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더르바르광장에서 만난 네팔 소녀가 라마스테라고 인사하고 있다. 라마스테는 신의 품안에서 안녕하라는 뜻으로 곤궁해 보이는 삶을 풍요롭게 버티고 있는 네팔 사람들의 운명이 담긴 인사말이다.
[골프타임즈=김판용 시인] 여행은 새로운 문물을 보려고도 하지만 오래된 과거를 꿈꾸게도 한다. 과거가 꿈꿀 대상인가, 아니면 회상의 대상인가 하는 것은 여행을 임하면서 매우 중요하다. 한없이 그리운 과거, 그래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우리는 꿈꾼다.
네팔은 과거를 꿈꾸게 하는 땅이다. 국민소득 500여 달러의 가난한 나라여서가 아니다. 꿈꿀 과거는 비극적 가난에만 놓여있지 않는다. 가난 자체가 사람을 비극으로 몰고 가지 않는 마음의 평정이 바로 과거 귀향의 본질이다.
카트만두는 해발 1300미터에 위치한 분지이다. 네팔사람들에게 카트만두는 나라 안에 또 다른 네팔이다. 그래서 외곽사람들이 카트만두를 갈 때 네팔에 간다고 한다. 그만큼 네팔에서 수도 카트만두의 위상은 크다.
체코의 프라하가 동유럽의 보석으로 ‘백탑의 도시’라면 카트만두라는 역시 어원이 ‘나무로 만든 탑’을 의미하듯 목탑들이 많은 도시이다. 시내에 고색창연한 유물들이 있어 그 자체가 박물관이자 거대한 미술관이지만 정작 그 도시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저 그런 유적에 기대어 쉬거나 기거를 하고 심지어는 그 안에서 생계를 위한 장사를 하기도 한다.
▲사진=새벽에 기도하러 가는 네팔 소녀들
이때부터 긴 아침기도에 들어간다. 네팔 사람들에게 기도는 일상이다. 신에게 의지해 살아가 듯 기도 없이는 하루를 열 수가 없다. 그 긴 기도로 인해 아침 출근 시간은 10시까지가 대분이다. 관공서나 유적지의 개장도 그때 이뤄진다.
만일 그전에 가는 사람이라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곳이 많다. 학교 역시 10시에 문을 열기에 학생들은 느긋하게 학교에 간다. 하교시간이 오후 4시쯤이니 언제 공부할 시간이 있느냐고 따질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에게는 우문이다. 신을 섬기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시내에 나가면 사원으로 기도하러 가는 사람 외에는 별로 사람을 볼 일이 없다.
▲사진=아침에 꽃으로 띠까를 하는 여인들
해가 뜨면 카트만두의 여인들은 부처님께서 깨달았다는 필파나무 그늘에 가서 꽃을 줍는다. 하루 일과를 꽃을 줍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의식인가? 꽃을 줍는다는 것은……. 그렇게 정성껏 꽃을 주워 서로의 이마에 붉은 ‘띠까(tika)’를 한다. 힌두 문화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띠까는 이마 한가운데에 붉은 점을 칠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풍요를 상징하는 쌀을 붙이기도 하는데 대개는 붉은 점으로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표식이다.
띠까를 하고 그들은 사원으로 가서 정성껏 예를 갖춘다. 주운 꽃을 가져다 바치고 정성껏 성수를 뿌리기도 하며, 합장하고 머리를 조아린다. 또 주부들은 '빤'이라는 나뭇잎 접시에 음식을 조금씩 담아 사원으로 가져간다. 그 음식들은 신에게 바치지만 결국 나중에는 개나, 새들의 먹이가 된다.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게 것이다. 가난해도 마음속으로 섬기는 힌두의 신이 있어서 힘들지 않다는 네팔 사람들이 살아가는 에너지는 모두 신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계속>
김판용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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