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KGBA 제공

[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멀리건’은 골프에서 실수한 샷을 없던 셈 치고 다시 한번 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티샷을 잘못 쳤을 때 벌타 없이 한 번 더 치는 것을 뜻하는데, 인생도 이런 기분 좋은 ‘멀리건’과 ‘컨시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멀리건’에 관련된 책자를 찾다 보니 ‘켄 블랜차드’와 ‘월리 암스트롱’이란 분이 같이 쓴 『멀리건 이야기』라는 책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골프를 하면서 오로지 이기는 것과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만 신경 쓴다면 골프를 하는 진짜 목적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골프를 하면서 즐거움을 얻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아름다운 주변 경치를 즐기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라고 적혀 있다.

또한 “골프는 인생을 닮았는데 인생에서와 마찬가지로 골프를 하면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방해하지 말아야 하며, 특히 자연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골프를 인생처럼 목표를 올바르게 설정하고 경쟁을 하되, 배타적 목표에 중점을 두지 말고 서로 나눠도 줄어들지 않는 가치에 목표를 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니까 적당히 창조적으로 재미있게 내기는 하되 서로에서 상처를 주거나 마음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되므로 ‘멀리건’과 ‘컨시드’도 적당히 주면서 서로 위하다 보면 즐거운 라운드가 된다고 했다.

‘멀리건’은 원래는 티샷을 잘못 쳤을 때 벌타 없이 한 번 더 치는 것을 뜻하지만, 두 번째 샷이나 세 번째 샷에도 적용해서는 안 된다.

‘멀리건’은 ‘컨시드’와 함께 골프에서 상대에게 주는 가장 큰 호의(好意)의 표현이다 보니 ‘멀리건’과 ‘컨시드’는 접대 골프에서 빠지지 않는다.

물론 접대 효과는 ‘컨시드’보다 ‘멀리건’이 훨씬 크다.

‘컨시드’는 아직 시도하지 않은 퍼트를 성공한 것으로 간주하는 용어이다.

‘컨시드’를 받으면 “어차피 성공할 퍼팅”이라고 전제하지만, 의외로 ‘컨시드’를 받고도 방심해 퍼팅하면 많이 실패하기도 한다.

‘멀리건’과 ‘컨시드’는 골프 규칙 1조 3항에 있는 ‘합의의 반칙’에 해당돼 허용하지 않으므로 프로대회 등 공식경기에서 ‘멀리건’과 ‘컨시드’를 주고받는 것은 명백한 규칙 위반이다.

‘합의의 반칙’은 규정 위반 행위를 서로 눈감아주는 것으로 골프에서 그에 대한 벌은 엄해 어지간한 규칙 위반은 벌타로 끝나지만, 이는 곧 실격되고 공소시효도 없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합의의 반칙’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경기성적은 말소되며, 심지어 규칙을 위반하자고 합의만 하고서 실제 실행에 옮기지 않았어도 처벌받는다고 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별명은 빌(Bill)이라는 이름과 멀리건(Mulligan)을 합쳐 ‘빌리건 (Billigan)’이라고 했는데, 골프를 하면서 멀리건을 많이 받아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동반자가 멀리건을 주지 않았는데 한 번 더 치겠다며 “이건 멀리건”이라고 하면 ‘셀프 멀리건’이 된다.

필자와 가끔 라운드하는 분은 18홀에 두세 번 ‘멀리건’을 스스로 정해 하다 보니 할 말이 없을 때가 많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그럴 때는 OB가 되어 ‘자칭 멀리건’이 무색해지는데, 이런 것을 보면 세상에 아무리 정의가 사라졌다고 해도 정의는 분명히 살아 있는 것이 맞다.

충분히 퍼팅으로 넣을 만큼 아주 짧은 거리인데도 ‘컨시드’를 주지 않으면 스스로 “이거 오케이~ 맞지?”라면서 볼을 줍는 때도 있다.

이러면 ‘컨시드’를 주지 않은 동반자들은 아주 인색한 것이 맞고 ‘셀프 컨시드’를 한 사람은 머쓱해지며 섭섭함이 생길 수 있다.

골프 내기할 때 ‘멀리건’과 ‘컨시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돈을 잃은 동반자에게는 배려 차원에서 다른 동반자의 동의하에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는 동반자 각각의 상황과 각자 생각이 다르므로 매우 신중해야 한다.

퍼터의 길이 정도 남아 있는 퍼팅 기회에 컨시드를 주지 않으면 “우정에 금이 간다”라고 하지만, 내리막 퍼팅에서 옆으로 경사가 있는 짧은 거리를 ‘컨시드’ 주기란 절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골프를 하다가 우정에 금까지 가면 절대 안 되므로 적당히 컨시드를 주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서 ‘멀리건’도 아끼지 말고 넉넉하게 줘 동반자를 시름(?)에 빠지지 않게 해준다면 훨씬 즐거운 라운딩이 될 것이다.

인생도 어찌 보면 골프처럼 수없는 실수의 연속이기 때문에 정말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한 번쯤 다시 할 수 있는 구제를 받고 싶다.

그럴 때 ‘인생 멀리건’과 ‘인생 컨시드’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오직 한 번으로 결정이 나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은 ‘멀리건’과 ‘컨시드’가 절대 없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 <계속>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