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김용

[골프타임즈=김한솔 기자] 지금 젊은 세대들은 개그맨 ‘김용(50, 사진)’이라면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히려 소설가 ‘용킴’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얼굴없는 소설가 ‘용킴’이 개그맨 ‘김용’이라는 사실이 얼마 전에 밝혀져 큰 파란을 일으켰다.

김용은 KBS 공채개그맨 3기 출신이다. 1985년 최연소(20세)로 당대를 호령하던 선배들 밑으로 들어갔다. 3기는 김용, 김의환, 현재 개그맨 최양락 부인 팽현숙 등이 있다.

김용은 ‘용용 죽겠지’라는 유행어를 남기기도 했다. 당시 이 코미디를 보지 않으면 다음날 주변사람과 어울리지 못할 정도로 인기 코너였다.

지난해 일본 개그맨 마타요시 나오키(36)가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었는데 국내에 개그맨 소설가는 김용이 처음으로 기록됐다. 출간된 장편소설 ‘루루’는 10년 전에 이 소설을 구상한 뒤 오랜 시간을 들여 작품을 완성했다. 이미 2000년대 초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못한 남자, 인간 한 번만’이란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소설 ‘루루’는 SNS에서 ‘루루놀이’가 성행하고 있다. ‘루루놀이’는 독자들이 ‘루루’라는 단어가 귀엽다 하여 스스로 만든 놀이인데 ‘루루’ 책과 함께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으로 출간된 지 이제 3개월 밖에 안 된 소설이 독자들 스스로 놀이를 만들었다고 했다.

김용을 방배동 한 커피전문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소설의 배경과 창작 동기는?
소설은 목포에서 1970년에 일어난 실화를 바탕을 한 내용이지만 따뜻한 내용이다. ‘루루’는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을 한 주인공이 딸과 만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성전환자라는 캐릭터도 독특하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신선하다. 트랜스젠더의 이야기가 아니다. 트렌스젠더는 장치일 뿐이지 슬픈 가족사 이야기다. 그 시대의 억압된 사회이야기고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독특한 내용이다.

▲ 개그맨이 된 동기가 궁금하다?
원래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다. 중학교 때 문뜩 TV에서 ‘젊음의 행진’ MC 보는 주병진 씨가 앞가르마를 하고 있었는데 멀쑥하고 잘생기고 말도 잘하고 너무 멋있었다. 어린 나에게도 “저렇게 멋있게 할 수 있을까”하는 동경의 사람이 되었다. 그때부터인거 같다.

방송국 방청을 몇 번 하고 있었는데 한번은 주병진 씨가 지나가길래 “싸인 좀 해주세요”하고 종이를 내밀었다. 그때 주병진 씨는 “싸인 말고 불러줄테니 받아 적어...”그 말이 나에게 충격적인 개그였다. 아 이것이 개그의 세계구나하고 생각했다. 주병진 씨 말 한마디가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그 때부터 주병진 씨를 닮기 위해 개그를 맹렬히 연습했다.

주병진 씨는 요즘 말로 나의 멘토였다. 개그맨 실에 들어갔는데 당시에 코미디 작가라는 것이 없어 개그맨 스스로가 대본을 만들었다. 심형래 씨가 봉숭아학당에서 영구를 하다가 인기가 시들해질 때 심형래 씨와 내가 머리를 맞대어 만든 작품이 ‘변방의 북소리’다. 개그 대본을 직접 쓰면서 글쓰기의 매력을 느꼈다.

▲ 심형래와의 관계...어떤 부분이었나?
개그에 눈을 뜨게 한 사람은 주병진이고 세계에 눈을 뜨게 한 사람은 심형래다. 심형래 씨는 열정이 강했다. 그 당시에도 세계로 진출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세계는 넓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나에게 말해주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나리오 등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해왔지만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옮긴 것은 심형래 씨 때문이었다.

▲ 루루의 탄생 배경은?
책 디자인도 내가 했다. 글은 김팔수 동양화가인데 글씨같은 그림을 만들어주셨다. ‘루’자가 ‘눈물 루(淚)’이다. 아빠의 눈물이고 딸의 눈물이다. ‘눈물’이라는 뜻으로 외국이름 같은 ‘루루’라고 했다. 소설 안에서의 주인공 여자는 밤무대 가수로 슬픈 노래만 불러 무대에서의 이름이 ‘루루’다.

사실 루루의 내용으로 영화도 만들고 싶다. 나중에 영화로 만들 기회가 된다면 소설 속에서 말하지 못한 내용까지 넣어 표현하고 싶다. 처음 소설을 쓸 때 2시간에 안에 읽을 수 있는 책. 시나리오와 같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

루루는 ‘보는 소설’이라 표현하고 싶다. 영화를 보는 한 장면 등이 소설 안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이야기 끝무렵에서 김용이 말했다. 소설가들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캐릭터를 만드는 종합 예술인으로 불리고 싶어한다. 개그맨이 소설가가 된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선입견이 너무 심하다. 하루빨리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김용은 다음 작품도 이미 구상이 끝난 상태이고 ‘용킴’이란 필명으로 소설을 계속 발표할 계획이라 했다. 21일 소설 ‘루루’ 북콘서트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 김용은 개그맨 시절 개그 대본을 직접 쓰면서 글쓰기의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김한솔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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