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대회 6승과 함께 LPGA 93홀 연속 노보기 플레이
체력과 함께 테크닉과 정신력으로 무장
박인비의 아이언샷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본받아야할 스윙

[골프타임즈=임경 프로] 박인비는 LPGA 역사상 단일 메이저 대회 3연패를 달성한 선수가 된다. 박세리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 프로골프로서의 꿈을 품고 미국에 왔다. 지금의 박인비가 있기까지는 그렇게 순탄치가 않았다.

부상과 몇 년의 공백기를 걸쳐 자신만의 맞춤골프가 완성이 됐기에 가능했다. 그동안 박인비가 쌓은 기록들을 보면 우연히 된 것이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메이저대회 6승과 함께 LPGA 93홀 연속 노보기 플레이를 했다. 메이저대회 3연승을 한날 최종라운드의 경쟁은 같은 한국선수다. 테크닉과 체력의 한판 승부였다.

최종 라운드의 경쟁자 김세영은 단신이지만 태권도로 다져진 다부진 체력의 장타자이다. 강한 하체가 받쳐주는 샷은 역전의 여왕이라고 불린다. 1타차까지 추격해가며 역전이 가능했지만 테크닉과 정신력으로 무장한 박인비를 추월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테크닉이 체력을 앞서는 것을 보여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주말골퍼로 전락하는 골프의 현실을 보노라면 노장파들 즉 테크닉 골퍼의 한숨을 덜어 주는 승부이다.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는 맞춤스윙
박인비의 스윙은 언 듯 보기에는 콤팩트한 스윙에 파워가 결여된 것 같으나 사실상 프로골퍼의 체력은 모두 갖춘 셈이다. 손목을 덜 사용 하는 것 외에는 모든 스윙이 빠른 스윙을 유도하는 동작이다. 어깨가 들어가는 느린 백스윙이다. 길게 이어지는 백스윙은 스윙아크를 크게 만든다.

이 모든 스윙이 하체 힘이 받쳐주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본인의 말로는 손목의 부상으로 손목을 덜 사용하다가 만들어진 콤팩트한 스윙이라고 한다. 이유야 어떠하든 콤팩트란 스윙은 스윙이 느리고 빠른 골퍼의 미스 샷을 커버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 같은 콤팩트한 샷은 드라이버에 비해 아이언샷에 그 위력을 발휘한다.

박인비의 라운드 샷에서 아이언샷 적중률이 100%에 가깝다. 이 같은 샷의 결과는 하체가 받쳐주는 아이언샷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과거 아이언샷의 달인이자 세계 골프랭킹 1위를 했던 닉 팔도가 있다. 오른쪽 겨드랑이를 붙여서 만든 콤팩트하게 치는 아이언샷을 치던 영국의 선수이다.

닉 팔도의 스윙과 비교하면 파워 면에는 차이가 없다. 백스윙이 길게 이어지면서 손목이 조금 덜 꺾일 뿐이지 스윙아크에서 만들어지는 파워 면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 아마추어에게 코킹(cocking, 손목꺾임)을 설명하고자 하는데 있어서는 어려움이 따른다.

골프가 숙달이 되면서부터 코킹은 의도적으로 만들고자하는 것과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박인비의 백스윙은 이러한 스윙에 있어 백스윙을 최대한 길게 해줌으로서 스윙을 최대한 빨리해주는 방법으로 손목을 적게 사용한다. 손목사용을 적게 해주면서 스윙을 빨리해주는 대신 스윙을 콤팩트해줌으로서 정확도를 더해준다.

박인비의 아이언샷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본받아야할 스윙
일반적 스윙에서도 하체가 받쳐주는 아이언샷이 있으며 하체가 받쳐주지 못하는 샷이 있다. 이 같은 아이언샷은 연습장에서 잘 치던 아마추어가 필드에 나가면 해매는 경우도 있고, 트러블샷에서 훅볼이 나올 때도 있다. 트러블샷 즉 업 힐이나 러프 샷에서도 평지의 샷과 같이 별 어려움 없이 샷을 날리는 골퍼라면 하체가 받쳐주는 골퍼라고 하겠다.

