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자료사진=KLPGA 제공)

[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옛날 새색시가 연지곤지 찍고 시집가던 모습을 직접 본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은 폐백을 드리며 어르신께 절을 올릴 때나 한복을 입고 족두리 쓴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새색시는 원래 예쁘지만 고운 한복을 입고 앵두 같은 입술에 복숭아 닮은 볼은 보기만 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첫날밤에 들뜬 신랑에게는 신부를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예쁠 것 같다.

골프를 시작해 처음으로 필드 라운딩을 할 때 골퍼들 사이에서는 “머리를 올린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골퍼 대부분이 의아해하지만,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는 잘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대부분 전통 혼례 방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탓일 것 같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골프 강국의 반열에 이미 올랐고, 많은 스포츠 중에서도 골프 인기가 아주 높다. 또한 골프 인구도 세계 여러 나라 중 많은 편이나 정식 골프 용어에 “머리를 올린다”라는 말은 없다.

옛날에 태어나 전통 혼례를 올린 회장님 정도 되는 나이에 골프를 하는 분들은 실제로 결혼 첫날밤 예쁜 신부가 잠자리에 편하게 들라고 족두리를 벗긴 후 머리를 묶어 올려주었으니, 이 말의 뜻을 정확히 알고 계실 성싶다.

난생처음 필드 라운딩할 때 “머리를 올린다”라는 말은 마치 신랑이 첫날밤 신부를 맞듯 골프 초보자에게 첫날밤을 치르듯 잘 보살펴주고 골프의 예절과 규칙을 알려준다고 해서 붙여진 의미가 아닌가 싶다.

“머리를 올린다”라는 말의 의미는 분분하다. 그중 하나는 골프의 준비과정이 기생이 머리를 올리는 것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해서 그렇게 유래 되었다는 설도 있다. 또 하나는 전통 혼례에서 남자는 상투를 틀고 여자가 머리를 올리는 데 유래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골프장에 생애 처음으로 나와 첫 라운딩을 하다 보면 어떤 의식을 치르는 듯한 생각을 하게 된다. 첫 라운딩에서 경험했던 설렘은 아주 오래 선명하게 기억되고, 동반자와 캐디의 눈치를 보면서 허둥지둥 정신없이 필드를 뛰어다녔던 모습은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누구에게나 첫 라운딩은 그저 마냥 마음이 설레고 흥분된다. 싱숭생숭했던 그 날은 마치 어린 시절 소풍 가던 전날 밤이나 결혼식 전야에 밤잠을 설치던 추억과도 매우 흡사해 첫 라운딩의 경험을 골퍼들은 오랫동안 잊지 못한다.

골퍼들이 골프를 시작해 필드에 나가려면 기본자세를 배우고 필요한 장비를 사게 마련이다. 어느 정도 준비되면 주변 지인들의 권유와 도움으로 필드를 처음 경험하는데 그렇다고 이것이 시집 장가가는 것과 비교될 정도는 아니다.

필자의 머리는 25년 전 건물설계를 해 드린 건축주 고등학교 선배님께서 올려주셨다. 그날은 어찌나 정신이 없고 심란했던지 공도 많이 잃어 먹고 끝난 후 잔디가 파란색이었는지 누런색이었는지 생각도 안 난다.

그 선배님은 고교 골프대회에 나가 준우승할 정도의 실력이 있었다. 머리를 올린 10여 년 후 그 선배와 라운딩할 때 그 선배님이 “못 쳐도 프로티에서 쳐라~”고 하기에 처음으로 프로티에 서 보니 시야가 아주 좁고 거리가 멀어 무척 고생했다.

프로티에서 경기하는 프로들은 거리도 훨씬 멀고 시야가 좁아 정교하게 쳐야 하는데, 그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공을 멀리 보내고 버디도 쉽게 하므로 역시 프로는 아무리 직업이더라도 정말 대단하다.

우리가 TV에서 보는 프로나 이름이라도 들어본 프로는 상위 5% 이내에 들어가는 선수들이다. 그 나머지 95%의 선수들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심지어 받는 상금으로 라운딩 비용도 해결이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상금도 못 받는 프로들은 100% 자비로 라운딩해야 하므로 골프로 밥을 먹고사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아직 머리를 올리지 않은 분이나 새로 골프에 입문하는 초보자들은 천재적인 골프 소질이 없다면 아예 프로가 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골프를 10년 넘게 친 사람이 우스갯소리로 “내가 공을 안 쳤으면 집을 한 채는 샀을 거야~”라고 흔히 이야기했으나 이제는 그런 말이 안 통한다. 불과 몇 년 만에 집값이 폭등했는데 골프를 치며 굳이 돈 많이 썼다고 자랑하려면 최소 20년은 쳐야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초보자는 머리를 올릴 것인가, 아니면 공을 안 치고 집을 살 것인가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ㅎㅎ~.<계속>

최재인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