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떨어지니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
하나가 떠나면 하나가 남아야 할 텐데
영이 되었네.
서로 묶여 있어 하나 따라 가버렸나
남은 게 없구나.
봄부터 가득 달아둔
만에 만을 곱했던 사연
당신 떠난 날

[생각하나]
숫자에서 0은 무엇이었을까? 본디 수에는 0이 들어 있지 않았다. 0은 400년 전에 만들어진 기호로 숫자 속을 파고들어 수의 단위를 만들었다. 비어 있는 자리를 기호로 나타내는 0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거나 비어 있음을 뜻하는 것, 그리고 위치기수법에서 십진법의 자리단위를 나타낸다.

가감승제에서는 맞지 않는 0. 다분히 철학적인 수였다.

정재영 시인은 그 0을 또 문학적으로 끌어들였다.

인생 한 갑자를 넘기고 종심(從心)으로 들어설 연륜이라야 볼 수 있는 0의 세계

0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가?

0은 상당히 종교적이고 천문학적 세계다.

우주에서 탄생하기 이전의 텅 빈 세계를 0이라 했고 그 것은 우주를 창조한 신의 세계를 상징한다. 0은 텅 빔도 아니고 꽉 찬 것도 아닌 생명탄생 이전의 카오스 상태를 상징한다. 그것이 3으로 분화해서 구체적인 3 즉, 인간을 포함한 무릇 생명들을 상징한다. 생명이 다하면 다시 원래의 세계인 0으로 돌아가는 즉, 천부경의 이치를 담고 있다고 본다.

세상 어떤 수도 0을 곱하면 모두 0이 돼버린다. 0을 더하거나 빼도 변화가 없고 0으로는 나눌 수 없는 참 불능의 수다. 이런 허무적인 가치를 모르면 어찌 자신의 삶을 지탱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생명을 가진 것들은 다시 0으로 돌아가려하는가 보다. 0은 숫자와 손잡아야 수가 되지만 홀로일 때는 우주가 돼버린다. 어쩌다 낙엽과 손을 잡아 0이 돼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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