기다리는 순간 공연히 원망의 마음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하기를 원하고 있다. 누구나 행복을 갈구하면서도 미소보다 마음속에 화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화는 기쁨과 슬픔 즐거움 두려움 등과 같은 일상적인 감정들 가운데 현대인들에게 가장 많이 일어나는 감정이다. 결국 화는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는 순간 본인도 모르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라는 것을 다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지금 당하는 모든 고통이 다른 사람들 때문이라며 푸념하게 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로 자기 안에 들어 있던 화의 씨앗이 주된 원인이 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무작정 이루어지기를 바라기에 화가 곁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예로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여행 날짜를 잡았는데 오늘 비가 내린다고 화를 내며 자연을 원망하기도 한다. 화를 낸다고 내리던 비가 그치지 않을 것이다.

화를 내는 것은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다. 오히려 손해만 가득할 뿐이다. 우리의 행복한 삶을 방해하는 마음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화 라는 독을 없애지 못하면 우리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언제나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을 참회한다면 화낼 일이 생기지 않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된다.

오늘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어려움이 있는 것은 과거에 좋은 씨앗을 뿌리지 않은 결과라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이웃과 나누고 미소를 보이며 덕담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행복한 결과를 만나게 된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마음속에 화를 버리고 입가에 피어나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으면 한다.

시인 해성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광림사 주지, 연화원 대표이사이자 수어통역사로 ‘자비의 수화교실’ ‘수화사랑 친구사랑’ 등을 출간했으며 시집 ‘하얀 고무신’있다. 2020년 ‘올해의 스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