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단오’ 고유의 우리말은 태양을 상징하는 ‘수리’에서 온 ‘수릿날’이라 불렀다. ‘단오 수릿날’ 이라고 하는데 ‘수리’는 ‘신’과 ‘높다’는 뜻이 있어서 ‘높은 신이 오시는 날’의 뜻으로 해석된다. 매년 음력 5월 5일은 동양에서 1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하여 중양(重陽), 단양(端陽), 천중절(天中節), 단오절(端午節) 등으로 불렀다.

이날은 초나라 시인 굴원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 5천 년 전인 우리의 배달국 시대인 제14대 환웅인 ‘치우(蚩尤)한웅’과 관계가 있는 날이다. 즉 단오절은 치우한웅의 탄신일이다. 그래서 이날 치우부적을 대궐에 붙이는 풍습이 있었다. 이날을 다른 말로 ‘천중절(天中節)’이라고도 한다.
5월 5일 천중절에 이런 부적을 붙인다.

위로는 천록(天祿)을,
아래로는 지복(地福)을 얻어

치우(蚩尤)의 신(神)
구리머리, 쇠 이마,
붉은 입, 붉은 혀에
404가지 병(病) 일시에 없어져라.

빨리빨리 율령(律令)대로 시행할지어다.

이것은 치우부적(蚩尤符籍)으로 ‘동두철액(銅頭鐵額)’ 구리투구와 철갑옷을 입은 치우의 형상을 그대로 묘사한 표현이다. 이 부적은 조선시대 천문·지리·역수·측후·물시계 등의 일을 맡아보던 정부관청인 관상감(觀象監)에서 제작해 5월 5일 단오(天中節)때 붉은 부적(符籍)을 궁중으로 올리는데, 대궐 문설주에 붙여 액운(厄運)을 막는 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왜 이날 국가에서 치우부적을 붙였을까 그것은 단오절이 치우천왕의 탄신일이기 때문이다. 머리 양쪽에 뿔이 있으며 키가 크고 씨름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치우군(蚩尤軍)의 전형적인 상징인 ‘동두철액’과 육박전 훈련에서 발전한 두촉전(頭觸戰-蚩尤戱)을 말하는 은유적인 표현이다.

▲ 단오절은 치우환웅의 탄신일, 천중절이라고 한다.

단오 행사로는 ‘그네뛰기’와 ‘씨름’을 주도했다. 과거에 단오절은 매우 비중 있는 큰 명절이었으며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여러 민속놀이와 기념행사가 펼쳐졌고 수릿떡 등의 시절음식을 해 먹었다.

중국에서는 단오절의 기원과 의미가 왜곡되어 초나라의 충신 굴원을 기리는 날로 알려졌으며 조선시대의 <세시기>에도 이 설을 그대로 수용하여 기록되어 있다.

고대 우리의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과 연결시켜 볼 때 음력 5월 5일은 고구려를 건국한 고주몽의 탄생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고주몽 이전부터 단오절은 존재했기 때문에 그 기원은 이 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날이 고대 배달국의 치우천왕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은 단오절에 행하는 씨름 등의 여러 행사 내용들이 치우와 연관되어 있는 행사라는 것이다.

당시 다산이 중요했던 시대라 건강하고 좋은 체질의 씨앗을 받기 위해 여자들은 목욕재계를 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건장한 사내들이 힘과 재주를 경쟁하는 것을 ‘씨름’이라 했는데 이는 좋은 씨를 내리기 위해서다. 이처럼 씨름을 비롯해 치우를 상징하는 ‘적령부’라는 부적의 사용 및 단오일을 태양을 상징하는 ‘수릿날’이라 불렀다는 사실 등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근거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치우를 상징하는 색이 붉은색이기 때문에 중국의 문헌 기록에는 염제(炎帝)와 동일시한 내용도 있다. 지금도 중국에서 붉은색은 행운의 색으로 통용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신명을 일으킨 붉은 바람도 붉은악마가 응원기의 상징인 치우한웅을 모델로 했던 적이 있다. 이유 없는 우연으로 돌리기보다는 우리가 함께 좀 더 깊이와 체계를 갖춘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되는 부문이다.

