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서현 시인] 카톡이 카톡, 카톡, 카카톡 숨넘어가듯 울린다. 며늘아기가 손자인 7살 홍준이와 10살 홍정이가 골프를 치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보내왔다. 학교에서 골프 캠프에 간 모양이다.

녀석들은 사정상 1년 동안 호주 멜버른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작년에 동탄 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를 가르쳐 주던 할아버지를 무색하게 파플레이를 하면서 놀던 모습이 생각난다.

홍준이는 ‘10세 미만 입장 불가’란 팻말 앞에서 자기도 치겠노라 떼를 쓰더니 보내온 사진속의 녀석이 의젓하니 자세가 잡혀있다.

골프캠프에 보낸다는 소리를 듣고 놀랐다가 싸도 너무 산 레슨비에 또 한 번 놀라던 차였다. 세계적인 골퍼가 5살 때부터 골프채를 잡았다고 해서 경이롭게 생각했더니 외국의 사정으로는 놀랄 일도 아닐 일이었다.

일곱 살, 열 살에 골프채를 잡은 손자 녀석들도 세계적인 골퍼로 키워볼까 생각하다가 지난번 부부 챌린저에 출전했던 생각에 머리를 흔들었다. 몇 해 전 SBS 부부 첼린저란 골프 프로가 있었다. 볼 한 개로 부부가 한 팀이 되어 다른 부부와 골프를 치는 프로그램이었다.

커다란 카메라 세 대가 치는 모습과 볼이 떨어지는 위치를 포착하고 있었다. 남편은 앨버트로스까지 한 실력이었으나 나는 닭장프로였던 때였다. 상대편 부인은 벙커에서 홀컵으로 공을 넣는 반면 나는 세컨드 샷인 우드로 뒤땅을 쳐서 낭패를 보는 대조적인 실력이었다.

상대팀 부인은 동점을 만들어서 연장전으로 이끌 자고 제의하는 여유를 부렸지만 나는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한 타 한 타가 나에게는 피 말리는 순간의 연속이었고 샷이 안 되거나 볼이 러프로 떨어지면 머리끝까지 피가 솟구쳐서 터질 것 같았다. 연장전 하자던 소리는 잊어먹었는지 다행이 상대팀이 한 타를 더 넣어 빨리 끝났다.

그 후로 나는 텔레비전에서 골프대회를 보게 되면 내가 선수가 된 양 긴장을 하면서 보게 된다. 홀컵을 비켜가는 볼을 보면 안타까움에 비명이 터져 나온다. 페어웨이에 잘 안착하는 볼을 보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한 타 한 타가 골퍼들에게는 피 말리는 전쟁인데 골프선수를 시키겠는가. 물론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다. 드라이버를 못 치는 정숙이라는 친구가 있다. 그러나 앞 팀에 밀려서 못 나가고 있을 때 뒤 팀이 근처에 다가와서 갤러리가 될 때는 언제 그랬느냐 듯 잘 치는 것이다.

누가 바라보는 것을 의식하면 정숙이는 멋진 드라이버 샷을 날린다. 볼은 파란 하늘에 하얀 포물선을 그리며 멋지게 날아간다. 우리는 정숙에게 갤러리 체질이라고 이름 지어 주었다.

세계를 누비는 골퍼들은 갤러리 체질일 것이다.

카톡에 답장을 쓴다.
‘굿샷! 즐거운 라운딩을 하렴. 골프는 즐기는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이란다.’

박서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박서현 시인은...
문학시대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와 시와수상문학, 국제 펜 한국본부,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이다.시집으로는 ‘바람은 혼자 울지 않는다’ ‘해바라기’ 등이 있다. 골프타임즈를 통해 매주 화요일 ‘박서현의 요지경 골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