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남편?

혼인을 하여 여자의 짝이 된 남자를 말한다. 가정의 주축은 남자, 즉 남편이다. 그런 남편이 세월이 흐르면서 부모에게 밀리고 자식에게 밀려 2순위의 초로인생이 됐다. 제 밥그릇도 못 찾는 외로운 노년이 됐다.

“아니 언제부터 그렇게 날 챙겼다고 뒤늦게 시집살이냐고. 눈에 안 보이면 전화부터 하고, 어디 나서려고 하면 어디 가느냐고 묻고, 핸드폰이 딩동 거리면 자기가 먼저 열어본다. 이걸 어째야 하니?”

늙은 거야. 남성호르몬이 다 소진되어 여성호르몬으로 전환된다잖니. 나이 드니 건강 생각해 술도 못 마시고, 담배도 끊은데다가 일도 없으니 적적하다 못해 외롭겠지. 같이 놀아줄 아내는 밖으로 나가기만 하고. 다 큰 자식들은 얼굴 보기도 힘들고… 남자도 갱년기가 온다더라.

툭하면 ‘내가 네 나이 때는’라고 훈계하지만 자식들은 들은 척도 않고, 제발 그러지 말라면 ‘아버지한테 그런 소리 들을 때 나는 하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그게 안 된다는 거야. 짧은치마 입고 나가는 딸년에게 엉덩이 보인다고 소리 지르고,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놓고 혼자 보고 있기 예사다. 어쩌다 외식이라도 하면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해. 아들놈이 고기 굽고, 내가 챙겨줘야 먹으니 외식하고픈 마음도 없다.

“초로의 남편이 불쌍하지 않니? 좀 봐줘라. 평생 동안 가족을 위해 일만 해서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몰라서 그래. 그제 남편이 친구 초상집에 다녀와서 풀이 팍 죽어 앉았는데, 마음이 짠하더라.”

가장으로서의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살아온 남편. 자신을 돌봐야 하는데 놀 줄도 모를뿐더러 80 넘은 부모님을 보살펴야 하니 본인은 뒷전이다. 마누라마저 자신도 늙었다면서 밖으로 도니 엉거주춤 들어앉은 남편은 전전긍긍이다. 그나마 살림을 배우려고 하면 다행인데, 말도 안 듣고 성질만 부리니 우울증까지 생긴다.

“이제 백세시대야. 노년을 편안하게 보내려면 이기적인 남편이 되라고 가르쳐. 챙겨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고, 아프지도 말고. 자식들은 저 살기 바쁘니 혼자 잘 놀면서 그동안 밀어놨던 꿈에 도전하라고 격려해.”

있잖아. 당신은 늘 최고였어. 당신은 책임감이 남달라 가족을 위해 죽도록 일한 거잖아. 이제는 당신을 위해 살아. 그래야 우리 부부의 여생이 즐거워. 당신 곁에 끝까지 있을 사람이 누구야? 아내잖아.

당신은 노년도 잘해 낼 거야. 난 믿어.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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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