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존 티켈은 의학박사이며 국제기업인이자 강연자이다. 그는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 인생의 우선순위를 평가하는 분야의 전문가이다. 존 티켈 박사가 그런 모델을 잭 니클라우스로 선정해 인터뷰를 한 것이다. 잭 니클라우스를 두고 인생과 비즈니스와 승부세계에서 성공한 인물로 선택한 존 티켈 박사가 '잭 니클라우스의 골프와 나의 인생'이란 책을 쓰게 된 것. 그 중 그들이 느끼고 나눈 이야기 중 한 부분을 발췌해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잭 니클라우스의 이야기를 여기 인용해 본다.[편집자 주]

ACE의 'C'가 대처기술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나는 그 C에 인생의 많은 시간을 소비해 왔다. 골프가 곧 대처기술이기 때문이다. 이 지구상에서 펼쳐지는 모든 스포츠 가운데, 좌절과 실망에 부딪치며 시련과 맞서야 하는 면에서 골프를 따라올 종목도 없다.

이는 통계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골프에서는, 거의 모든 선수들이 이긴 횟수보다 진 횟수가 훨씬 많다. 내 경우만 봐도 그렇다. 나는 메이저대회 18승으로, 여기에 US아마추어 타이틀 2번을 넣어도 20차례 우승이 다였다. 반면 메이저대회에서 2위가 19차례, 3위도 9차례였다. 오늘날의 골프 무대에서는, 프로선수가 한 시즌에 20, 30번 출장해서 3, 4번만 이겨도 대단히 잘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많은 스포츠나 인생의 여러 활동에서는, 한번 정상에 오르면 좀처럼 그 자리를 빼앗기지 않는다. 나는 1971년 8차례의 토너먼트에서 우승했고, 1972년과 1973년 정상에 7번 올랐다. 그랬어도, 절정기 동안 토너먼트 승률은 30% 가량밖에 되지 않았다. 뒤집어 말하면 패배율이 70%였다는 얘기다.

타이거 우즈를 생각해 보라. 그는 세기가 바뀌어 21세기로 들어서 연승행진을 하며, 그 과정에서 메이저대회 6연승을 달성했다. 이는 대단한 성과였다. 하지만 골프에서는, 누구도 승승장구를 누릴 수는 없다. 2001년 8월 타이거 우즈는 조지아주 덜루스에서 열린 미 PGA에서 공동 29위로 경기를 마치면서, 5번 연속 10위권 밖의 성적에 고배를 마셨다.

그동안 그의 기분이 어떠했을지 충분히 짐작한다. 나도 그런 적이 있으니까. 한때는 우쭐했는데, 다음 순간 하찮은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다. 이러한 상황을 다루기 위해서는 꼭 대처기술이 필요하다. 2003년 타이거가 메이저대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자 스포츠 기자들은 이렇게 썼다.

"타이거, 왜 이러나?"

골프에서 패배의 고배를 마시지 않는 이가 없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 때문이라고 본다. 첫째는 경기를 크게 좌우하는 운(運)이고, 둘째는 점점 강도가 더해 가는 프로골프 토너먼트의 경쟁이며, 셋째는 물리적 요소이다.

골프를 치다 보면 반발력이 나쁘거나 돌풍이 분다거나 그린이 높게 솟아 있다거나 고관절에 통증이 온다거나 등에 경련이 인다거나 할 수도 있다. 이중 어떠한 것이라도 한순간에 선수를 무너뜨릴 수 있다. 또 복권당첨금 규모의 상금과 TV로 인해 골프가 대중화되어, 이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골프 정상급의 실력이 크게 늘어나고 경쟁이 격심해졌다.

다음으로 물리적인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임팩트 때 드라이버가 단 1도만 빗맞아도 시속 100마일 정도로 날아가는 공의 행방은 원치 않는 곳으로 가서 나무, 물, 벙커 아니면 러프나 OB구역으로 떨어지고 만다. 수많은 구기 종목에서는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 다시 안으로 가져올 수 있지만, 골프에서는 두개의 샷, 그리고 어쩌면 토너먼트 자체까지도 잃을 수 있다.

존 박사는 여기에 대해 흥미 있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물리적인 문제에 대해 그와 얘길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는 세 가지 이유를 들며 골프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임일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이유는, 공이 맞아도 얌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구기 종목 중 때려도 얌전한 공의 스포츠는 세 가지밖에 없을 거라고 했다. 당구, 크로케, 그리고 골프 말이다. 다시 말해 테니스나 농구 같은 스포츠처럼 공에 반동작용이 없다는 얘기다.

두 번째 이유는, 경기(토너먼트 경기)가 4일간 열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존 박사는 골프 말고 그렇게 장시간에 펼쳐지는 스포츠 경기는 크리켓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으며, 그나마 크리켓은 팀 경기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이런 말도 덧붙였다. "내가 아는 한 경기에서 쓰는 배트가 14개나 되고, 게다가 그 배트들이 길이와 헤드 각도가 다 다른 스포츠는 골프밖에 없지요." 그 말을 듣고 웃었지만, 맞는 말이었다. 골프는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도 변화가 많다.

내가 처음으로 대처기술을 아주 호되게 시험받은 것은, 1962년 프로로서의 첫 시즌에서였다. 나는 이미 1961년 9월 페블비치에서 열린 US아마추어선수권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같은 해에 참여한 일련의 다른 토너먼트에서도 우승하거나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US오픈에서는 전년도의 2위에 이어 공동4위에 올랐다.