배달국 14대 한웅
7대 한인시대 다음에 세운 배달국 18대 중 14대 한웅이자 묘족의 시조가 된 우리 조상이다. 현재 중국 남부의 묘족들은 치우한웅을 단일 시조로 모시고 있다. 그리고 보면 묘족과 우리는 동이족으로 형제들이다. 최근 2000년 월드컵을 계기로 그들이 종가 집을 찾아와 역사를 묻고 있다. ‘진정 우리가 마고님의 한 자손들이냐’고.

그들이 명절에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千古奇才横空贤,(천고기재횡공현) 可堪并论炎黄间.(가담병론염황간)
五兵刑法君始点,(오병형법군시점) 九黎生气冲云天.(구리생기충운천)
席卷中原华夏联,(석권중원화하련) 血染江河五千年.(혈염강하오천년)
英名不因涿鹿败,(영명불인탁록패) 老黑石山百花鲜.(로흑석산백화선)
-치우만가(蚩尤挽歌)-

해설
천고(千古)의 세월 동안 이어져오는 뛰어난 영웅인 치우천왕은 / 염제(炎帝)와 황제(黃帝)와 더불어 가히 더불어 이야기할 만하다.

다섯 가지의 병기(兵器)를 만들었으며 / 형(刑)과 법(法)이 치우천왕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 구리(九黎) 백성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다.

화하족(華夏族)의 연맹세력인 염제와 황제를 무찌르고 / 중원대륙을 석권하니 / 5천년 동안 강물을 피로 붉게 물들게 하였다.

빛나는 영웅의 이름이 / 탁록(涿鹿)의 패배에 의한 것이 아니지만 / 흑석산의 온갖 꽃들이 여전히 선명하다.

ㆍ구리(九黎) : 배달국을 이름 ㆍ탁록(涿鹿) : 하북성에 있는 탁록 ㆍ중원대륙 : 하북성, 산동성 등 중국 동부를 말한다.

이것은 피눈물이 서린 노래다. 그 묘족들은 배달국 치우천왕의 역사를 손바닥 읽듯이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치우한웅 탄신일에 제를 지내고 있다. 이 날이 고대 배달국의 치우천왕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은 단오절에 행하는 씨름 등의 여러 행사 내용들이 치우와 연관되어 있는 행사라는 것이다.

민속으로 발전된 풍습으로서의 ‘치우희(蚩尤戱)’는 현대 씨름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고구리(국명으로 부를 때는 리로 발음) ‘각저지희(角抵之戱)’를 중심으로 삼국의 ‘수박(手搏)’을 거쳐 현대적인 씨름으로 발전했다.

또한 ‘치우희(蚩尤戱)’를 즐기는 지역이 태원(太原)과 기주(冀州) 등 중국 북부지역으로서 옛날부터 동방계(東方系)가 진출한 지방에서 성행했다는 사실이 두드러진다.

여기서 ‘씨름’의 어원(語源)을 보자. 씨름은 각지(角支)*각저(角抵)*각력(角力)*각희(角戱)*상박(相撲)*각저희(角抵戱)*고려기(高麗技)*치우희(蚩尤戱) 등으로 표현한다. 각(角-서로 겨루다)과 저(抵-달려들다) 또는 저(抵-들이받다)의 합자(合字)로서 ‘각저’는 ‘서로 달려들어 힘겨루기를 하다’를 말해준다.

다시 말해 ‘치우군(蚩尤軍)’이 평소에 용력(勇力)을 키우고 전투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육박전’을 훈련하여 체력단련을 하는 행위를 가장 잘 나타낸 말이다. 구태여 ‘치우(蚩尤)’의 이름을 딴 놀이로 알려진 의미가 분명하고 고대의 용력신(勇力神-힘과 용기를 창조했다는 설화에서 비롯된다)으로 불려왔던 ‘치우’에게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참고로 1905년에 고구리(려)의 도읍지였던 환도성(丸都城)에서 4C 경으로 추정되는 각저총(角抵塚)이 발견됐는데 분묘 현실(玄室)의 오른쪽 벽에 씨름하는 모습이 그려진 것으로 미루어 보아 삼국시대 초기에 이미 고유의 민속으로 널리 퍼져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각저(角抵)’의 어원은 동양천문학의 <동방칠수(東方七宿)>라고 하는 ‘각(角)항9亢)저(低)방(方)심(心)미(尾)기(箕)’ 중의 ‘각(角)’과 ‘저(低)’에서 나왔다. 즉 ‘각수(角宿)’와 ‘저수(低宿)’가 서로 나오려고 다투는 모습에서 만들어졌다.

