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무엇이 못마땅한지 ‘개뿔도 모르면서…’ 연신 이런 불평을 토해냈다. 그렇다면 분명 그 상대는 이 사람이 원하는 만족을 못 주었으니까 개뿔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말에 씨가 있다’란 말은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누구나 하는 말이다. 우주 속의 하나인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하는 말에는 엄청난 우주의 비밀이 숨어 있다. 말은 인간 생활의 경험담에서 나오는 산물이다. 이 세상에 아비 없는 자식 없듯이, ‘어원이 없는 언어는 없다’는 논리를 갖고 이 개뿔, 쥐뿔이라는 말을 고찰해 보자.

정말 쥐에도 뿔이 있었을까?
“쥐뿔도 모르면서… 개뿔도 없으면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핀잔을 하는 대화를 주변에서 종종 듣는다. 여태까지 그 말을 듣고 살고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있어 온 말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분명 과거에는 쥐나 개에게도 뿔이 있음직하다고 믿고 싶지 않은가? 쥐나 개에게 뿔이 없는데 그런 말이 오랜 세월 인간에게 회자됐을까? 하긴 세월이 흘러오는 과정에서 시대상과 결합되면서 언어가 변용되기도 한다.

음차도 되고 전혀 엉뚱한 말로 왜곡되기도 하고 폄하되기도 했을 것이다. 어쩌면 비하하거나 감정상 된소리, 쌍소리로 변용되면서 메시지의 효용성을 높이기도 하기 때문에 음차 되면서 비속어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온갖 유추를 다해본다. 공상을 동원하고, 상상력을 발동시켜본다.

옛날 상고시대에 하느님이 열두 가지 동물들에게 각각 알맞은 지위를 주려고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착한 동물부터 순번을 매기겠다, 했다. 약속한 날이 되자 모든 동물은 빨리 도착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출발을 했는데 작은 동물들은 큰 동물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쥐는 꾀를 냈다. 성실해 가장 일찍 일어나 출발하는 소 등에 몰래 올라타고 갔다. 가장 먼저 천상의 문에 소가 도착하자마자 소등에 타고 있던 쥐는 훌쩍 뛰어 소보다 먼저 문을 통과해버리고 만 것이다. 하느님이 쥐에게 지(智)가 있다고 하며 ‘쥐’라고 이름 지어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소등에 편승했던 쥐가 천상의 문이 열렸을 때 소의 뿔을 건드리며 풀쩍 뛰어 내려서 쥐뿔로 연상됐는지 아니면 원래 쥐도 뿔이 있었는데 뛰어내리다가 뿔이 없는 소에게 고마워서 소에게 주고 내렸는지, 아니면 소발에 차여서 뿔이 부러져 버려서 사라진 건지 온갖 억측이 난무할 뿐이다.

여기서 ‘쥐뿔도 모른다’는 말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사실 쥐에게는 뿔이라는 것이 없는데 어째서 쥐뿔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리고 그것이 어째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는가? 그 말의 내력은 옛날부터 구전되어오는 ‘쥐 좆도 모른다’는 민담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옛날에 한 시골 마을에 노인이 살고 있었다. 작은 쥐 한 마리가 노인 앞을 왔다 갔다 했는데 노인은 그 쥐가 귀여워서 짚에 붙어 있는 벼를 훑어서 쥐에게 먹였다. 이런 일이 매일 되풀이되면서 노인과 쥐는 날로 친해지고 쥐는 점점 자라서 이제는 큰 강아지만 하게 됐다.

어느 날 바깥에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그 쥐가 노인으로 둔갑을 하여 가족들을 속이고 부인의 남편인 진짜 노인을 집에서 내쫓아버렸다. 집에서 쫓겨난 노인은 걸식을 하면서 떠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절에 이르러 고명한 스님을 만나 자기가 집에서 쫓겨난 사연을 이야기하자 스님은 고양이 한 마리를 노인에게 주었다.