196년 11월 프로 전향을 발표하자 몇몇 기자들은 어떤 대회에 참가해도 우승을 노릴 만한 젊은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나는 그때 좀 건방지고 자만심에 차 있었기 때문에, 그런 그들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하여튼 당시 기자들이 나에 대해 했던 말들은, 타이거 우즈가 프로로 전향했을 때 했던 말들과 상당히 많이 비슷했다.

하지만 일이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는 않았다. 프로 투어 첫 5주 동안 4번의 토너먼트를 치르면서, 그나마도 우승에 가장 근접한 성적이라곤 공동15위로 상금 550달러를 받은 것이었다.

그때 자기성찰을 참으로 많이 하게 되었다. 특히 조만간 우승을 하지 못하면 자신감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들 때 가장 두려웠다. 사실, 골프에서 우승하려면 자신감이 없으면 안 된다. 그이전의 2년 동안 나는 아주 자신감에 차 있어서말 그대로 어떤 시합이든 나가기만 하면 이길 것 같았고, 플레이하는데 있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프로경력의 출발점에서, 나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 자신과의 투쟁을 벌였다. 나는 자신에게 세운 목표가 있었다. 즉 세계 최고의 골퍼가 되는 것, 나의 영웅이자 아버지의 영웅인 바비 존스(Bobby Jones)처럼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나는 최고야. 나에겐 적수가 없어󰡑라는 마음가짐을 길러야만 한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 자신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우승을 하지 못하던 그 기간 동안, 내 꿈을 계속 밀고 나가기 위한 과정에서 그런 나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다행히도 나와 가까운 모든 이들이, 나는 최고가 될 챔피언 자질이 충분하다고 격려해 주어 그들의 신뢰를 딛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지킬 수 있었다.

또 바바라의 도움도 잊을 수 없다. 우승 가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얼마나 두려운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털어놓은 적은 없지만, 내가 우승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조금도 의심치 않으며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위안은 물론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데도 많은 격려가 되었다. 그래서 흔들이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만하고 건방지게 보임으로써 세상에서 떠밀려나도 싶지 않다면, 계속해서 자신이 1인자라고 믿는 양 건방지게 행동하지는 말아라, 겉보기에는 내가 단순히 침착하고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만 노력했건 것 같겠지만, 속으로는 인내와 불굴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내가 몸담은 분야가 원래 끊임없이 변하는 것 아니냐며 거듭거듭 내 자신을 타일렀다.

또 경기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다. 드라이빙은 불안정했고, 퍼팅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마추어 시절에 쓰던 조금 딱딱한 샤프트의 드라이버로 바꾸었더니, 드라이빙이 좋아졌다. 또 골프계 사상 최고로 퍼팅을 잘 하는 사람의 한 명인 조지 로우(George Low)의 권고로 새 퍼터를 시도해 보고는, 그가 설계한 헤드에 플랜지가 달린 모델인 위저드 600으로 바꿨다. 그러자 퍼팅이 극적으로 향상되었다.

그 첫해가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까지 나는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몇 번 아슬아슬하게 우승을 놓치긴 했으나, 일부 전문가들의 예견처럼 프로 골프에서 굉장한 두각을 나타낼 조짐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가 1962년 오크몬트에서 열린 US오픈에 참가해서, 그 전문가들이 웃음 지으며 거보란 듯 득의만만한 얼굴을 하도록 해주었다.

대회 첫 이틀 동안, 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인 아놀드 파마와 한조로 라운드 했다. 그는 자신의 고향, 피츠버그 주민의 절반을 대동한 채로 두 번째 US오픈 우승을 노리며 나왔다. 결과만 간략하게 말하자면, 내가 그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거두었고 아놀드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속속들이 말하자면, 내 대처기술이 절대적인 한계에 맞서 시험을 받았던 경기였다.

우선, 아놀드가 이끌고 나온 대군은 상당히 시끄럽게, 아니 차라리 귀에 거슬렸다는 편이 가까울 만큼 그를 응원했다. 그들은 그에게 무조건적인 헌신을 보였다. 게리 플레이어가 그들을 보고 이렇게 말했을 정도였다.

"아놀드가 저 사람들에게 자기를 위해 강물 속으로 뛰어들라고 하면, 아마 다들 당장 강으로 우르르 몰려가 뛰어들고도 남을 거야."

그들이 내는 소음은 엄청났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내 경기에만 온 신경을 모아 뭐라고 떠들어대든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기 후반부에 이르자 내가 잘하고 있었던지 관중들 중 상당수가 내게 야유를 퍼붓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어떤 야유 소리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그 야유 소리는 나에겐 그저 배경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소음일 뿐이었다.

나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다, 바로 내 기회였다. 사실, 경기 첫 이틀 간 아놀드와 한 조로 경정된 사실이 오히려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을 북돋아 놓았다. 그러한 결정은 토너먼트 조직위가 나를 그 대회의 주역 선수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라고 받아들였다. 내 태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이었는지, 그러한 결정이 내려진 배경을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들이 옳았음을 증명해야했다.

여기에서 나의 신념을 다시 한 번 언급해야겠다. 챔피언이 되고 싶다면 자신이 챔피언이라고, 어느 누구도 이길 수 있다고 믿어라. 천부적인 재주가 있고 전심전력을 다해 그 재주를 갈고 닦았다면, 이제 그 어떤 것도 목표 달성을 방해할 수는 없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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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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