또 ‘각수’는 뿔을 지닌 ‘소’를 상징하는데 ‘치우희’에서 소머리를 하고 씨름을 하는 것과 같다. ‘저항(抵抗)’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저수(低宿)’와 ‘항수(亢宿)’가 ‘각수(角宿)’에 대항한다는 어원으로 ‘각수(角宿)’인 치우(蚩尤)와 ‘저수(低宿)*항수(亢宿)’인 황제(黃帝)가 각축(角逐)을 벌인 걸 의미한다. ‘씨름’의 원형(原形)에 대한 정확한 의미와 왜 ‘각저(角抵)’라 불리는지 그 까닭들이 분명하게 풀어지고 있다.

<술이기>에 의하면 태원(太原)의 촌락 간에도 ‘치우신(蚩尤神)’에 대해 소머리를 사용하지 않고 제사지낸다고 했다. 또한 지금 기주(冀州)에는 ‘치우희(蚩尤戲)’라는 놀이가 있는데 사람들이 둘둘 삼삼으로 소뿔을 머리에 이고 서로 찌르는 놀이이다.(述異記亦云…. 太原村落間祭蚩尤神不用牛頭 又云…. 今冀州有樂名蚩尤戱 其民兩兩三三 頭載牛角而相觝….)

진(秦)과 한(漢) 사이의 설에 의하면 ‘치우씨(蚩尤氏)’의 귀밑 터럭은 칼이나 창과 같다고 했으며 머리에는 뿔이 있어 황제 헌원과 싸울 때 뿔로 사람들을 쳤으므로 사람들은 그에게 대항하지 못했다. 한나라 때 만들어진 각저도 모두 그 유물이다.

한 무제(漢 武帝) 때의 태원(太原)에 있는 치우신(蚩尤神)의 화상(畵像)을 보면 거북이 발에 뱀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역질을 막는다는 풍속에 따라 사당을 세워두고 있다고 했다.

秦韓間說…蚩尤氏耳鬢劍戟 頭有角 與軒轅鬪 以角觝人 人不能向 今冀州有樂名 蚩尤戱 其民兩兩三三 頭戴牛角而相觝 漢造角觝 蓋其遺制也 太原村落間 祭蚩尤神 不用牛頭 今冀州有蚩尤川 卽涿鹿之野 漢武時 太原有蚩尤神畫見 龜足蛇首 抵疫 其俗遂爲立祠….<한국상고체육사-중국체육풍속-중국고대문화개설>

한국에서 치우천왕의 존재는 2002년 월드컵 대회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붉은 악마’의 상징물로 활용된 귀면(鬼面)의 주인공이 바로 치우천왕이다.

BC 2707∼2599년에 존재했던 치우는 금속을 제련하여 무기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각종 전투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 황제 헌원을 위협했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전쟁신, 군신, 수호신으로 그를 받들었고 오늘날 까지 하나의 우리를 지켜주는 벽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얼굴모습은 전형적이고 특징적인 요소에 대한 시원적(始原的)인 형태가 그대로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치우천왕은 누구인가?

▲ 치우기와 문양

치우에 대한 기록은 ‘사기’를 비롯해 40여종의 중국 사서에 등장하지만 불행하게도 한국의 정사에는 남아있지 않다. 다만 ‘한단고기’나 ‘규원사화’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먼저 정국의 최초 사서인 ‘사기’를 비롯한 중국 역사서에 나오는 치우 관련 기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치우’는 ‘구리’의 임금이었으며, 고대 천자의 이름이다.

▲ 구리 머리에 철 이마(銅頭鐵額)를 하고 모래를 먹었으며, 금속을 제련해서 다섯 가지 병기를 만들었다.(청동기 유적 발굴로 입증되고 있음).

▲ 그의 묘는 산동성 수장현에 있고, 매년 10월에 제사를 올리는데 붉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 군(軍)의 우두머리는 모두 그에게 제사를 올렸는데, 특히 유방은 통일을 위한 마지막 풍패전투에 나가기 전에 치우사당에 참배하고 승리한 후 서안에 그의 사당을 짓고 높이 받들었다.

