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한 해를 보내면서 가장 뜻깊은 만남으로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육십여 년 동안 생사를 모르고 애태웠던 고종사촌 남동생을 만났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산가족이 따로 없습니다. 말로만 듣고 TV에서 이산가족 찾는 장면을 보면서 흐느꼈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오랜 세월 속에 많이도 변해버린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만남이 소중했던 값진 눈물을 흘렸습니다.

시골에서 한동네 살았던 고모네는 아들 부자로 소문났습니다. 딸을 원했는데 아들만 일곱 명이었습니다. 모두 헌칠한 키에 잘생겼고 착하게 자랐던 어린 시절이 스쳐갑니다. 사내아이들만 키우다 딸이 그립다며 조카딸인 나를 무척이나 예뻐했습니다. 명절 때마다 색동옷을 사주셨고 집에 가면 콩이 많이 섞인 하얀 쌀밥을 주셔서 어린 마음에도 가난한 우리 집 보다 고모네는 정말 부자였습니다. 내가 서울로 온 후에도 그리도 나를 보고 싶어 하셨답니다. 고모부도 친딸처럼 예뻐해 주셨는데 두 분 다 일찍 저희 곁을 떠나셨습니다.

사촌들이 성장기를 맞으면서 객지로 떠돌다 소식이 끊어지고 생사를 모를 정도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누가 누군지 이름과 얼굴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돌아가신 친정 어머님도 사촌들 이름을 부르면서 궁금해 하셨습니다. 고모부 살아생전 엔 우리 집 농사일을 두루 살피시고 틈만 나면 도와주셨답니다. 어머님은 늘 "너희 고모부가 정말 좋은 분이셨다." 그 은공은 잊지 못한다고 혼잣말로 되뇌곤 하셨습니다. 끝내 당신 시집 조카들은 하나도 못 보고 돌아가셨습니다.

일곱 중에 첫째가 나보다 한 살 더 많은 오빠고 나머지는 동생들입니다. 얼마전에는 고향 사람들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사촌 오빠가 죽었다고 소문이 났는데 사실이냐고 내게 물었습니다. 전혀 소식을 모르는지라 오빠네 딸과 아들 전화번호를 수소문해서 연락해봤습니다. 역시 자식들도 무관심입니다. 연락 자주 안 하고 산답니다. 아마도 친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새엄마랑 살면서 자식들하고는 살갑지 않은 듯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도 이번에 만난 동생은 성실하게 가정을 꾸리고 잘 살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기술직이라서 지금도 건설 현장에서 튼튼한 인력으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건강한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날마다 올케(동생 댁) 한테 안부 전화가 옵니다.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상냥하고 살갑게 다가옵니다.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수소문 끝에 모두 찾고 보니 7형제 중 4형제만 살아있습니다. 그동안 너무나도 무심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소식 주고받자고 다짐했습니다. 조만간 모두 만나서 수수께끼 같은 가족사를 풀어봐야 할 일입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길 바라며 다복한 새해를 맞이하길 기도합니다.

시인 송수복은
시와수상문학작가회 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 ‘달빛에 누워’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