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능인 스님, 시인] 이름 모를 산새들 울음소리가 단잠을 깨우고 하늘의 흰 구름 한가로운 이른 아침이다. 날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 사람들은 세상이 변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세상이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한 것이다. 한때는 하늘과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삶이 어리석은 듯했지만, 너무나 맑고 깨끗한 마음이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다. 가난으로 인하여 물질적 생활 형편은 항상 부족했지만, 이웃 간의 인정만은 넉넉했었다. 그러나 물질문명이 발전할수록 사람의 인성은 개인적 이기주의로 변하게 되었다.

물질문명의 변화에 따라 사회가 각박하고 개인주의가 된 것은 그나마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식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바람이 불거나 추위에 떨면 바람막이가 되고 굶주림에 허덕일 때는 당신은 굶어도 자식의 배는 채워주시며 애지중지 키워주신 분이 부모님이다.

그리고 우리가 태어나서 긴 세월 어른이 되기까지 크고 작은 아픔과 힘든 일이 있을 때 마다 부모님에게 의지하지 않은 자 얼마나 될까 싶다. 이제 모든 것을 해결하고 부모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 갈 수 있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을 외면하거나 적대시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할 수가 없다.

예전부터 전해오는 말이 있다. 아버지의 건장한 힘은 능히 열 자식을 안고 뛰며 울타리가 되고, 어머니의 여리고 작은 가슴에는 열 자식을 품어 안는다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림막이가 되어 커가는 자식들 바라보며 힘든 것도 잊고, 그것을 행복이라 여기며 한 생을 바쳤다.

그러나 건장하고 넓은 열 자식 가슴에는 한 부모 기댈 자리가 없다. 이 말씀은 조(祖) 자(子) 손(孫) 삼대가 한집에 살면서 기쁘고 슬픈 일도, 힘들고 괴로운 일도, 모두가 하늘이 주신 행복이라 생각하며, 화목은 물론 효심이 가득했던 그 시절에 선조들께서 하신 말씀이다.

찢어지게도 가난했던 이 나라에 태어나서 입을 것, 먹을 것, 모두가 부족할 때. 6,25사변이 일어나서 폐허가 된 고향을 떠나 모진 피난살이에 하루하루 끼니조차도 해결할 길이 막막했던 시절이 있었다. 산과들을 헤매며 먹을 수 있는 풀이면 무엇이든 뜯어먹고 허기를 달랬다. 감자, 고구마, 시래기, 죽 한 그릇에 모진 목숨을 지탱하면서도 자식의 안일만을 걱정했다. 그렇게 힘들고 험난했던 가시밭길을 동분서주하며 눈물로 밤을 새던 보릿고개의 삶에서도 당신들이 살아오신 힘들고 고달픈 삶만은 절대로 물려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허리띠 졸라매며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우신 부모님이다.

이제 나이를 먹고 세월 약에 취하여 몸은 병들고 정신마저 혼미하지만, 자손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나라정책에 의한 보살핌을 받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나라의 보살핌이 지극하다 하더라도 자식을 향한 그리움은 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다. 그렇게 소리 없는 눈물을 삼키다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홀로 그리움에 울어야 했을까.

한 번 가신 부모님은 다시는 뵐 수 없건만, 너나 할 것 없이 무엇이 그리도 바쁘고 할 일이 많은지 무심한 마음으로 핑계를 거듭하며 걸어온 우리들의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부모님께서 쓸쓸히 홀로 가신 그 길이 바로 우리가 가야할 길일뿐 아니라,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삶의 종착역이 될 것임이 자명해지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잠시 스쳐가는 젊음에 취해 스스로 깨닫지 못함이 너무나 안타깝다.

시인 능인스님은
행복사 주지스님으로 수행자이자 예술인. 시집 ‘능인의 허튼소리’를 출간한 스님은 음반 ‘마음의 향기’ 17집의 작사ㆍ작곡ㆍ편곡한 한국음반저작권협회 회원이며, 430여회 봉사한 공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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