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아마추어로 군산CC오픈 우승을 차지한 이수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좌절 겪으며 프로 전향, 이수민 아시안투어, 이창우 일본투어 진출… PGA 투어에서 만나자 다짐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승자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승부 속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상대방을 꺾어야 했던 둘도 없는 친구이자 라이벌 이수민과 이창우는 동갑(23)이며 소속사(CJ오쇼핑)도 같다. 대회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친한 친구 사이로 아마추어 시절 각종 대회를 휩쓸며 한국 골프를 이끌 쌍두마차로 꼽혔다.

아마추어 시절 견제도 경쟁 심리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프로가 된 지금은 대회장에서 서로 서로 잘 해보자며 격려하고 대회가 없는 날이면 만나 대화도 하고 스트레스도 푼다고 이수민이 얘기했다.

이들이 국내 프로무대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13년 6월 아마추어 신분으로 KPGA 코리아투어 군산CC오픈에 참가한 이수민이 프로를 따돌리고 우승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아마추어가 프로대회에서 우승한 예는 2006년 김경태(30, 신한금융그룹)가 삼성베네스트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7년만 일이었다.

▲ 2013년 아마추어로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창우

그로부터 88일 뒤, 이번에는 아마추어 이창우가 KPGA 코리안투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쟁쟁한 프로 선수들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당시 프로골프 관계자들은 대형 신인이 두 명이나 나타났다며 흥분했다.

아마추어가 프로무대에서 우승하면 KPGA 투어 프로자격과 2년간 투어카드가 주어지지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골프 금메달을 위해 KPGA는 이사회에서 두 선수의 투어프로 자격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로 유보하는 특전까지 부여했다.

그러나 이수민과 이창우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골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시며 아시안게임과는 인연이 없었다. 국내 최고라 자부했던 두 스타는 낙담했으나 마음을 추스르고 그해 7월 프로로 전향했다.

화려한 스타 경력과 아마추어로서 프로대회 우승, 통한의 아시안게임 대표 탈락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맛본 이들은 프로가 된 후에도 나란히 세마스포츠마케팅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고 CJ오쇼핑과 메인 계약을 맺었다.

닮은 듯 다른 행보를 보인 이들은 골프 이전에 다른 운동을 먼저 경험했다. 이수민은 스키 선수 출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스키를 배웠고, 이창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하기 전까지 4년 간 수영 선수였다.

이들에게 2015년 KPGA 코리안투어 최종전인 카이도골프 LIS 투어챔피언십에서 재미있는 사건(?)이 연출됐다.

군산CC오픈 우승에 힘입어 이미 명출상(신인상) 수상을 확정 지은 이수민은 마지막 대회를 남겨두고 KPGA 대상 경쟁에서 선두 이태희(32, OK저축은행)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역전 수상을 꿈꿨다. 이때 이태희가 카이도골프 LIS 투어챔피언십을 공동 49위로 마무리해 20위까지 주어지는 대상 포인트에서 멀어지며 이수민에게 기회가 왔다.

이태희와 95포인트 차이였던 이수민이 100포인트 이상이 주어지는 10위 이내로 대회를 마치면 역전이 가능했다. 실제로 이수민은 공동 10위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이대로라면 KPGA 대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남은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이때, 이수민과 함께 공동 10위에 올라있던 이창우가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9위로 순위를 올리면서 이수민은 자연스럽게 공동 11위로 밀렸다. 대회는 그렇게 마무리됐고 이수민은 5포인트 차이로 KPGA 대상을 놓치고 말았다.

이창우는 이에 대해 “경기 후 수민이가 직접 얘기해서 알았다.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나로 인해 수민이가 대상 수상에 실패했다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경기에서 양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수민이가 더 잘 알 것이다”고 했다.

이수민은 “창우에게 원망 같은 것은 당연히 없다. 내 실력이 아직 대상을 탈만한 게 못 된다. 그래도 생애 한 번뿐인 명출상(신인상)을 수상해서 기쁘다”고 했다.

프로데뷔 신인 이수민과 이창우는 2015 KPGA 코리안투어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수민은 프로 데뷔 첫 승과 함께 명출상을 수상했다. 평균타수 부문 2위, 상금순위와 그린적중률 3위에 오르는 등 고른 활약을 보였다.

이창우는 우승 트로피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11개 대회 참가 10개 대회에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톱10에 5번의 이름을 올리며 톱10 피니시 부문 공동 1위에 오르는 활약을 보여줬다. 평균타수 부문 6위, 상금순위 18위를 기록하며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공교롭게도 둘도 없는 친구 이수민이 우승한 군산CC오픈에서 이창우가 참가 대회 중 유일하게 컷 탈락한 대회라는 점도 이채롭다.

▲ 아시안투어와 유러피언투어를 통해 PGA투어 입성을 꿈꾸는 이수민, 지난 4월 유러피언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했다.

이수민은 지난 4월 유러피언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하며 올 시즌 메이뱅크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에 머문 아쉬움을 떨쳐냈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 랭킹 128위에서 75위로 도약했다. 아시안투어와 유러피언투어를 거쳐 PGA투어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면 이창우는 2015 일본투어 큐스쿨을 14위로 통과해 이수민과는 반대의 길을 택했다. 제2의 김경태를 꿈꾸는 이창우 “일본투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뒤 최종 목표인 미국으로 가는 게 꿈이다. 올 시즌 한국과 일본투어를 병행하며 양 투어에서 우승을 노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한국 골프의 미래를 짊어질 것이다. 이수민은 아시안투어로, 이창우는 일본투어로 진출하며 서로 다른 행보를 걷지만 이들이 꿈꾸는 종착지는 같다. 미국 본토 PGA투어다.

▲ 올 시즌 일본투어 진출에 성공한 이창우

사진제공=KPGA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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