우리의 사서에 나오는 치우에 대한 기록으로는 ‘삼국사기’와 ‘동사강목’에는 ‘치우기’라는 혜성이 나타났다는 내용이 유일하며, ‘연려실기술’ ‘대동야승’ ‘청장관전서’ 등에도 중국의 기록을 인용해 놓았을 뿐이다.

‘성호사설’에는 우리의 민속을 설명하면서 치우를 수호신으로 모시고 제사(이순신의 ‘난중일기’에도 치우사당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세 차례 나온다)를 지냈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 치우부적

‘한단고기’와 ‘규원사화’에는 치우천왕이 배달나라 18대 제위 중 14대 임금(재위 109년, B.C. 2707∼2599)이며 황제 헌원과 치우가 패권다툼을 벌이게 된 경위, 치우가 만들었다는 무기의 종류와 전투방법 등이 상세히 나온다.

10년간 73회나 치렀다는 주요전투의 내용과 염제 휘하의 한 군장이었다가 난을 평정하는 과정에서 염제로 등극하는 과정, 쇠를 캐어 제련하는 과정 등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치우는 바로 ‘고구리(려)’의 전신인 ‘구리(九黎=九麗·九夷·句麗)’의 임금이었으며, 치우가 수도를 청구로 옮겼다고 했으니 구리의 영역은 태백산 신단수가 있었던 만주지역에서 청구가 있는 산동반도까지 이어졌다.

기마족의 이동 폭이 넓은 것을 인정하면 이해가 된다. 같은 동이족 연맹의 일원이던 치우와 황제 헌원은 10년 간 73회나 싸웠으나 황제는 늘 패했고, 다시 도전했다가 또 패하곤 했다. 당시 중국 최초의 공식 사서인 ‘사기’에 기록된 것처럼 치우의 ‘동두철액’ 표현 내용을 보면 전혀 철기를 모르던 그들이 앞서가는 철기무기를 제작하는 모습 즉 모래에서 철을 재련해 내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표현 했다. 치우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무기인 금속무기를 만들어 사용했으며, 삼지창과 도끼를 잘 다루고 안개를 일으키고 천둥을 관활하며 비와 바람을 부르는 등의 도술을 행했다고 하니 승리는 당연했을 것이다.

그 후 그들의 마지막 싸움이자 동남아시아 역사기록상의 첫 대전인 ‘탁록대전’이 현재의 장안 서북쪽에 있는 탁록에서 벌어진다. 그 후 치우는 묘족의 시조가 됐고, 무덤이 산동반도 서남쪽에 있으며, 군지도자들이 제사지내는 군신으로 추앙받았다는 기록 등이 남아 있다. “너 헌구(중국시조 황제헌원)는 짐(배달국 14대 치우천자)의 경고를 들어라!”라는 명령의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역시 우리민족이 배달국 치우한웅의 후손임을 나타내는 살아있는 문화의 흔적이다.

치우의 명칭에 대한 흔적
우리는 여기서 한번쯤 치우(蚩尤)란 이름에 대해서 전환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명칭이 상고 기록에서 발견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와 우리 도가사서(道家史書)에는 분명하게 ‘자오지(慈(紫)烏支)환웅(桓雄)’으로 표현하는 까닭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말로 ‘우치’는 ‘아라치-아래 사람’을 다스리는 ‘윗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고어(古語) 가운데 ‘상부(上父)-우 어른*우대(憂台)’란 말과 일본으로 건너 가 잔재(殘在)로 남은 ‘우지-씨(氏)’등에 파편화되어 있다.

이는 ‘자오지(慈烏支)와 아주 잘 대응된다. 즉 ‘우치는 오지(烏支)’이며 ‘자(慈)’ 즉 자(紫)는 ‘붉은*밝은’ 뜻을 차의(借意)한 것으로서 정확한 표현으로는 ‘밝은 우치-밝은 위 어른’이란 의미이다. 한족(漢族)들은 여기에서 경칭(敬稱)인 ‘우치’만을 가져다가 의도적인 가공을 하여 이름처럼 만든 다음 이를 다시 뒤집어 전혀 엉뚱하고 경멸적인 한자(漢子)로 색칠함으로서 의미를 희석시켰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런 해석이 진실이라면 왜 기록에 ‘치우(蚩尤)’란 이름이 안 나오는지? 그리고 ‘치우(蚩尤)’가 붉음(밝은-붉은)으로 상징되는지? 우리 기록에서는 ‘자오지(慈烏支)’란 명칭으로 드러나는지?

