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원명화 수필가] 하늘이 심통이 났는지 비가 올 듯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다. 내가 자동차를 꼭 써야 하는 날인데 딸아이가 제가 더 필요하다며 먼저 선수를 친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듯 안 된다고 하고 싶지만 딸에게 차열 쇠를 건넬 수밖에.

큰 행사 주관을 하는 터라 가져갈 짐이 많아 도저히 아래 큰길까지 나간다는 건 무리인 듯싶다. 아파트에서 출발해 큰길 전철역을 순회하는 마을버스가 있긴 하지만 여러 개의 짐을 들고 오르내리기가 만만치가 않을 듯하여 택시를 부르기로 한다. 두어 군데 콜을 불러 봤지만 집 근처에 배차해줄 차가 없다는 연락뿐이다.

궁여지책으로 가까운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큰길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우리아파트까지 올라와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걱정 말고 기다리라고 한다. 행운이랄까, 금방 택시를 잡아타고 올라가고 있다는 문자가 왔다. 경비아저씨에게 핸드카트를 밀려 아파트도로변에 짐을 실어다 놓고 택시를 기다린다. 드디어 주황색 영업용택시가 내 앞에 멈춰 선다. 짐을 들어 차 트렁크에 실으려 하자 택시기사님이 재빠르게 다가와 내손에 든 짐을 받아 트렁크에 실으며 나보는 날도 더우니 얼른 차안에 들어가 계시라 한다.

뜻밖의 살가운 친절이 어찌나 고맙고 감사한지 조급한 마음까지 사르르 녹아드는 느낌이다. 짐 6개를 트렁크에 다 실어주고 운전석으로 돌아온 택시기사님의 맑은 표정을 보니 내 마음도 덩달아 흐뭇한 미소가 흐른다.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음성까지 매끄럽고 친절하다. 도착지에 와서도 짐을 모두 챙겨 행사장 입구까지 옮겨다 준다. 이렇게 기분 좋은 서비스를 받은 게 언제이런가. 고맙고 감사해 거스름돈을 마다했더니 그 또한 반칙이라며 동전까지 알뜰히 챙겨 거슬러주신다.

그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하루가 어둡고 하루가 밝아지는 것처럼 친절한 기사님을 만난 덕인지 내내 기분이 좋아져 그 친절에 전염된 듯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다정해지고 상냥해진다.

행복과 기쁨은 누군가의 희생과 사랑에서 피어난다. 친절은 베푸는 사람도 받는 사람만큼이나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시민의 발이 되어주신 기사님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기 좋고 편한 것인지도. 종일 좁은 차 안에서 지내야 하는 고충이 오죽할까마는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고 따뜻한 친절로 대해 주시니 그 고마움이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기억 될 것 같다.

그날 사당동 아파트에서 문학의 집까지 태워다 주신 기사님! 고맙습니다. 당신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주역입니다.

수필가 박원명화는
2002년 한국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수필가협회 사무국장이며 제9회 한국문인협회 작가상ㆍ연암기행수필문학상ㆍ제39회 일붕문학상을 수상했다. ‘남자의 색깔, 길 없는 길 위에 서다, 풍경’ 외 수필집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