집에 다시 돌아온 노인은 고양이를 풀어서 마침내 그 요망스런 쥐를 잡게 됐다. 그리고 집안 식구들을 불러서 한바탕 야단을 친 다음 아내를 조용히 불러서 “야 이 여편네야! 너는 나와 그만큼 살았으면서 내 좆과 쥐 좆도 구별 못하고 살았나?”고 야단을 쳤다고 한다. 그러자 아내는 더욱 고개를 들지 못했고 남편은 너그럽게 용서를 해주고 잘 살았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는 전국 도처에 전해지고 있는데 이와 반대로 여자가 비슷한 이유로 쫓겨났다가 천신만고 끝에 다시 제 자리를 차지한 다음 남편에게 “여태껏 쥐 씹도 모르고 살았어?”하고 따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민담이 전해지면서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을 일컬어 ‘쥐좆(쥐씹)도 모른다’고 하는 말이 생겨났는데 체면을 존중히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성기(性器)를 나타내는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없어 은유적으로 ‘쥐뿔도 모른다’고 하게 된 것이라고 전한다.

일설에는 ‘쥐뿔도 모른다’의 ‘쥐뿔’은 ‘쥐좆’과 같이 쥐의 성기인 ‘쥐의 불알’의 준말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쥐의 불알이 변하여 ‘쥐불(알)’이 되고 그것이 다시 ‘쥐뿔’로 변했다고도 볼 수 있다. 본래 쥐의 불알은 작고 몸 안쪽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작고 보잘것없는 것을 나타낼 때 흔히 쓰인다.

이에 따라 파생된 말로 아무 보잘것없다, 아주 변변치 못하다는 뜻의 ’쥐 불알 만한 게‘, ‘쥐뿔같다’와 보잘것없는 사람이 엉뚱한 짓을 할 때 쓰는 ‘쥐뿔 나다’라는 말이 있다.

‘쥐뿔’이 ‘개뿔도 모른다’로 전위
쥐뿔의 어원을 알기 위해 한국어의 조상어인 르완다어를 참조해 본다. 르완다어 ‘jwi’는 소리(voice, sound)의 뜻이며, boro는 성기(penis)의 뜻이다.​ ​한국어 ‘쥐’는 르완다어 ‘jwi’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찍찍 소리를 내는 동물을 의미한다. 한국어 ‘볼기’는 르완다어 boro(penis)+gira(to have)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성기와 관련된 곳을 의미한다.

‘쥐뿔’은 르완다어 jwi(voice, sound)+boro(penis)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쥐의 성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참고로 세소토어 ‘tsibola’는 처음 하다(to do for the first time)의 뜻이다. 만일 쥐뿔이 처음 한다는 의미라면 세소토어 tsibola(to do for the first time)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처음 하는 것’을 의미하며, 쥐뿔도 모르는 것은 처음 하는 것도 모른다는 의미 확장도 된다.

이런 이야기에서 말한 뿔은 ‘남자의 거시기’에서 ‘쥐의 거시기’를 나타내는 말이 되고 있다. 아무리 전설적인 이야기지만 남자의 거시기를 입에 담기는 남세스러운 일이라서 외형상 거시기와 비숫한 ‘뿔’로 표현하여 ‘쥐뿔도 모른다’는 관용구가 생겨났으며 또는 ‘개뿔도 모른다’로 전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춰보면 대부분 ‘뿔’은 남자의 성기를 가리키는 셈이다.

이 속담의 의미는 ‘평생을 함께 산 배우자의 몸에 대해서도 모르는 주제에 뭐가 잘 났다고 아는 척하느냐? 즉, 당연히 알아야 할 것도 모르는 주제에 공연히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라는 뜻도 묻어 있다.

말이 널리 파급되면서 쥐불이 쥐뿔로 음운 확장되고 개뿔로도 변용됐다고도 한다. ‘불’이란 것은 명사로 불알을 싸고 있는 ‘살로 된 주머니’, ‘음낭’, ‘불알’의 준말이다.
이 말은 옛날에 누가 쥐의 불이 어떻게 생겼는지 떠들고 다니니까 한사람이 쥐의 불은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쥐뿔도 모르는 놈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이 유래담(由來談)은 여러 지방에서 비슷한 형태로 전해지는데, 지방에 따라 쥐가 개로 바뀌기도 해서 ‘개뿔도 모른다.’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런 우스개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앞뒤 분간을 못하는 사람을 일러 ‘쥐좆(또는 쥐씹)도 모른다’고 하는 말이 생겨났으며, 표현상 성기를 나타내는 부분을 은유적으로 둘러서 ‘쥐뿔도 모른다’고 하게 된 것이라고 전한다.

