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해성 스님, 시인]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과 나뭇잎이 예쁘게 변하는 모습이 가을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가을을 맞으며 민족의 대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은 가족들이 만나서 부모님과 집안의 어르신들께 감사를 드리며 조상님의 은덕을 기리며 차례를 올리는 날이다.

추석을 가까이 두고 어릴 때 생각이 스쳐온다. 추석은 아주 손꼽아 기다리던 명절이었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부모님들이 우리들에게 새 옷과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해주셨다. 우리는 선물 받은 새 옷을 입고 동네를 뛰어나니며 자랑하고 맛있는 음식도 마음껏 나누어 먹는 날이기에 더욱 기다린 것이다.

어린 우리도 집안에 작은 도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에 다녀온 후 책가방을 던져놓고 각자 소쿠리를 들고 모여서 산으로 향한다. 송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솔잎을 넣어야 한다고 해서 거의 몇일 동안 솔잎을 따서 이웃에 골고루 나누어 주곤 하였다. 친구들과 산에 올라서 소나무 가지를 꺾으며 솔잎을 따는 그 순간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좋았다. 이렇게 재미있는 추석이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면 좋겠다며 어른들께 말씀드렸다가 야단맞기도 했다.

동네 사람들이 느티나무 밑에 자리를 깔아놓고 모두 모여 어머니들이 쌀가루를 반죽해 주시면 우리도 어른들 틈에 끼어서 제일 예쁘고 맛있는 송편을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만들어진 송편은 가마솥에 솔잎을 골고루 깔아서 나뭇가지를 태우며 찌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제사상에 내가 만든 송편이 올라갔다고 자랑하며 조상님들께도 더욱 맛있게 잡수라고 하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나 동네 이웃들이 함께 웃으며 선물을 교환하며 차례를 준비하는 모습이 언제부터 사라져서 안타까운 실정이다. 지금은 세상이 변하여 각자 집에 모여서 송편을 만드는 것보다 시장에 가서 사던지 전화로 주문하여 차례를 올린다. 송편 모양도 질도 각종 색상에 다양하게 변했다.

그때는 송편을 찌려면 그냥 이유없이 솔잎을 넣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하여 솔잎의 특성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솔잎이 향기만 좋은 것이 아니라 향 자체가 향신료 역할 을하며 또 방부제 역할도 한다고 쓰여있다. 그래서 오래 두어도 쉬지 않고 피로회복 감기 예방에도 좋은 성분이 있다고 한다. 그때는 컴퓨터도 없었고 냉장고도 없어서 오로지 서늘한 그늘 바람이 냉장고 역할을 해주고 여름과 가을로 변하는 환절기에 감기 예방에 솔잎을 사용한 것이다. 송편 하나에서도 우리의 조상님들의 지혜가 탁월하시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한다.

이 뜻 깊은 추석을 맞아 근심 걱정 잠시 내려놓고 이웃들과 함께하던 옛추억을 되새기며 풍요로운 마음으로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뜻깊은 명절이 되기를 기원한다.

시인 해성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광림사 주지, 연화원 대표이사이자 수어통역사로 ‘자비의 수화교실’ ‘수화사랑 친구사랑’ 등을 출간했으며 시집 ‘하얀 고무신’있다. 2020년 ‘올해의 스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