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5월은 참 많은 행사들이 겹쳤습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라서 여느 날 보다 사뭇 다르게 느껴옵니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님이 양로원에 계실 때 예쁜 카네이션 화분을 사다가 어머님 누워계신 창가에 놔드리곤 했었습니다. 양로원이 친정집이라 여기며 드나들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아침 일찍 지인의 아들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영상통화를 원했습니다. 이유인즉 그의 부모님이 양로원에 계시는데 어머님이 나를 몹시 보고 싶어 하신다고 영상통화로 연결해 줍니다. 깜짝 놀랐고 너무 오랜만에 뵈어서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래도 생각 보다 밝은 모습으로 좋아 보였습니다.

그의 부모님과는 오랜 세월 친인척 못지않게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에 아버님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어머님과 함께 살 수 없을 만큼 딱한 사정에 처했습니다. 그래서 아버님과 어머님을 따로따로 양로원에 못시게 됐습니다. 그리고 주말마다 양쪽으로 다니면서 보살핍니다. 나도 그 또래의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몇 년 동안 안 보인 그의 어머님이 죽었다는 소문이 퍼져서 친하게 지냈던 나에게 전화들을 걸어옵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놀라면서 그 아들한테 또 확인을 하곤 합니다. 가끔은 답답한 속내를 내게 털어놓을 때도 있습니다. 눈물겹게 아픈 마음을 이해하면서 힘내라고 응원해 줍니다. 정말 남의 일 같지만 않습니다. 세상 어느 누군가의 가정에도 닥칠 수 있는 일이기에 말입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아버지로 인해서 어머님이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요양 병원에서 재활 치료 등 많은 병원비로 아들이 힘들어했습니다. 그런 아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 양로원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보낼 수 밖에 없었고 가야만 했던 가슴 아픈 모자의 사연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우리는 친 자매처럼 지냈던 사이라서 조심스럽게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어차피 아들의 짐을 덜어줄 마음이라면 아무리 밉고 미운 남편이지만, 살면 얼마나 살겠습니까? 이제 그만 용서하고 양로원에 아버지와 어머님이 함께 계신다면 아들이 덜 힘들 것 아니겠냐고 건의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쉽게 용서가 안되는가 봅니다.

그래도 아들은 부모님이 건강하게 잘 계신다고 그마저도 감사를 드린다고 합니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착하고 부지런한 지인의 아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면서 그의 가정에도 복된 나날 이어지길 기도합니다.

시인 송수복은
시와수상문학작가회 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 ‘달빛에 누워’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