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최양수 기자] ‘문(門)’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서양화가 방복희 작가의 개인전이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려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방복희 작가는 오랫동안 풍경과 인물, 누드화를 그렸다.

그가 천착하는 ‘문’의 의미망이 이젠 또 한 차례 꺼풀을 벗고 변곡점을 맞이했다.

그간 유채작업은 전형적인 사실주의 시각 및 기법을 견지하면서 눈에 보이는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재주의를 통해 그 자신의 철학적인 시각을 투영하는데 의미를 두었다.

특정 소재에만 집중하는 것은 그 소재를 통해 작가로서의 관점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고 싶다는 강한 욕구 때문이었다.

눈에 보이는 사실을 그대로 전하기보다는 그 자신의 사상 및 철학을 소재를 통해서 표현해 왔다고 볼 수 있겠다.

이는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방복희 작가의 최근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창문이나 벽의 틈새를 통해 내다보이는 바깥 풍경을 대비시키는 작품이 있다.

‘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 및 의미와 더불어 자연적인 이미지를 도입함으로써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성 및 의미를 넘어 생명의 기운으로 충만한 제3의 이미지를 불러들여 화면의 의미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제까지 문에 대한 의미 부여에 중점을 두었던데 반해 문을 통해 내다보이는 바깥풍경을 도입함으로써 조형세계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방복희 작가는 유화로 표현한 현대건물의 문과 달리, 전통 한옥의 문은 분채를 기본으로 한 전통채색화로 표현했다.

이렇게 작가의 눈을 통해 기록된 문들을 모아 “인간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門’”이란 제목의 전시회를 진행해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전통 한지문에서 벗어나 옛 서양식 건물의 문, 지역의 도심에 있는 건물의 창문 등을 다채롭게 담아낸 작품을 보여줬다.

특히 60여년이나 된 대구 YMCA의 창문을 그린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이 건물에는 300개가 넘는 창문이 있다.

방복희 작가는 “문과 벽과의 관계는 공백과 충만으로 정의된다. 서로 상반된 공간적 의미의 단어이지만 동양적 사고로 보면 공백과 충만은 하나이다. 문은 언제나 벽이 있어야 존재한다. 문은 이런 공간의 대립적 요소를 상호 연결시키는 중재자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 건물의 문은 모두 같을 수밖에 없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문은 그 모양과 색상이 각양각색이다. 이것이 그림의 또 다른 매력으로 작용한다. YMCA의 다양한 창문은 우리 삶의 여러 가지 모습도 상징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방복희 작가는 “과거에는 세월의 흔적을 쫓아다니다 보니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지금은 문이라는 이미지를 단순화시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비우고 덜어내서 새로운 것을 담기 위한 과정이다. 앞으로 담아야 할 것을 찾는 것은 저에게 주어진 새로운 숙제이다”고 덧붙였다.

최양수 기자｜pluswa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영상]
유투브 채널

( ‘제12회 방복희 작가 개인초대전 이모저모 및 전시작품영상’ - 대구 수성아트피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