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가

야시가튼여잔
태국간다고
어제그젯밤가고
누군
맨날산내려가
수도물얼었나틀어보고
보일러한시간틀었다끄고
발발이두마리
밥주고물주고
마실물시병떠

짊어지고
꾸불꾸불돌산길
휘적휘적
땀나
싸락눈덮힌바위걸터앉아
댐배하나물고흩어지는구름
솔잎사이로
구경하다온데요
         -지운 스님 [무엇이 문제인가] 전문-

[생각하나]
산 속에 사는 스님의 일상이다. 하지만 특별한 일이 생겼다. 40분이나 내려간 마을의 보살이 태국여행을 간다고 스님에게 겨울철 집관리를 맡긴 것이니 뿌리칠 수도 없고 터억 맡았으니 이 또한 적선이 아니랴.

이 시를 만지다보니 눈에 선하다. 자기 암자도 아닌 이곳 강원도 산골 동굴법당까지 와서 겨울철 용맹 정진한다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감기 달고 산다니 이 또한 기도생활이라고 하니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빈집에 가서 수돗물 틀어보고, 보일러 틀었다 끄고, 개 두 마리 밥 챙겨주고, 하루 먹을 물 3병 떠온다는 것이 속세에서 의미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의미 없는 일이 무엇인가? 다 생명을 위하는 일인 것을-

산길을 돌아 오르다가 힘들면 바위에 앉아 흩어져가는 구름을 구경하다가 오는 그 무위자연 앞에 나는 이보다 더 귀한 일들을 했을까 묻고 싶다.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밤에는 추위가 달겨들고, 산짐승이 내려와 기대고서 울고, 외로움이 가슴을 툭툭치는 이 산골 움막에서의 생활 그 자체가 수행이다. 속세와 출세간의 경계를 이리도 힘들게 오고가고 연결시키고 있는 모습이 눈에 훤하다.

‘가방 챙겨서 집 나서다가 멈췄네. 가까운 커피숍에나 가서 커피 한잔 기울이며 원고나 좀 끄적이렸더니 갑자기 잠이 치미네. 안방에 들어와 누워버렸네. 한숨자고 나갈까봐요. 나중에 어느 커피숍으로나 가서 지적지적 글이나 써야겠네요. 정말 누구 부르는 사람 없고 아무 데나 갈데없으니 참 무료한 일요일 오후네요. 창은 짱짱한 햇살만 불러들여서 심란케 하네요’ 나의 하소연에 ‘휴일은 뒹굴뒹굴 그냥 쉬세요’라는 지인의 문자에 기대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어버렸네. ‘미안합니다.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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