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인비의 퍼팅 모습.[사진제공=KB금융그룹]

[골프타임즈=임경 프로] 세계 여자 골프 랭킹 1위 ‘메이저 퀸’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골프 역사상 전무후무한 ‘캘린더(Calender) 그랜드 슬램(한 시즌 메이저 4개 대회 우승)’ 달성을 노렸지만 퍼팅에서 난조를 보이면서 기회를 오는 9월 12일부터 15일까지 프랑스 에비앙-르뱅에서 열리는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달러)에서 재도전 하게 됐다.

샷이 나쁘진 않았다. 페어웨이 적중률 76.7%, 그린 적중률 87.5%를 기록했다. 그런 기량을 갖췄으면서도 역사적 대기록을 의식한 까닭인가? 주특기인 퍼팅이 문제였다.

박인비는 올 시즌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평균 퍼팅수 28.52타로 1위다. 하지만 이번 브리티시여자오픈 평균수는 35.75타를 기록했다. 평상 시 대회보다 라운드 당 7.23개 퍼팅을 더 한 것이다. 본인이 언급하기로는 컵을 지나가 공격적인 퍼팅이 화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대회 당일에는 바람을 우려해 그린을 깎지도 못해 스피드는 더 느려졌다. 느리게 세팅 한 것이 적응이 안 돼서 4라운드 첫 홀부터 퍼트를 네 번이나 하는 등 더블 보기를 하며, 이번 대회에서 3퍼트를 여러 차례 했다. 어느 시즌에는 8월이 올 때까지 3퍼팅이 한 번도 없다는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73·미국) 퍼팅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 문제가 된다.

세상에 원인이 없는 결과의 산물은 없다. 퍼팅은 컵을 보고 눈대중 감으로 치는 것이 아니다. 간혹 그렇게 퍼팅에 가능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항시 가능하지도, 지속이 어렵다.

이번 브리티시여자오픈의 경우와 같이 퍼팅그린을 깎지 못해서 그린이 느려진 경우가 좋은 예이다. 갑자기 느려진 그린속도는 감으로는 퍼팅이 불가능하다. 그린이 느려진 경우뿐만 아니라 그린이 빨라진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퍼팅그린 속도는 항시 같을 수 없다. 따라서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도 라운드를 하기 이전에는 그린속도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그린속도를 파악을 하는데 있어서도 그린의 속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라운드 이전의 연습퍼팅 그린장소는 많은 골퍼가 퍼팅그린을 밟고 연습을 하는 까닭에서 막상 라운드에서 그린속도와는 차이가 있다.

이렇듯 다른 그린속도는 잔디가 누운 결에 따라 역결, 순결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며, 비라도 내리면 그 속도가 현격히 느려진다. 퍼팅그린에 물이 고이면 퍼팅을 아예 할 수 없다.

겨울철 잔디가 자라지 않으면 여느 골프장에서는 모래를 뿌려가며 퍼팅그린의 속도를 맞추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항시 골프장은 그린속도를 일정하게 맞춘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에 가서 가장 좋은 방법은 골퍼가 그린의 속도를 적응해야 한다.

느린 그린에 퍼팅을 잘하는 골퍼가 있으며 빠른 그린에 퍼팅을 잘하는 골퍼가 있다. 그린속도가 빠를수록 퍼팅이 어려워진다. 물론 빠른 퍼팅그린에서 퍼팅을 잘하는 골퍼가 수준급 골퍼이다. 이러한 까닭에 대회가 클수록 퍼팅그린 속도가 빠르다.

