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 사장의 입가엔 적벽대전에서 승리한 쾌소가 일고 지략의 적중함에 체면이 세워진 안도감이 맴돌았지만…

제갈량 사장님

옛날 옛날 이천십삼년 전 가을에 명문 촉CC 회원친선 골프대회 날!

태풍 온다는 일기예보에 제갈량 사장은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회걱정으로 노심초사!

몇 년 전 골프대회 중 갑자기 내리친 비 때문에 시상식장이 아수라장이 되 버린 안 좋은 기억이 있었기에, 회원들의 신변 안전을 위한 자상한 배려차원에서 회원 한분 한분에게 전화로 의견을 묻고, 태풍이 오기 전 경기를 끝내고자 모든 회원들의 승낙과 신청을 받아 9홀 경기로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대회 날, 격식을 갖추고 순조롭고 계획대로 성황리에 진행됐지만, 제갈량 사장님의 얼굴엔 근심투성! 하늘은 쨍쨍, 모래알이 반짝거리는 말짱한 날씨에 풀이 죽어, 근심에 싸여있는 제갈량 사장님을 밖으로 모시고 나왔다.

그리고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강풍과 비바람을 몰고 온 것처럼 두 팔을 하늘을 향해 펼치고 염원과 기를 모아 “비야∼내려라∼! 비야∼ 내려라∼!” 하고 외쳤다.

그러나 멀쩡한 하늘은 비올 기색하나 안 비추자 제갈량 사장은 빗나간 일기예보에 황당해 하며 “그냥 원칙대로 18홀 경기로 밀고 나갔어야 하는데…” 하고 후회 막심했다.

어느 듯 경기를 마치고 회원들이 들어오자, 락카실 앞에서 제갈량 사장은 당황한 기색으로 쩔쩔매며, 죽을죄를 진듯, 허리가 휘도록 굽실거리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연신외치며, 입장하고 있는 회원들에게 석고대죄 하는 듯 했다.

회원들을 위해 자상한 배려차원에서, 회원들의 허락하에 결정한 것인데… 무슨 큰 죄를 진 것 같이 쩔쩔 매는 제갈량 사장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애처로워 보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옛 성언을 입증하듯, 시상식 시작 20분이 지났을까? 창문 쪽에서 ‘쏴∼악∼’ 하는 소리에 밖을 보았다. 시상식이 다 끝난 후에도 말짱할 듯한 하늘이 갑자기 어둑한 기가 돌더니, 찬란하던 햇빛은 자취를 감추고, 팔뚝만한 빗방울이 우두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우째 이런 일이∼?? 지성이면 감천인가?? 사장님이 제갈량???

제갈량 사장의 입가엔 적벽대전에서 승리한 쾌소가 일고 지략의 적중함에 체면이 세워진 안도감이 맴돌았다.

주루룩 내리는 굵은 비는 만찬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고, 마침 대회 참가 기념품으로 선물한 적외선 차단 경량 우산이 제값을 톡톡히 했다. 회원들도 제갈량 사장도 전 직원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해피엔딩 대회가 됐다.

그런데 골프장을 나오고 보니∼ 그 촉CC 부근만 비가 왔지, 근처 다른 곳은 모래가 휘날리며 땅이 말라 있는 게 아닌가? 우째∼ 이런 일이∼∼!!!

와∼ 지성이면 감천? 평소에 많은 덕을 쌓아서 얻은 업보인가?

항상 제갈량 같은 명석한 판단과 지혜로운 넓은 마음으로 흔쾌히 협조해 주시는 골프장 사장님들 및 직원들! 그리고, 각 지역 골프협회 임원 및 골프업계 분들! 베풀어 주신 성원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예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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