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해성 스님, 시인] 꽃샘추위가 오랫동안 기승을 부린다. 아직도 연못에는 굳은 얼음이 집을 지키고 있다. 경칩이 다가오니까 개울가 차가운 얼음장 속에서는 버들강아지가 보송보송한 옷을 자랑하며 추위를 물리치는 모습이다. 햇살이 비추는 양지쪽에는 새싹이 눈을 비비며 움트려고 몸부림치는 기분이다. 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며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다.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추위에 제일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이 바로 매화다. 언제부터인가 매화꽃이 우리 인생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친근감을 느끼며 좋아한다.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매화꽃을 기다리기 어려워서 바쁜 일정은 뒤로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매화를 만나러 지리산으로 달려 갔다.

산길을 돌아서 암자에 도착하니 매화가 도반보다 먼저 손짓하며 반겨준다. 그들은 추운 겨울에도 스님들의 염불 소리와 목탁소리를 들으며 고운 꽃망울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수행하여 피어난 모습이다. 춥고 힘들 때는 법당의 향 내음으로 달랜 듯하다. 모든 잎새들이 사라진 앙상한 가지 사이에서 나만의 꽃을 피워 고결한 자태가 수행자 같아서 마음을 고요하게 해준다. 툇마루에 걸터앉아서 풍경소리와 벗하며 매화와 맘껏 눈 맞추고 아름다움을 듬뿍 가슴에 담으며 시 한편 적어본다.

매화꽃 당신

심한 눈보라 폭풍우에도 흔들림 없이 분노의 마음 내려놓고 스님처럼 수행하던 당신/ 내려오는 햇살 안고 바람과 대화하며 꽃망울 터지는 소리/ 봉우리에 포옹하던 하얀 눈송이 꽃술 향기에 옥구슬로 수놓고/ 어머니 가슴에 들려오는 산사의 풍경소리 매화향에 기대어 선방(禪房) 문을 두드리니/ 가슴에 걸린 사랑한 줌 / 향 내음에 출렁이며 작은 감성의 날개로 허공을 흔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바세계 고통의 바다라고 한다. 삶에 어려움이 생겨도 희망이라는 견고한 뿌리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다. 자신의 희망을 위하여 어려움을 이기고 온 힘으로 정진하여야만 매화 꽃 같이 아름다운 인생을 수놓을 수 있다.

시인 해성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광림사 주지, 연화원 대표이사이자 수어통역사로 ‘자비의 수화교실’ ‘수화사랑 친구사랑’ 등을 출간했으며 시집 ‘하얀 고무신’있다. 2020년 ‘올해의 스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