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위의 홍조(鴻爪)라

나목(裸木) 옆 바위돌이 차갑기 그지없고
떨어진 낙엽들도 삭풍에 휘날린다
오뉴월 청록의 풍요 찾아볼 수 없구나

길섶의 노송뿌리 내 손등 꼭 닮았고
마을 앞 논과 밭은 황량하기 그지없네
머잖은 나의 발길이 어떠할까 두려워.

※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지나온 세월을 아름답게 꾸미고 좋은 흔적을 남기 기를 원하겠지만, 마음대로 되지를 않는 것이 인간사인 것을 어찌 할 도리가 없을 겁니다.

이 한해도 저물어 가는데, 그저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니 문득 ‘눈 위의 홍조’란 생각이 들면서 공연한 상념에 젖어듭니다.

김보환 시조시인은
한국문학정신 시,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시조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 등단했다. 제2회 한하운문학상 시조 부문 최우수상 수상했으며 시조집 ‘물 따라 살아가니’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