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서현 시인] 마른 숲에서 새가 쫑알댄다 ‘쫑쫑 쫑 쫑’
아직 봄이 오지 않은 필드의 금잔디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 새소리 들으며 코디가 잘 된 고급 브랜드의 짧은 반바지를 입고 필드를 거니는 모습이 금잔디 위에 꽃이 핀 듯 예쁘다. 인생은 칠십부터라는 두 사모님이 오늘 나의 동반자이다.

새소리를 찾아 봄물이든 듯한 가지 끝을 바라보는데 ‘당신은 다리가 참 예쁘다’고 필드에 함께 간 회장님이 칭찬하더라며 여자는 여자답게 옷을 입어야 한단다.

이야기가 마치 선머슴같이 입고 나온 나에게는 비아냥거리듯 들렸다. 나는 짧은 반바지 밑의 삐쩍 말라버린 다리를 훔쳐보았다.

어느 나뭇가지 끝에선가 새가 날아다니며 지저귄다. 쫑아리 봐라 쫑아리 봐라 하면서...

오늘은 따스한 볕살 속에서 차가운 바람이 앙칼지다. 노란 잔디 틈새로 파란 잔디가 창끝을 내밀며 솟아오르고 있다. 필드의 봄은 잔디에서 오고 여자들의 봄은 손끝에서부터 오나보다. 이제 2월이 갔을 뿐인데 손끝에 스치는 장롱 속의 옷들이 투박하다.

공 못 치는 골퍼는 용서해도 옷 못 입은 골퍼는 용서를 못한다는 말을 생각하면서 옷장 속을 뒤적거린다.

동반자에 따라 골프복이 바뀌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말 자유롭고 싶은 날에는 나는 선머슴 같은 모습으로 오랫동안 손에 익숙한 짝짜기 골프채가 든 헌 가방을 메고 필드로 나간다.

오늘따라 동반자들의 복장이 명품 일색이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정신적으로 위축되면 낭창낭창 하는 골프채도 쇠몽둥이로 변하는 것이다.

주눅 든 마음으로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우드 혼마 드라이버를 잡았다. 넓디넓은 페어웨이가 펼쳐져있다. 마이웨이다.

가물대는 홀의 깃발을 노려본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우드 혼마로 드라이버 샷을 친다. 명품에 기죽은 나 자신을 향해!

돈 팍팍 안 주어서 골퍼 중 상거지 골퍼를 만들어 준 남편을 향해 브래쉬로 세컨드샷을 날린다.

파란 하늘 속으로 하얀 포물선을 그으며 페어웨이를 벗어나서 날아가는 볼을 바라보며 외친다.

굿샷! 구웃 샷! 오늘따라 쫑쫑거리며 새가 난다

박서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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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현 시인은...
문학시대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와 시와수상문학 회원이다. 시집으로는 ‘바람은 혼자 울지 않는다’ ‘해바라기’ 등이 있다.
골프타임즈를 통해 매주 화요일 ‘박서현의 요지경 골프’ 연재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