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한 방울의
눈물로
한 알의 씨앗을
삼는다.
한 방울의 눈물과
한 알의 씨앗은
한 방울의
사랑이다.  - 시 ‘한 방울’ 전문-

유걸호 시인의 첫 시집 ‘뒤뜰에 모닥불’이 대양미디어에서 나왔다.

1958년 부터 '백지문학' 동인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시를 써왔던 유걸호 시인이 88세에 첫 시집을 냈다.

유걸호 시인의 시편들에서는 저으기 은근함이 묻어난다. 그의 시어 하나 하나가 신중하면서 마치 흙 속에 원석을 캐는 듯하다. 

오랜 세월 묵힌 저력이랄까. 조용한 밑바닥에서 내품는 힘이 무딘 세상을 향해 내뻗치고 있다. 마치 우리 역사의 한부분을 지탱하는 3은(三隱)의 단단한 저력같이 앞에 나선 선동 구호처럼 공허하기만 하는 큰 소리를 지르지도 않지만 삶을 대하는 자세는 생활에서나 시에서도 숨은 힘이 깔려 있다.

그의 시작업은 뒤뜰에서 모닥모닥 모닥불을 피우듯이 이 시대의 삶에 문학적인 지표석이 되고 있다. 그런만큼 그의 시편들에서는 삶을 움직이는 근원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 원석을 캐내느냐 못하느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리라.

사회활동에서 기자생활의 칼칼함과 공연윤리위원회에서 해금을 하던 내공의 힘이 그의 인생을 만들고 시에도 반영되어 있다.

그러면서 조용히 낙원의 뒤뜰에서 관조하는 힘. 뒤뜰에서 타오르는 모닥불의 균형 감각을 유지하면서 삶을 조율하고 있는 그 것이 ‘뒤뜰의 힘’이랄까.

‘언제나 멀리 있고 / 그리고 / 뒤돌아설 때 / 하얀 꽃잎들이 눈송이처럼 / 휘날리는 것을 본다’ <‘너’의 일부>에서 너는 ‘그날 / 너는/ 네모난 하얀 손목시계를/ 내 손목에 채우고 / 내 마음을 떠밀면서 / 아득히 멀어져갔다’ <‘하얀 시계’ 일부> 등 ‘하얀’이란 시어들이 참 많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유 시인의 삶이 참 순백하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지켜야 하는 잔잔한 덕목을 지켜나가는 따뜻함을 주는 모닥불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그리고 승천의 빛으로 승화시키기도 하듯이 삶의 끝에 죽음을 놓고 살아가는 유 시인은 현재 행복한 여생의 과정을 누리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러고 보면 그의 시편은 항시 삶의 끝에 죽음을 놓고 돌아보듯이 완성을 설정 한 뒤 되돌아보는 과정으로 점철되고 있다. 꽃을 완성으로 설정하고 그 꽃을 피우는 과정을 되돌아보는 인식들이 여러 시편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일보 기자, 신아일보 기자를 거쳐 공연윤리위원회 사무처장, 문화생산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영등포문인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