박인비의 손목이 덜 꺾이는 아이언샷이 이 같은 아이언샷이다. 일반 아마추어가 아이언샷에서 공을 똑바로 내보내는 경우 의도적으로 스윙을 적게 또는 느리게 가져가면 좋은 샷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아이언샷의 비거리는 아무리 스윙을 적게 가져간다고 해도 자신의 비거리에서 5야드 이상 차이가 없다. 샷을 잘못 쳐서 한 두 클럽 차이가 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박인비의 아이언샷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본받아야할 스윙이다.

드라이버샷의 경우 일반적으로 골퍼가 만들어지는 풀스윙의 드라이버샷에 비해 비거리를 손해 본다. 일단 어깨가 들어가는 백스윙과 길게 이어지는 백스윙이 크게 비거리가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본인의 손목부상 드라이버샷과 아이언샷의 일치감이 플레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안정감이 있는 짧은 샷으로 문제가 없다. 드라이버샷은 아이언샷과 다르게 1시간의 스윙만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훅볼이던 슬라이스볼이던 대부분의 골퍼가 공을 똑바로 내보낸다.

박인비의 드라이버샷이 손목을 적게 사용하는 것에서 만들어졌다면, 숏 게임에서는 역 그립에서 마무리 된다. 물론 오른손잡이가 왼손그립을 사용하기까지는 불편함이 있다. 큰 것을 위해서는 자신의 작은 손해를 감수한다. 박인비는 도박사다운 기질이 있다.

퍼팅에 있어서는 롱퍼팅보다 숏 퍼팅이 배가 중요하다. 8야드 안의 숏 퍼팅이 차지하는 비율은 70% 이상이다. 이번 메이저대회 마지막 날 승부처 9홀에서도 그 증명이 여실히 들어난다. 김세영은 3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버디를 예상하게 했지만 퍼트만 4번 하며 무너졌다. 1타 차이가 순식간에 4타 차이로 벌어졌다.

정상그립은 정확한 스윙크기를 만드는데 있어 유리하고 스윙 강도를 줄여 만들어지는 숏 퍼팅은 역 그립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역 그립을 잡아서 조금 손해를 보는 롱 퍼팅은 스윙강도를 줄여주는 역 그립이 숏 퍼팅의 유리함에 견줄 수가 없다.

역 그립은 사실상 8야드 안의 숏 퍼팅을 위한 그립이다. 박인비 골프의 장점은 득과 실을 명확히 구분해 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골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는 자신의 불편함으로 포기를 해버리지만, 누구는 자신의 불편함을 자신의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 승자와 패자의 차이다.

이제 골프가 대중화 되어 누구나 골프를 할 수 있다. 어느 골프의 스윙 기준이 누구에게는 약이 되고 누구에게는 독이 된다. 일단 어느 정도 기본기를 갖춘 골퍼라면 자신의 스윙이 안 맞거나 몸에 무리가 가면 바꾸는 것이 상책이다.

만약 박인비가 손목의 부상에서도 계속 교과서 스윙을 고집했다면 지금의 박인비는 있을 수 없다. 이 시대 맞춤골프의 선두주자 박인비의 골프스윙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골프스윙이라는 것이 자신의 맞춤골프가 전부가 될 수도 없으며, 그보다 더 좋은 맞춤골프가 다른 골퍼에게도 탄생된다. 누구나 자신의 최상 스윙을 위해 자신만의 맞춤골프가 가능하다.

※ 코킹(cocking) : 손목의 꺾임을 말한다. 어드레스에서부터 백스윙, 다운스윙까지 왼손 손목의 꺾임을 말하며 왼쪽 손목과 손등, 손바닥으로 꺾이는 것이 아니라 왼손 엄지손가락 쪽으로 꺾이는 느낌이다.

꺾이는 각도나 방향에 따라 구질도 다양하게 나오는데 왼손은 쪽으로 꺾이면 슬라이스, 오른손은 쪽으로 꺾이면 훅이 발생한다. 올바른 꺾임은 왼손, 오른손 모두 엄지 방향으로 꺾인 상태가 이뤄져야 한다.

임경 프로｜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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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상일골프 대표, 「임박사 골프」저자, 클럽연구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