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몇 년 전 어느 해 여름휴가를 계곡과 산이 둘러싸인 시골로 간 적이 있었다. 바다는 보기에는 시원하고 아름답지만, 뜨거운 여름 한낮을 식히기에는 산이 나을 거리는 생각에서였다.

아무런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여기저기 가고 싶은 대로 마음껏 다녀본 적도 있다. 그것은 어쩌다 한 번이면 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부터는 안 가본 곳을 여행하는 계획으로 바꾼 후 첫 여행이었다.

깨끗하고 조용한 민박집을 정해놓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탐색하는 기분은 여행 중 맛보는 음식 같았다.

장을 보고 코펠과 버너를 준비해 갔는데 민박집에서 가스불과 그릇을 다 제공해 주었다. 생각지도 않은 무엇인가를 대접받는 기분도 그렇고, 가지고 간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기분도 그때는 왜 그리 신나고 좋았던지.

더위와 열대야까지 그야말로 푹푹 찌는 여름의 한복판이다. 병약하거나 나이 든 어르신들은 기력을 잃어버리고 약해지기 쉬운 말 그대로 폭염이다.

몇 년 전 여름도 올해처럼 더웠는데 그때 애지중지 키우던 애완견이 홀로 집에서 하늘나라로 가버린 슬픈 추억도 있다. 유난히도 더운 올여름이라 그런지 그때 가버린 마루(리트리버)가 자꾸 생각이 난다.

올해도 작년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여름휴가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나간 여름휴가의 추억들이 더 생각난다.

민박집에서 저녁을 먹고 난 후 시골길을 걷다가 올려다본 밤하늘의 쏟아질 듯 가득한 별들, 새하얗게 길만 보이던 둑길에 동화처럼 날아다니던 반딧불, 세상이 온통 고요 속에 묻혀 풀잎의 바람 스치는 소리까지 들리던 새벽, 그리고 그 새벽의 짙은 안개…….

더 늦기 전에, 더 약해지기 전에, 그냥 떠나볼까 보다. 바다로 산으로 그냥 발길 닫는 대로, 그래서 여름휴가의 추억 하나 더 만들까. 갈등이다.

해가 지면 그리운 것들은 다 별이 되나 보다
밤하늘 보다 더 많은 별들이 내 안에서 반짝이는 걸 보면…박소향

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