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살면서 가끔 낯선 길로 들어설 때가 있다.
처음에는 두렵지만, 적응하며 물어물어 목적지까지 찾아간다. 때로는 헤매며 멀리 돌아가기도 한다. 뒤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을 때도 있다. 외롭고 힘들어도 갈 수밖에 없는 길, 우리의 삶과 참 많이 닮았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시한부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친구가 있다. 월급을 받는다고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따뜻한 마음과 사명감, 봉사 정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호스피스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호스피스 병동’이란 제목으로 쓴 시도 있는데, 막상 실습하려니 너무나 겁이 나고 두려워서 그만 도망치고 말았다. 그 친구는 벌써 2년째 그 일을 하고 있다니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어렵고 힘든 인생의 낯선 길을 많이 걸었지만, 그 친구의 얼굴은 체념을 넘은 안정감이 배어 있다. 아마도 가슴에서 우러나온 따스한 사랑과 봉사 정신이 있기 때문이리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먹고 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노년에는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이 깊어진다. 나를 힘들게 하고 상처 주던 사람들을 하나씩 정리하거나 마음을 비우는 것에의 결단력도 생겼다.

이제는 좀 가벼워지고 싶어서일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어서일까? 그토록 괴롭고 힘들던 일들이 조금씩 무덤덤해지고, 마음의 상처도 쉽게 받지 않는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시한부 인생이다. 호스피스 병동에 있어야만 말기 생명이 아니다. 그냥 언제일지 모르며 사는 것뿐이다. 호스피스 환자들을 위로하며 기도로 떠나보내는 그녀의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지 못할지언정 제발 상처 주지 말고 상처받지 말자.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비하하지 마라.
즐겁고 행복할 때나, 슬프고 불행했던 그 시간에 나는 거기에 있었으므로…박소향

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