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반 번호 1번.

중학교에 입학 한 나는 제일 작아 맨 앞이었다. 왜소한 체구에 성격도 온순하다 못해 소극적이었다. 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 하였다.

국민학교를 아버지의 직업 따라 옮겨 다니느라 친구를 제대로 사귀지 못하였다. 출생도 미숙아로 태어나 살 것 가지 않아 호적도 백일이 지나서야 올렸다. 붙임성 없고 존재 자체도 있는지 없는지도 가늠되지 않는 나를 일깨워준 분이 있다.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 이름도 당대 여배우 트로이카 중 한 사람이었던 문희. 성은 나와 같은 노문희. 선생님은 영어로 소개하면 ‘나는 문희가 아니에요. 노 문희’ 처음엔 그 뜻을 모르다가 영어를 깨우치면서 안씨와 노씨는 사촌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때는 현숙한 여자의 상 현모양처를 지향하던 때라 가정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인기가 높았다. 선생님도 큰 체구는 아니었다. 작고 아담한 체구에 가정을 가르치셨다. 천상 여자다웠다.

나는 맨 앞자리에서 선생님의 손길을 느끼고 보살핌을 받으며 중학생이라는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내게 좀더 많이 먹고 운동도 하여 체력을 키우라고 일러주셨다. 작은 체구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적다고 알려주셨다. 도시락도 싸 와 교실에서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하였다.

여름방학을 마치고 학교에 돌아가니 반 분위기가 술렁거리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바뀐단다. 선생님이 그 동안 준비 해 오던 독일유학을 떠나게 되셨단다. 내겐 청천벽력의 순간이었다.

선생님을 보내드릴 수가 없었다. 가지 마시라고 눈물로 호소하고 메 달리는 나는 그야말로 철부지였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내치지 않고 품에 꼭 안아주시며 다독이고 달래주었다. 지금은 헤어지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게 많다고 하면서 2년 뒤 돌아와 다시 보자고 지금은 헤어져도 또 만날 수 있다고 말하셨다.

선생님을 보내는 날. 학교도 안가고 김포공항 간다는 것이 버스를 타고 엉뚱한 곳을 헤매느라 공항에는 가지도 못했다. 혼자 길에서 헤매며 울었던 기억밖에 없다. 그렇게 선생님을 보내고 나 역시 다짐하였다. 그래. 반 번호를 30번을 넘어보자. 정말 잘 먹고 달리기도 하여 나는 고등학교 입학식 날 36번이 되었다. 한 반에 60명 정원에 반은 넘었다.

나와 성이 같고 작은 체구에 ‘나는 문희가 아니에요’하던 선생님의 인사말을 사회에 나와 ‘나는 경민이가 아니에요. 미세스 노랍니다’인사하고 있다.

지금도 선생님이 그립다.

선생님의 그림자도 조심스러워 밟지 못하던 하늘 같은 선생님! 뵙고 싶습니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