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문민순 수필가] 아름다운 관계는 달콤한 사탕을 먹는 것과도 같다. 다양한 삶의 길 위를 걷노라면 수많은 인연을 만나 이런저런 관계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세월의 나이테만큼이나 만나는 사람도 많다. 불가에서 말처럼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듯 다가오는 인연은 피할 수도 없다.

관계의 원리는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의 에서부터 존재의 가치가 성립된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자연스레 친분이 쌓이게 되면서 가까운 관계로 이어진다. 그렇게 맺은 인연에서 누구와는 좋은 관계가 되어 행복을 불러오고, 누군가는 차라리 만나지 못한 악연이 되어 불행에 빠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끊어내고 싶어도 끊일 수 없는 묘한 관계로 지내는 사람도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사람을 만나면 우선 상대의 외모에서 느끼는 감정에 따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곤 한다. 몇 번인가 사람으로 인해 상처 입고, 실망하고, 괴로움을 겪고부터 생긴 버릇인지도 모른다. 물론 나 자신 욕망에 눈멀어 앞뒤 생각 없이 그저 내 마음 같으려니 사람을 믿었던 게 가장 큰 잘못이지 싶다. 내 마음이 그렇듯 사람들 또한 높은 곳에 오르고 싶어 한다. 휘황한 불빛에 뛰어들면 고대 죽는다는 것을 알고도 겁 없이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좀 더 낳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생존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남보다 한 발자국 앞서기 위해 무모하게 달려든 나의 무식의 소치(無識 所致)에서 비롯된 상처인 줄 알면서도 누군가를 원망하고 탓하는 것으로 나의 위안을 삼으려 한다.

얼마 전 일이다. 지인의 권유로 클라우드1 이라는 1번 사업자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겨 여일 제쳐두고 참석했다. 본래도 호기심이 많은 나는 게임과 여행 메타버스(가산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터라 휴대전화로 즐기는 게임이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도전했다. 미국에 있을 때도 스트레스 해소하기 위해 가끔 카지노장을 출입한 적이 있다. 나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기대랄까, 한 시간 강의를 듣는 내내 그가 전하는 진실이 내 가슴으로 전이되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건 그만두고서라도 성별과 나이의 적고 많음을 떠나 그의 인생 철학은 순수한 감동 그 자체였다. 돈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 얼마를 버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의 이름으로 `지구촌과 사랑의 하모니`라는 단체에 운영후원금으로 5억을 기부했다고 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이 단체는 노숙자와 취약계층과 청소년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밥 한 끼 제공하는 곳으로 무료급식소를 200여 곳이나 운영하고 있다.

세상의 밝은 빛으로 살고 싶다는 그는 CROWD1 대표 채광석씨다. 기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을 일도, 어떤 보상을 받을 일도 없음에도 그는 세상의 등불을 자처하며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뿐. 어찌 살면 저토록 고운 심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존경의 마음이 저절로 솟는다. 아마도 마음 수양을 오래도록 닦은 아름다운 결과물이지 싶다. 예로부터 착한 마음은 하늘의 복으로 되돌려 받는다고 했으니 채광석씨 삶에 밝은 희망이 가득 찰 것 같은 예감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아직도 끼니를 제대로 못 먹는 사람들이 이 지구상에는 많다고 한다. 이즈음처럼 뭐든 흔한 세상에 어려운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어느 시대이건 음지와 양지의 존재는 있게 마련이라지만 못 먹어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한때 나 역시도 실의와 가난, 좌절과 절망을 겪은 슬픈 기억들이 새삼 부스스 되살아난다.

상주에 계신 조 목사님도 나그랑 봉사 단체를 이끄는 분이다. 그분이야말로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사람들이다. 이런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는 삶을 배우고 진실한 인생의 여정이 무엇인가를 깨닫곤 한다. 사람으로서 도리를 지켜야지만 서로가 좋은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 해도 영원히 지속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돌고 도는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우리는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정희성 시인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라는 시어가 생각난다.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같이 있을 때는 소중한 줄 모르고 지내는 것 같다. 헤어져 나이 들어 혼자 살다 보니 송곳 같던 뾰족한 감정은 오간 데 없이 사라지고 복닥거리며 지지고 볶고 살던 때가 내 삶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던 듯싶다.

아쉽고 그리운 마음에 예전의 관계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보지만 한 번 무너진 관계를 원상복구 하기에는 쉽지 않을 듯하다. 무관심으로 살아온 시간의 경계가 너무나 길어 단단한 옹벽이 쌓인 지 오래다.

행여 못다 이룬 관계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일이다. 드넓은 사막에도 어딘가 오아시스가 있듯 아무리 단단한 옹벽도 세월의 더께에 쓸려 빈틈이 생기지 않았을까. 아름다운 관계를 잇는 것도 결국엔 내가 찾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을.

수필가 문민순은
한국수필로 등단.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한국수필작가회 이사이며 한국수필 제5회 독서문학상 대상 수상했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 4번선 없는 기타ㆍ사랑에는 향기(공저)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