‘쥐 좇만 한 놈, 개 좆만 한 놈들’이라고 쏘아붙이며 촐싹대고 까불 때 써먹는 관용어가 됐다. 주변에서 얼쩡대는 쥐나 개가 가리지 않고 다 불러내어 ‘쥐뿔(개뿔)도 모르면서 까분다’라는 우리 속담까지 됐다.

그들이 ‘개뿔’이 무엇인지 알고 말하는지 궁금했다. ‘개뿔이 어디 있어? 말도 안 돼…’ 그렇다 ‘개뿔’은 없다. 이와 같이 개념적으로 결코 이해될 수 없는 일상어가 우리 주변에 허다하다. ‘천천히’나 ‘깐깐하다’ 등은 대부분 ‘순우리말’이라고 강변한다. ‘순우리말’이라는 말에는 속칭 ‘한자(漢字語)’는 외국어라는 뉘앙스를 느끼게 한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언어의 약 7할은 우리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순우리말은 3할 밖에 안 되는 것이다.

‘뿔 있는 개(개뿔)’가 웃을 일이 아닌가. 국어사전에 ‘개뿔’은 속어로 ‘있으나 마나한 것의 비유. ∼도 없다.’라고 씌어 있다. 우리 선조께서 ‘개뿔’을 창조해서 비논리적인 언어를 후손에게 물려줬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어에는 고도의 사상, 종교 개념어가 많다. 그중에 ‘개뿔’은 본음이 변했을 뿐 지금도 종교의식에 필수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절기에도 전해지고 있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의식
우리 언어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종교적 행위 그리고 제례용어가 일상어가 된 예가 많다. 그중에 ‘개뿔’은 제례용어가 변음(變音)되어 변질된 용어로 회자되고 있는 의례어(儀禮語)이다. 이 제의어(祭儀語) 계불이 개불이 되고 다시 개뿔로 변음된 것이다.

이 계불의식(禊祓儀式)은 BC 9,000년 경 마고(麻姑=三𥛠)의 증손 유인씨(有因氏)가 천년을 지내고나서 그 아들 한인(桓因)에게 천부(天符, 천부경은 전문 81자로 된 인류 최초의 경전)와 계불(禊祭 계; ⽰-총 14획, 부정을 씻기 위한 목욕재계) 의식을 전해서 B.C 8,000년 전에 시행했었다. 계불은 소도제천행사(蘇塗祭天行事)의 선행제(先行祭). 목욕재계의 유습(遺習)으로 아직도 우리 종족의 제의 풍속에 남아 있다.

문헌상으로는 ≪三國遺事⋅駕洛國記≫에 “삼월 계욕일(禊浴日)에 그들이 살고 있는 구지봉(龜旨峰)에서 무엇을 부르고 있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고 한 기사에 계불(禊祓)이라는 말과 비슷한 계욕(禊浴)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보인다. 계불은 수계제불(修禊除祓), 계사(禊事), 불제(祓除), 제불(除祓) 등의 말과 함께 쓰이고 있으며 박달나무 숲에 신시(神市)를 열고 마음을 깨끗이 하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의식의 일부였다. 각종종교에서 목욕재계하는 의식과 같다.

그리고 문자가 전해진 것은 B.C 4,000년 전이니 고어 중의 고어이다. 계불의식은 처음에 종교적 행사로 시작됐다. 신시시대(神市時代, 5907년)에 산해제족(山海諸族)은 어육(魚肉)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희생제(犧牲祭)를 행하여, 인간이 반성하고, 조상에 대하여 기른 공에 보답하게 했다. 제사를 행할 때는 피에 손가락을 꽂아 생명을 성찰하고, 땅에 피를 부어 기른 공에 보답하게 했다.

여기에는 물체가 대신하여 ‘五味의 過(오미의 과)’에 보상함으로써 재앙을 멎게 하려는 육신고충(肉身苦衷)의 고백이 있었다. 이 의식은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각종 신에 대한 제사가 행해지게 되었다.