퍼팅의 경사도는 그린속도가 빨라질수록 경사도가 더해지고 조금만 스윙크기가 차이가 나게 치면 공은 컵에서 많이 벗어난다. 이와 반면에 그린속도가 느려지면 퍼팅의 적응이 쉬워진다. 숏 퍼팅은 물론이거니와 롱퍼팅의 경우는 스윙크기를 조금만 더해주면 된다. 하지만 골퍼가 빨리 적응을 해주지 못하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린속도가 적응이 된 다음에는 퍼팅의 선택이다. 퍼팅은 컵을 지나가는 퍼팅이 최상의 퍼팅이다. 하지만 항시 그런 것이 아니다. 내리막 퍼팅에서 컵을 지나가는 퍼팅을 노렸다가는 3퍼팅의 위험이 도사린다. 롱퍼팅의 경우는 컵을 지나기는 퍼팅에 있어서보다는 컵에 근접하는 퍼팅으로 2퍼팅을 노린다. 버디퍼팅을 노리는 짧은 퍼팅은 컵을 지나가는 퍼팅이 원칙이다. 실로 버디퍼팅을 노리는 짧은 퍼팅은 골퍼로서 긴장이 안 될 수 없다.

이러한 퍼팅결과는 스윙이 느려져 컵이 지나가는 과감한 퍼팅이 안 만들어진다. 골퍼로서 중압감을 떨쳐 버릴 수 없는 경우라면 아예 비거리를 조금 더 잡고 의도적으로 퍼팅을 느리게, 신중히 가져가는 방법도 바람직하다.

비거리는 업힐(uphill, 가파른 오르막 경사), 다운 힐이 달라진다. 업 힐의 경우는 평지의 거리에서 20% 정도의 비거리를 더 보고 치며, 다운 힐의 경우는 45% 정도 비리를 줄여 친다. 업힐, 다운 힐에서는 공의 방향 또한 달라진다. 업 힐에서는 체중이 안 되어서 훅볼(hook ball)이 나올 수 있으면, 다운 힐에서는 체중이동이 잘되어서 슬라이스볼(slice ball)이 나온다.

퍼팅그린 주위 잔디에서의 불규칙 샷에서는 풀의 저항으로 공이 굴러가는 속도가 줄어듬과 동시에 훅볼이 나옴을 계산하고 쳐야 공이 원하는 방향과 비거리가 된다. 퍼팅의 경사를 보기도 쉽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핀의 뒤편에서 경사도를 보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그린에 양동이 물을 뿌렸을 경우 물이 어떻게 흐를 가를 상상해가며 경사도를 측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퍼터의 선택에 있어서는 상체가 강하고, 비거리가 많이 나가는 골퍼 일수록 무게 중심이 뒤쪽에 있는 두툼한 퍼터의 선택이 바람직하고, 비거리가 적게 나 퍼팅의 테크닉이 가능한 골퍼일수록 일자형퍼터가 좋다.

이렇듯 퍼팅에 있어서는 골퍼의 개개인 체형과 능력, 그날의 그린 속도, 심리적 요인이 원인이 된다. 골프에 있어서 자장 쉽게 보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난제이다.

※ 훅볼(hook ball) : 처음 날아간 볼이 도중에 왼쪽으로 크게 꺾여나가는 볼의 궤도를 말한다. 볼에 대해 클럽헤드의 궤도가 안에서 밖으로 쳐내지기 때문에 볼에 좌회전이 걸리면서 왼쪽으로 심하게 꺾여나간다.
왼발을 비구선에 일치하고 오른발을 뒤로 끌어딛고 서는 클로즈드 스탠스 또는 왼손을 깊이, 오른손은 얕게 잡은 스트롱 그립에서 빚어지는 볼의 궤도인데 거리를 낼 수 있는 무기도 되지만 좌측으로 너무 꺾여나가서 조절이 어려운 결점이 있어 OB등 크게 낭패를 겪는 원인이 되기 쉽다.

※ 슬라이스볼(slice ball) : 오른손잡이 골퍼의 경우 볼이 오른쪽으로 스핀해서 전체적으로 비구선보다 오른쪽으로 휘는 볼. 대부분 초심자의 경우에는 몸 전체의 동작을 이용하지 못하고 손과 발, 상체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슬라이스를 내고 만다. 바나나처럼 휘어지는 볼이라 해서 ‘바나나볼’이라고도 한다. 이와 반대되는 것이 훅(hook)이다.

임경 프로 - 상일골프 대표 · 임박사 골프 저자 · 클럽연구가

임경 프로｜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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