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22일 레이크우드CC(경기 양주, 파72, 6,628야드)에서 열린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총상금 7억원, 우승상금 1억4천만원) 첫날 최나연(30)은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고 5언더파 67타 공동 5위에 올랐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통산 9승을 달성한 최나연은 4년 만에 찾은 국내 무대에서 1라운드 보기 없는 플레이로 출발했다. 국내 팬들 앞에서 샷을 하는데 떨린다고 했다.

대회를 마치고 최나연을 만나 소감을 들었다.

▲ 경기 소감은?
어제 이벤트성 경기인 챌린지매치가 있었다. 100여명의 갤러리가 있는 상황에서 샷을 하려니 너무 떨렸다. 거의 4년 만에 국내 팬들 앞에서 샷을 하는 모습을 보이려니까 이벤트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긴장해서 그 게임을 마치고 심리선생님과 2시간 반 정도 대화했다.

어제보다는 덜했지만 오늘도 너무 오랜만에 국내대회 출전이고 많은 분들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시다 보니 많이 떨렸다. 의외로 경기가 전반에 잘 풀려 거의 1년 반 만에 편한 경기를 했다. 10번홀 이후로 티샷이 흔들린 것이 사실이지만 캐디와 계속 얘기하면서 마음을 추스렸고, 덕분에 큰 실수 없이 라운드를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섬세한 성격이라 더욱 힘들었을 것 같다.
사실 오늘 같이 기자분들 앞에서 얘기하는 기회를 바랬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슬럼프가 오고 나서 굉장히 힘들었다. 처음에는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슬럼프가 길어질수록 약해졌다.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내려놔야 된다는 말이었다. 다른 선수의 목표가 10개라면 저는 50개를 잡고 50개를 모두 잡아야 만족하는 성격이라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했다. 지금 시기에 겪고 있는 이런 문제들을 골프를 떠나 인간 최나연을 위해서 극복하고 싶다.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느낀 건, 주변에서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더욱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이번 라운드에서 중점을 둔 것은?
어제 심리선생님과 얘기를 했던 게 첫 번째 목표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가 저를 응원해주러 오신 분들을 제게 좋은 에너지를 받아가 실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경기 중에라도 옆에서 응원해주시면 잠시라도 눈 마주치고 인사를 드렸다. 잠시 골프를 잊고 현재의 상황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 미국과 다르게 활기찬 갤러리 문화가 부담되지 않았나?
미국에서는 갤러리 문화도 조용할 뿐더러 아시아 선수보다는 자국선수를 응원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오늘 많은 갤러리 분들의 응원이 첫 홀에서는 다소 부담됐지만 버디가 나올 때 크게 응원해주시니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한 그룹의 선수 중에서 최나연을 외치는 응원을 많이 나오니까 '옛날의 최나연은 이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뻤다.

▲ 후배들과 만남은 어땠나?
같은 조에서 경기한 김지현 프로가 '언니 오랫동안 잘하려고 하는 게 어렵지 않느냐, 언니가 조금 더 마음 편히 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말을 해서 고마웠다. 6년 전에 제 팬이여서 사인을 받았다는 김지현 선수를 포함해 많은 선수들이 제 팬이라고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후배들이 생각하는 최나연은 이런 모습이구나'라고 생각했다.

▲ 내일의 전략은?
오늘 얻은 타수를 다 잃는다고 하더라도 오늘처럼 즐겁게 플레이할 것이다. 지금은 경기 결과보다 내용이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항상 웃고 하늘을 많이 보면서 즐겁게 경기하려고 노력했다.

▲ 첫날 만족스러운 부분은?
티샷이다. 지난 몇 대회와 비교했을 때 그나마 많이 나아졌다. 최근 벙커샷이 잘 안됐는데 자신감 있게 치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오늘 3번의 벙커샷에서 스스로 많이 놀랐다.

▲ 허리부상의 문제는 없는지?
허리 부상 때문에 슬럼프가 온 것도 사실이지만 스윙자세가 많이 변했던 것 같다. 교정이라기 보단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 자세가 변했나?
현재 통증은 없지만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계속 있었다. 부상 이후 임펙트할 때 허리에 통증이 있었는데, 완치되고 나서도 임펙트하는 순간 통증에 대한 기억으로 자세가 변했다. 부진한 성적 때문에 마음이 급하니깐 시합은 나가고 몸은 더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 박인비 선수의 슬럼프를 옆에서 지켜봤다. 어땠는가?
인비는 저와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 인비는 주변을 신경 안 쓰고 낙천적인 성격이라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듯하다. 박인비 선수한테 골프가 안 된다고 투정을 부리면, 항상 돌아오는 말이 '그냥 쳐, 넌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래'였다.

사진제공=KLPGA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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