팥이나 단풍나무와 관련되며 단오 날을(수릿날-수리 王 즉 ‘왕 중의 왕’이므로)로 부르는 이유가 명쾌하게 풀어진다. 또한 이런 풍습이 우리 민족에게서만 유별나게 두드러지며 끈질기게 맥을 잇고 있는 이유도 확연히 밝혀진다.

이를 볼 때 단오 날의 부적(符籍)인 적령부(赤靈符)*고사 때의 팥 시루떡*검 줄의 붉은 고추*간장독에 넣는 붉은 고추*백일이나 돌잔치의 붉은 수수팥떡*동지 날의 팥죽과 문설주 등에 바르는 벽사(辟邪)의식*치우기(蚩尤旗)의 붉은 빛깔도 모두 마찬가지 의미이다.

또 ‘둑신사(纛神祠)’라는 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둑’은 <독 또는 도>라고도 읽는다. 일제 강점기 말까지 동대문 밖 <뚝섬>에 있었다고 하는데 ‘뚝섬’의 ‘뚝’자(字)는 바로 ‘둑’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치우(蚩尤)와 황제(黃帝)가 싸움을 한 ‘탁록전(涿鹿戰)’의 대형벽화가 있었는데 길이 36자, 높이 6자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광복을 전후해 사라지고 말았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전쟁에 나갈 땐 이곳에 제를 올렸고 또 ‘독’기를 들고 나갔다. 얼마 전 명지대가 ‘치우제’를 강화도에서 지낼 때도 하루 전에 이곳 뚝섬에 와서 혼을 모시다가 제를 올린 적이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민속 곳곳에 남아 있는 ‘치우(蚩尤)’에 대한 신앙이 돋보이고 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단오 날 적구적설(赤口赤舌)의 부적(符籍)으로 백병(百病)을 쫓는다는 기록이 있다. 바로 ‘치우부적(蚩尤符籍)’으로 ‘둑신묘(纛神廟)-둑신사(纛神祠)’에서 전달됐다.

치우가 살아나야 단군이 역사시대가 된다
이렇듯 의미가 깊은 치우한웅의 역사지만, 그의 활동영역이 대부분 현재의 중국 땅인데다 국내문헌사료의 부족 등을 이유로 국내 학계는 치우 연구를 소홀히 했고, 아예 중국의 고대 신화인물이라고 치부하고 말았다.

반면 중국 측은 몇 년 전부터 ‘치우는 묘족의 선조일 뿐 아니라 황제, 염제와 더불어 중화민족 역사의 3대 인문시조(人文始祖)’라고 주장하고 치우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치우가 중국의 조상이라면 그가 다스린 ‘구리’와 그 후신인 ‘고구리(려)’는 자연스럽게 중국 역사에 편입되고, 치우의 영역과 법통을 이어받은 고조선 역사마저 중국에 귀속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은 삼황오제(三皇五帝)를 신화적 존재로 보았고, 하우(夏禹)부터 실존 역사로 취급했다. 황제의 자손인 하우를 그들의 조상으로 받들면서 스스로를 화하족(華夏族 또는 漢族)이라 불렀다. 그 외에 염제의 후손인 동이족과, 치우의 후손인 묘만(苗蠻)족은 오랑캐라며 야만족 취급을 했다.

지난 월드컵 이후 국민들은 치우를 당연히 우리 역사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학계는 ‘치우가 우리의 조상이라는 것을 뒷받침해줄 실증적 자료가 없다’며 여전히 ‘중국 고대의 신화적 인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들보다는 우리민족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치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역사적 전통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장승의 모습으로, 혹은 주요 건물 입구에 서있는 해치(또는 해태, 사천왕)의 모습으로 치우는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친밀한 홍소로,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에게는 무서운 포효로 보이는 표정을 통해 악귀로부터 마을의 재액을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또 기와집 치미나 막새기와(귀면와)에 위치하여 집을 화재와 재액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동짓날에는 붉은 빛 팥죽이 되어 병마와 액운을 막아준다.

