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길어졌다.
지난겨울에 찾아든 코로나19가 여름을 넘어 가을에도 기세가 드세다. 길어진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느닷없이 버럭 거리질 않나, 종일 먹고 또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혼하는 부부가 급증했단다. 하긴 출근하는 남편과 등교하는 아이들의 빈 시간의 달콤함을 빼앗기기만 한 건가. 재택근무에 삼시세끼 차리고 놀아 주어야 하고, 공부도 챙겨야 하며, 건강까지 책임져야 하니 갑자기 쏟아진 감금생활에 피로가 쌓이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솟구치는 판이다.

그러나 우리 코로나19만 탓하지 말자. 가을, 독서의 계절 아닌가. 각자의 공간을 찾아 마음도 정화하고 다른 삶 속으로 빠지는 독서가 평화를 안겨줄 것이다. 추리소설 한 편이면 하얀 밤을 새우던 시절도 있지 않았던가. 눈으로 읽기 피로하면 귀로 듣는 오디오독서도 있다. 이 또한 나도 책 한 권 읽었어, 할 수 있는데다가 마음의 양식도 쌓으니 더욱 좋지 않은가.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걸어 다니면서 하는 독서라 한다. 앉아서 하는 여행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코로나19에 갇힌 몸과 마음을 바깥세상의 아름다움에 풀어보자. 이 가을날, 걸으며 자연의 숨결을 읽고 듣는 독서에 빠져보자.

파란하늘에 구름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도 좋고, 바람이 전하는 억새의 흔들림도 좋지 않은가. 덕수궁에 은행나무가 노란 주단을 깔아주고 전시회도 관람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길가 가로수 감나무에 감이 열렸고 모과나무에 모과도 달렸다. 조금 더 멀리가면 억새밭이 손짓하고, 맑고 청정한 공기가 우릴 반긴다.

오늘은 만사 제쳐놓고 가슴이 트이고 살맛나는 가을외출,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떠나자. 그 동안 쌍인 피로와 스트레스, 갇혔던 마음을 다 날리고 돌아와 가족들의 만찬을 차리자. 가족의 행복, 당신의 손에서 따뜻하게 피어날 것이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