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해성 스님, 시인] 휴대폰은 항상 나와 눈 맞추며 손끝을 따라다니며 각종 정보와 지식을 쌓아주며 내가 필요한 자양분을 가득 모아 주고 보람된 삶의 길을 열어준다. 오랫동안 잊었던 기억도 찾아서 싱그러운 추억을 마음속에 키워주는 고마운 친구이다.

더욱 고마운 것은 각종 필요한 물건도 버튼만 누르면 전국 어디서나 즉시 배송이 되고 있다. 또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우리나라 산사는 물론이고 세계 어느 나라도 곳곳을 마음대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궁금한 일도 속히 찾아 해결할 수 있게 알려주고 국내외 새로운 크고 작은 소식도 빠른 속도로 전파해 준다. 요즘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휴대폰은 필수품이 되었으니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한없이 많은 폰의 성능은 모든 정보에 얼마나 빠른가로 결정되기도 한다.

어느 날 휴대폰이 갑자기 작동이 멈추었다. 미리 신호를 주었을 텐데 알지 못해서 서운했던 것 같다.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쉬지 않고 곁에 두고 사용하면서 휴식시간을 주지 않고 빠른 정보를 제공해 주기만을 바랬다. 폰이 멈추니까 모든일이 마비되고 아무일도 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 많은 사람의 전화번호를 다 외웠는데 지금은 가족들의 번호도 기억되지 않았다.

급히 연락을 하려니 전화번호가 아른거려서 수첩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망설이다가 옆에 있는 분께 부탁하여 전화하니 색다른 번호라서인지 통화할 수가 없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옛날에는 길가에 공중전화가 있어서 일이 생기면 아무 곳에나 연락할 수 있었는데 휴대폰이 활성화 되면서 공중전화도 어디론가 사라진 실정이다. 이제야 그때 그시절 공중전화의 고마움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폰의 기능만이 아니고 누구보다 빨리해야 된다는 속도의 경쟁 속에서 성격도 빨리 빨리로 급해지고 있다. 직장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승진하고 빨리 집을 사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때로 쉬어가면서 나를 돌아볼 줄 알아야 속도의 경쟁에서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잃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요즘은 아주 살기 편한 세상이다. 그러나 많은 정보 속에서 한발 물러나 그 진위를 찬찬히 생각할 여유와 신중함을 잃어가지는 않는지 반성할 일이다. 일상 속에서 이렇게 내가 아는 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살피는 자세야말로 내 삶 전체의 진실한 가치를 바로 보는 혜안을 길러 주게 된다.

시인 해성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광림사 주지, 연화원 대표이사이자 수어통역사로 ‘자비의 수화교실’ ‘수화사랑 친구사랑’ 등을 출간했으며 시집 ‘하얀 고무신’있다. 2020년 ‘올해의 스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