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늦은 밤 딸의 방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무슨 일인지 문을 열어보니 침대가 들썩일 만큼이나 딸이 울고 있습니다. 엄마의 본능적인 촉수가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은 예비 사위와 영상 통화 중이었고 영상 속 사위의 얼굴이 굳어있습니다. 딸 무슨 일이야? 커다랗던 울음소리가 점점 작아집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울어?” 시계를 보니 자정이 넘어선 시간입니다.

일하랴, 결혼 준비하랴, 너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뭐 도와줄까? 라고 물으면 “서른이 넘어서 결혼하는데 다 알아서 하는 거지, 엄마는 엄마 일에 집중해...”하며 늘 씩씩해 했는데 오늘 왜 이렇게 울음보가 터져 버린 것일까요?

혹시 예비 사위랑 다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마음을 다독이며 딸과 예비 사위를 믿고 기다려 보자는 마음이 듭니다. 다음 날 오후 딸에게 “토닥 토닥 우리 이쁜 딸~힘내면 좋겠다”라고 보내주었습니다. 1분도 안 되어 답이 오네요.

“엄마 어제 내가 너무 심하게 울어서 걱정했지? 미안해...

”신혼집 리모델링이 예정보다 길어져서 속이 상했는데 시어머님께서 소개해 주신 분이라 화를 내지 못했는데, 다시 2주가 넘어야 한다고 연락이 와서  업자에게 화를 낼 수가 없고 출퇴근은 1시간 40분씩 하루에 3시간 20분을 해야 하니까 너무 답답해서... 결혼하기 전 나 혼자만의 생활을 해보려고 계획했던 것들이 다 어그러져서 어제 울었어. 근데 실컷 울고 나니 괜찮네. ”

“결혼 앞둔 딸을 둔 엄마의 마음도 여러 가지로 복잡할텐데 이유를 묻지 않아서 고마워. 엄마... 나를 늘 기다려 줘서 너무 고마워.'' ”그래, 그랬구나~ 우리 딸 속이 많이 상했겠다.''

딸은 감정의 불편한 일이 생겼을 때는 대화를 잠시 쉬고 아이의 마음을 기다려 주어야 하는 그런 아이였어요. 딸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문제를 찾아내고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는 그런 아이였고 자신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거나 출구를 찾아낸 다음에 이야기하는 그런 성향을 지닌 그런 아이였어요.

기억을 따라가 보면 참으로 많은 일이 딸과 있었는데, 좋은 기억이 소중한 추억이 너무 많습니다. 이별이라는 생각보다 새로운 인생의 길을 열고 멋지게 걸어가는 딸을 응원하며 엄마의 마음을 좋은 것으로 채우려고 노력중입니다. 마음이라는 것은 좋은 것을 자꾸 채우고 담으면 그러면 그럴수록 커지고 넓어지는 신비로운 마법의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딸의 결혼을 기다리면서 엄마도 조금 성숙해지고 있음을 봅니다.

오늘도  햇살이 참 좋습니다. 자연이 익어가는 고운 색채만큼이나 나의 마음도 잘 익어가기를 기도해 봅니다.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