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해성 스님, 시인] 창밖에는 눈이 펄펄 내린다.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하얀 눈꽃들이 온 동네에 가득 피었다. 올 한해 힘들고 어려웠던 일을 다 덮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라는 깊은 뜻 같다. 그리고 오랫동안 지친 마음도 하얗게 지워준다. 깨끗해진 마음으로 뛰어나가서 눈과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나 마음뿐이다.

하얗게 내리는 눈은 한해를 마감한다는 의미도 있다. 새해를 맞으며 서로 발원하며 덕담을 주고받은 것이 엊그제 같다. 그런데 벌써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간이 되었다. 책상 위에 달력도 한 장만 외롭게 걸려있다. 올해도 이루려고 벼르기만 하다 실행하지 못한 일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하루하루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하루가 있기에 한 달이 있고 한 해가 있어서 끊임없이 작은 마무리를 해야 한다. 언제나 마무리를 잘해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오늘이 일 년 중에서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짓날이다. 동지는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경사스러운 날이라서 “작은 설“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동짓날은 신도님들이 모여서 팥죽을 준비하고 기도를 올린다. 옛날부터 동지팥죽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전해 온다. 또 동지 팥죽은 설날 떡국처럼 새해 소원을 비는 음식이라도 해석할 수 있다.

불교계에서는 동지를 맞아 새해 기도를 시작하며 부처님과 조상님께 팥죽 공양도 올린다. 그리고 지역의 복지관이나 길가에서 동지팥죽을 나눔 행사를 많이 하고 있다. 팥죽을 먹는 이유는 새해에도 건강하고 마음의 잡귀 곧 욕심, 성냄, 어리석음을 물리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결국 모두 삼독심을 버려야 행복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는 서로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스한 정을 느끼고 나누어야 한다. 서로 나눔이 없다면 행복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제일 좋은 기쁨과 소유는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가장 귀한 소유는 신뢰이며 최상의 기쁨은 도를 따르는 것이며 지속적인 즐거움은 통찰력을 지니는 것이니라”고 말씀하셨다. 동지 작은설을 맞아 그동안의 아픔은 하얀 눈으로 덮고 신뢰와 베품으로 행복이 가득하기를 발원한다.

시인 해성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광림사 주지, 연화원 대표이사이자 수어통역사로 ‘자비의 수화교실’ ‘수화사랑 친구사랑’ 등을 출간했으며 시집 ‘하얀 고무신’있다. 2020년 ‘올해의 스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