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지묵] 누군가가 그랬다. 겨울나무는 더 이상 빼고 보탤 것이 없다. 최소한의 선만으로 존재한다. 겨울나무에게 물어 본다. 그렇게도 살 수 있는 지를… 깡그리 다 버리고서도 여름날에 무성할 수 있는지를? 겨울나무는 속삭인다. 살수 있다고 당당히 말한다.

지나가는 바람살에 잠시 빈 가지를 흔들어 보여주기도 한다. 지나다니는 이들이 보기엔 고독하고 황량해 보인다고 손가락질을 한다. 그래도 견딜만하다고 겨울나무는 말한다. 왜냐하면 겨울나무는 속으로 뭔가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 안에 품고 있는 생명의 씨앗은 봄을 기다리며 조금씩 자리고 있다고…

겨울나무는 기다림이다. 그 기다림 위에 까치가 집을 짓는다. 기다림을 느끼기 위해, 자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까치는 빈 가지에 집을 짓는다. 근데 집은 하나만 지으면 될 것을 많이 짓는 이유는 무슨 소치냐. 글쎄 까치들의 욕심인가.

선택된 한 그루의 나무에 7채의 집이 층층이 만들어진다. 거센 비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집을 짓기 위해 부리로 이리재고 저리재고 얼마나 많은 삭정이를 물고 날아야했는가.

직선의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겹치고 설쳐서 마련한 둥그런 둥지를 보태고 뺄 것 없는 빈가지에 의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 삭막한 풍경을 생명의 접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짜임에서 몸의 포근함과 생의 가치를 추구하고 삶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잎사귀 파릇파릇 불러내며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 건가? 겨울나무와 까치는 한 통속인가?

숱한 물음 투성이가 삭정이처럼 많아 내 삶의 둥지를 얼기설기 짓는다. 주변에서 물고 온 삭정이를 얼마나 많이 떨어뜨리고 집이 됐을까? 상처투성이는 아닐까? 그것이 아픔이 아니었다. 더 큰 아픔은 며칠을 지켜봐도 까치집엔 까치가 드나들지 않는다는 것. 텅 빈 고층아파트? 한 갑자를 넘기면서 준비한 내 둥지에서 나는 무엇을 품을 수 있는가?

사진=지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