또한 단오절 적령부(赤靈符)라는 붉은 부적을 통해 개인과 집안을 보호해주기도 하고, 군사들의 방패와 무기와 군기(軍旗), 투구 등에 새겨져 승리를 일궈내는 군신으로 작용을 하며, 잡귀를 막아주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붉은 도깨비로 항상 우리 곁에 머물렀다.

이것은 우리 역사에도 이와 관련한 신화나 전설이 구전이나 무가(巫歌) 형태, 또는 야사로 남아 전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계는 단군 이전 시대를 역사화 하는 데 관심이 없었으며 아예 역사에서 지워버림으로써 그 속에 포함된 치우의 역사도 당연히 함께 없어지고 말았다.

중국 역사책에 ‘치우가 동이족이며, 구리의 임금’이라고 적혀있는 만큼, ‘한단고기’나 ‘규원사화’의 내용으로 이를 보완한다면 훌륭한 단군 이전사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도도 해보지 않고 우리 스스로 한민족의 역사를 한반도 안으로만 가져오는 우를 범했다.

예를 들어 만주지역에 있던 요·금·원·청은 고조선과 고구려의 영토에서 일어났으며, 중국 고대사에서 동이로 분류되던 민족이 세운 나라들이다.

우리 할아버지가 저쪽에 살았다는 사실을 팽개치고 현재 손자인 내가 이곳에 사니까 이곳 역사만 우리 것이란 우를 범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우리 겨레의 역사에 포함시킬 수도 있으나 우리는 여전히 말갈, 여진, 만주족이라며 오랑캐로 몰았고 우리의 역사에서 제외시켰다. 대신 중국은 ‘지배를 받았지만 문화로 흡수했다’는 논리로 자국 역사에 포함시키고 있다.

대조영이 세운 나라 또한 처음에는 ‘진’이었으나, 당나라가 멋대로 ‘발해국왕’에 봉하자 나라 이름도 발해로 바꾸었고, 지금도 우리가 스스로 부른 이름 ‘진’보다는 ‘발해’라고 부르고 있으니, 중국은 이를 근거로 ‘발해가 당의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민족의 형성기라고도 볼 수 있는 우리의 청동기 시기가 B.C. 10세기 설에 묶여 있으니, 그 이전 인물인 치우는 물론 단군조차 당연히 역사적 인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치우가 살아나야 일제가 신화로 치부했던 단군시대가 역사적 현실로 살아난다는 사실이다.

한 중국학자가 ‘한자는 한(漢)족의 언어체계와 맞지 않으므로 한족이 만든 글자가 아니라, 동이족의 글자다’라고 주장을 해도 동이족의 핵심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한자는 중국글자라며, 우리 겨레의 글자일 가능성조차 무시해버린다. 이처럼 우리 사학계가 만주를 포기하는 동안 이로 인해 중국정부가 국가적으로 동북공정을 끝내고 있었던 것이다.

일제 사관에 물 들은 우리 사학계는 한국 고대사에 대한 논리적, 학문적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포기한 역사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사를 찾는 것이다. 우리 역사의 복원이 세계사를 복원하는 길이며 전 인류가 화합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민족의 문화인 단오까지도 우리 것인데도 불구하고 모화사상에 찌든 우리가 중국에서 전래됐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스스로가 민족의 위대한 역사와 문화를 포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중국은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단순히 중국의 국경문제나 동북지역 소수민족의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고구리(려)사 왜곡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 속에는 중화사상이라고 하는 오래된 중국의 패권주의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고구리(려)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한 동북공정의 다음 목표는 치우천왕(蚩尤天王)이 될 것이다. 치우를 중국 역사로 편입함으로써 기자조선, 위만조선, 한사군(이 부분은 이미 그들의 역사가 됐다)을 포함한 고조선 전체의 역사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금야금 우리의 강역을 흡수시키며 현재도 먹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역사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 날, 아니 미래의 문제로 살아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의 평화가 천년만년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지금 현재 우리 스스로가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의 후예여! 간도 쓸개도 모두 다 내던진 이 땅의 역사 앞에서 비분강개(悲憤慷慨)하라!”라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절규가 또 다시 귀에 들리는 듯 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다.

정노천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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