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귀뚜라미 우는 소리도 점점 사라져가는 초겨울 밤.
멀리 집을 떠나온 나그네처럼 외롭고 호젓한 계절 끝에서 풀벌레 울음소리라도 들린다면 더 깊은 고독 속에서 죽음까지도 생각할 정도로 깊은 밤의 풀벌레 소리는 심장을 자극한다. 그러니 차라리 지금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초겨울이 나을지 모른다.

시인 프랑시스 잠은 “밤의 고요 속에”란 시에서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시를 지었다.
밤의 고요 속에 / 어딘지 모르게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작은 그 노래가 한층 어둠을 폈다 / 내가 켠 촛불의 서글픈 광선이 옆으로 흘렀다.
자 또 잘 시간이 되었다 / 가슴 속에 검은 죽음을 그리면서....
괴로워 하는 마음의 골짜기에 얼마나 그 소리가 퍼져나가야 하는 것이냐.

외롭고 쓸쓸한 시인의 가슴에 고독처럼 파고들던 귀뚜라미 소리는 마치 유서를 쓰듯 시인의 가슴을 울렸다.
바야흐로 겨울로 접어드는 달. 이제는 무슨 소리가 있어 우리의 가슴을 들뜨게 울려줄까.

실존주의 작가들이 말했던 것처럼 결국 모든 인간들은 외롭게 나가떨어진 우주의 고아들이다.
고독한 사람만이 고독한 사람들을 그리워 한다.
겨울의 기나긴 추위와 삭막한 무색의 들판을 지나면서 그리움 하나 없이 어찌 견딜 수 있으랴.

하지만 우리는 모든 감정과 사상을 꼭 밝은 불빛 아래 노출 시킬 필요는 없다,
비밀한 슬픔과 기쁨을 간직하며 고독한 길이라도 굳센 용기와 의지로서 흔들림 없이 지탱해 나갈 때 캄캄한 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찬연히 빛나며 존경받는 인격으로나아갈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불행을 기억하는 것에서 온다.  자기 행복의 존재를 확인하려면 배경과 콘트라스트가 필요하다. 자신과는 다른 빛깔 위에 자기 빛깔을 놓아야 한다.

고독 속에서 외롭다고 울 것이 아니라 세상을 널리 바라보며 많은 사람에게 우정과 사랑을 베풀 때 자신만이 소유할 수 있는 진실한 행복이 되지 않을까.

마른 숨 고르는 들판에 햇살에 낡은 세월 눈물겨운데
노란 허공에서 덜컹거리며 오는 겨울
나는 아직 괜찮지 않다...박소향

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