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영희 시인] 어둠이 하얗게 사위어가는 새벽입니다.
불면이네요. 지난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말았습니다. 길섶 벌레들 협주곡이 잔잔하게 들려와 뒤척이는 몸짓이 힘든 줄 몰랐습니다.

밤바람은 지휘 하느라 바쁜지, 귀 기울이고 있는 저를 몰라라 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마음은 마음이 닿는데로 먼 곳을 다녀왔어요.

새벽을 여는 여명에 등 떠밀린 어둠이 게슴츠레 해질 무렵 깜박 잠이 들었는데 꿈결처럼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잠이 깨고 말았어요.

아, 그니의 알람 소리였네요. 에이, 좋다 말았어요. 지난 석 달 열흘 일신의 시달림을 겪으며 물거품의 웅장함을 담은 바다가 보고 싶었고 꿈꿔 왔었거든요. 언제 바꿔놓았을까요.

애국가 첫 소절의 드럼 소리었고, 서부 영화 OST의 한 소절이었다가 이슬의 노래 같은 청량한 소리었는데....

아직 어슴푸레한 새벽. 동트기 전 밖으로 나가야 하는 그니를 위해 요깃 거리를 간단히 차려냅니다. 시원한 커피도 텀블러에 가득 채우고 면역과 활력을 위한 건강 보조제 몇 알도 옆에 챙겨놓습니다.

오늘도 분주한 희망이 동그랗게 다가오는 걸 봅니다.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며 시작한 오늘, 사는 일 하러 가는 그니를 몇 마디 당부와 함께 웃으며 배웅한 후 저도 희망을 걷기 위한 준비 운동을 합니다.

내 사랑은

산발한 머리를 한 채 구심점 없이 나풀거리다
바쁜 듯 휘청거리다 손잡은 그림자 위에서
웃고 넘겨야 할 시간을 건너
숱한 골짜기의 소소리 바람을 잠재우고
넘실대는 잡념 사이를 비집고 눌러앉는 것

서러운 원망을 동반하지만

가슴 설레다 마른 목을 달래다
다 저녁 끝까지 외발로 기다리다
못나고 초라해 보일 때야
한 발짝 다가서는 마음

그 사람 행복하게 할 단순한 마음을
사르고 팔다 어느 순간
무심하고도 무심하게
가만히 불러 보는 것

시인 박영희는
한국문인협회 회원, 디지털 삽화가, 칼라맨, 캘리그라퍼. 출판편집 디자인 팀 ‘지소사’의 팀장, 시와수상문학 운영위원장으로 문학사랑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박영희 시인은 필명 ‘지소하’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 ‘우연처럼 뜬금없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