이와 같이 개뿔(계불)은 신성한 제의어이다. ‘개뿔도 모른다’는 말은 ‘계불의식을 모르는 배은망덕한 자’라는 준엄한 질책의 언어다. 지금 세태를 두고 한 말이다. 제 조상도 모르고 제 뿌리도 모르면서 식자연(識者然)하는 자칭 지식계급에게 ‘개뿔(계불)도 모르는 놈’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대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성(聖)스럽게 이어져 오던 계불의식(禊祓儀式)’이란 말이 세월이 흘러 본디 말은 사라지고, ’개뿔도 모른다‘ ’개판, 깽판‘이라는 말로 폄하되고 우화(寓話)로까지 비약됐다.

본래 신성시됐던 말들이 변형되고 사라진 사례는 많다. ‘야외에서 크게 베푸는 설법의 자리인 야단법석(野壇法席)’이란 불가 용어가 ‘몹시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운 일(惹端)’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떠들썩하고 부산스럽게 굶’이란 말로 음차(音借)되어 쓰여 지고 있다.

제자를 가르치고 제자의 행위를 바르게 지도하여 그 모범이 될 수 있는 중, 즉 덕망이 높은 스님을 아사리(阿闍梨, ācārya)라 하는데, ‘질서가 없이 어지러운 곳이나 그러한 상태로 한 데 어울려 무법천지가 된 것을 비유한 말인 ’아사리판‘이 됐다. 어처구니, 망태 등 신성시됐던 용어들이 훗날 폄하되고 있는 것은 찾아보면 많다. 이처럼 저속한 말의 대명사가 되는 것을 세강속말(世降俗末)이라 하는데, 세대가 내려갈수록 풍속은 속되게 된다는 뜻이다. 된소리는 세상이 각박하고, 인심이 흉흉할 때 더욱 많이 쓰인다.

스스로 거친 띠플로 결박하고
계불의식(禊祓儀式)의 어원을 찾아보자, 원효결서(元曉訣書)에는 옛날 마고(三神)님께 죄를 지은 종족들 때문에 맏이인 황궁(黃穹)씨는 자기 몸을 스스로 백모(白茅 띠풀)로 결박하고 천제단(天祭壇)에 나아가 하늘에 자신의 죗값을 정해줄 것을 자처했는데, 이러한 속죄행위를 계불의식이라 했다. 또는 스스로 거친 띠플로 결박해서 백모의식(白茅儀式)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속죄의식에서 유래된 말이 계불이고, 요즈음은 흔히 쓰는 '개뿔도 없다', '개뿔도 없는 것들'이니 하는 말은 뿔 없는 짐승인 개의 뿔을 말하는 게 아니라 황궁씨의 계불의식에서 유래된 말이다. ‘개뿔도 없다’라는 말은 ‘반성의 기미가 없다, 죄책감이 없다, 속죄하는 마음이 없다’는 뜻이고 본디 말이 된소리인 ‘개뿔’이 되고 ‘개뿔도 모른다’라고 쓰이고 있다.

소도에서 열리는 제천행사를 지내기에 앞서 지내는 제사는 계불의식으로 우리 민족의 예속(禮俗) 중에 목욕재계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옛날의 풍속이다.

‘열두 살에 임금이 된 신라 박혁거세는 즉위 후 첫 행사로 계불의식을 거행했다. 12세의 어린 나이에 무슨 죄를 저지른 일도 없었을 텐데 단 한 가지 임금이 된 죄로 굶거나 추위에 떨거나 불행에 빠진 사람들의 고통을 자신의 못난 탓으로 돌려 속죄하는 계불의식을 실행했던 것이다.’ 모든 종교의식에서 행하는 기도(祈禱)는 이 같은 육신의 고백을 통해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복(祈福) 현상은 자기 안위에 대한 기대감으로의 변질이다.

빌 기(祈)의 보일 시(示)는 해, 달, 별이 받쳐져 있고 제사상 위에 제물을 올려놓은 형상이다.

한 알의 곡식을 위해 해, 달, 별은 얼마나 많은 노고가 있었는가. 시전(詩傳)에 ‘斤은 斤斤其明이고 明은 心이다’ 했으니, 곧 마음이다. 빌 도(禱)의 목숨 수(壽)는 몸이다. 몸과 마음이 깨끗해야 하늘의 은총을 받는다.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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