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사람마다 저마다 숱한 빨간구두가 있지만 숨겨두기만 했다. 이제 그 구두를 꺼내며 묻는다. '당신은 언제쯤으로 되돌아가고 싶은가?'

사진작가 민진근의 첫 사진집 ‘소울(疏鬱)여행’이 도서출판 아지트에서 간행됐다. 60여 작품이 실린 사진집은 2014년부터 17년까지 4년간 찍은 사진으로 표현된 '나의 이야기'라고 민 작가는 말한다. 그러면서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나를 잊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소울여행'은 빨간구두와 동행한 세상의 울림이 있는 이야기다. 빨간구두는 어른이 되면 꼭 신어보고 싶었던 신발, 스무살 무렵에 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나의 젊음과 열정, 꿈이고 숨겨두었던 나의 욕망'이라고 작가는 친절히 밝혀놓았다. 붉은 하이힐은 그렇게 자신의 내면으로 육화되면서 자신과 인연이 있고 의미 있는 곳 즉 자신이 가본 모든 곳을 상정하고 있다.

구두라는 것은 걸음을 상징하듯이 항시 길 위에 놓이게 되고, 길은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 곳을 일컫는다. 세상은 수많은 길이 있다. 작가는 그것을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 시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 '세상 모든 길은 두 갈래길로 나뉜다. 내가 가본 길과 가보지 못한 길, 두 길을 동시에 갈 수는 없다. 내가 선택한 길을 걸으며 때론 외롭고 힘들었지만 받아들이고 나니 새로운 길이 보인다'고 조심스레 밝힌다.

이 내면화된 여행을 작가는 '소울여행'이라 명명한다. 그 울체된 감금 속에서 빠져나오는 여행 그 여정에서 작가는 가면을 쓰고 있는 줄 알아차리고, 몰랐고, 잊고 살았던 자신과 마주서는 계기를 만들어주면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찾게 해주었다고 비로소 말한다.

구두를 똑바로 놓아야 셔터를 누를 수 있었던 시절, 구두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계속 주변을 빙빙 바라만 봤던 시간, 그렇게 빨간 구두를 통한 재현 속에서, 힘들었던 작가는 스스로 치유됐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세상을 살면서 자신이 만든 굴레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사진집을 엮었다는 취지도 밝혔다.

'엄마, 사는 게 뭐지?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

'살면서 두고두고 위안을 얻은 말,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조금은 삐딱해도 괜찮어'

삐딱해진 걸까 그때 알았으면 하는 회한도 있지만 시골 할머니 집에 가서 툇마루에 벗어놓은 신발을 보고 답을 얻는다.

'처자 빨간 구두가 이쁘네' 라는 할머니 말씀에 사진의 미학적인 경지까지 획득한다.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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